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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튀'와 '의인' 사이… 덩치 커진 행동주의 펀드
-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행동주의 펀드들이 내년 초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먼저 군불떼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운용사들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최근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까지 가세하며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데 그치지 않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주 소각과 매입, 배당확대, 이사 선임 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식 매수로 확보한 지분을 바탕으로 경영권 분쟁에도 참여한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는 국내 상장사들에 경종을 울릴 것이란 기대와 함께, 기업의 성장전략과 괴리된 채 단기 주가 상승과 차익 실현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넓어지는 행동주의 펀드 반경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들이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먼저 KCGI자산운용은 지난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 사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 냈고 경영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정상화,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을 요구하고 있다. KCGI운용은 메리츠자산운용에서 간판을 바꿔단 후 처음 내놓은 펀드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동반성장펀드’일 정도로 행동주의에 초점을 두고 있다.가치투자를 내세우는 VIP자산운용은 아세아시멘트(183190)와 HL홀딩스(060980)에 수년간 집중적으로 체질개선을 요구한 결과 아세아시멘트(183190)는 내년까지 별도 순이익 40%를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HL홀딩스 역시 3년간 2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분할 매입·소각 계획을 내놓았다. 외국계 운용사들도 가세하고 있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이달 초 KT&G를 상대로 사장 후보 선임 절차를 개선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해 차기 사장 후보 검증 기간을 갖고 외부에 후보 자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팰리서캐피털(지분율 0.62%)은 지난 6일 삼성물산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도 지난달 주당 배당금을 4500원으로 늘리고 내년까지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요구했다. 제임스 스미스 팰리서 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삼성물산은 우수한 펀더멘털(기틀)에도 높은 할인율에서 거래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주주행동주의 펀드의 투자 대상 상장사는 2021년 34개에서 지난해 37개, 올 상반기(1∼6월) 50개로 늘어난 가운데 증권가는 내년 주총 시즌을 앞둔 올 겨울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총 6주 전까지 전달돼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통 3월에 정기 주총이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1~2월에는 주주총회 안건이 전달돼야 한다”며 “상당수 행동주의 펀드가 주총 안건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PEF들도 참전 중이다.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에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이유로 경영권을 인수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가격을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상향해 지분 20.35~27.32%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조희경 한국타이어 나눔재단 이사장(0.81%), 조현식 고문(18.93%), 차녀 조희원씨(10.61%)와 함께 손을 잡고 과반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9월 말 1만1080원에 거래되던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이날 1만7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개인투자자에게도 득?…‘장기 전략 걸림돌’ 우려도 개인투자자들은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하면 상장사들이 자사주 소각이나 매입, 배당 확대 등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고 이에 개미들에게도 과실이 돌아올 것이라 기대한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가치를 올리면 해당 펀드뿐만 아니라 모든 주주가 혜택을 보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며 “사실상 대주주를 견제할 법과 기관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관여하는 것은 안 하는 것보다 낫다”라고 말했다.다만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 이익 실현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에 일부 상장사들은 행동주의 펀드가 주가를 올리는 데에만 집중해 내부 전략에 개입해 오히려 주주들의 피해를 확대한다고 우려한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기업의 지속가능성보다 현재의 주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면서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하면 이슈가 되니까 개인투자자도 몰리겠지만 장기적인 기업 발전에는 걸림돌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장기 경영에 관여해 가치 상승에 기여하는 사례가 한국에서도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콩계 행동주의 펀드인 오아시스캐피탈은 2013년 닌텐도에 4000만달러를 투자, 1%의 미만을 확보했다. 이후 닌텐도의 주요주주인 스테이트스트릿뱅크(11.35%)나 JP모간체이스(9.78%)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모바일게임 출시 등을 압박했다. 그 결과물이 닌텐도의 간판 상품인 ‘포켓몬고’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대기업 위주로 접근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국내 행동주의 펀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도 하며 경영에도 깊이 관여하는 양상”이라며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 활동이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업의 단기적인 주가 상승이나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인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 [마켓인]한신평, SGC에너지 신용등급 ‘A’로 강등
-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SGC에너지의 신용등급이 연이어 추락했다. 종속회사인 SGC이테크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로 인한 지원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기업평가가 SGC에너지의 장기 신용등급을 ‘A’로 내린데 이어 한국신용평가 역시 신용등급을 하향했다.SGC이테크건설이 수주한 경기 화성시 물류센터 조감도. (사진=SGC이테크건설)한국신용평가는 18일 SGC에너지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정기평가를 통해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내렸다.SGC이테크건설은 2022년 하반기부터 레고랜드 사태, 건설경기 저하 등으로 금융시장 경색이 급속하게 진행되자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 PF 차입금의 정상적인 차환에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22년 하반기 이후 만기가 도래한 일부 PF 관련 채무를 SGC에너지가 자체적으로 인수했다.게다가 SGC이테크건설이 책임준공의무(미이행시 조건부 채무인수)를 제공한 일부 물류센터 현장 등 상당수 사업장의 준공 지연으로 SGC이테크건설과 SGC에너지가 PF 차입금에 대한 자금보충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관련 우발채무 부담이 현실화됐다.김상수 한신평 연구원은 “2023년 9월 말 별도기준 4060억원의 책임준공약정 이외에도 대여금(200억원), 차입금 자금보충(810억원)을 제공하는 등 재무적 지원이 이어졌다”며 “SGC이테크건설 시공 현장 관련 PF 차입금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은 2021년까지 전무했지만, 2022년 말 695억원, 2023년 9월 말 4063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PF 우발채무 해소에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발채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물류센터의 경우 산업 내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부담으로 주요 현장들의 임대차 계약체결, 담보대출, 매각 등 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가 진행중인 분양형 건축사업장(수원 주상복합, 청라 오피스텔 등) 또한 저조한 분양실적으로 PF 차입금의 상환부담이 SGC에너지로 전이될 가능성도 높다.김 연구원은 “향후 대여금, 우발채무 규모 등 계열 관련 지원 부담 수준과 해소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한신평은 SGC에너지의 등급 상향 조정 검토 요인으로 ‘계열에 대한 재무적 지원 부담과 PF 우발채무 리스크의 큰 폭 축소’, ‘집단에너지 사업의 안정적 이익창출 기조 유지’, ‘차입금의존도 50% 이하’ 등을 제시했다.[자료=한국신용평가]
- 삼양그룹, 美스페셜티 화학사 3300억에 인수
-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삼양그룹이 해외기업을 인수하며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사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삼양홀딩스는 18일 글로벌 스페셜티 케미컬 소재 회사인 ‘버든트 스페셜티 솔루션즈(Verdant Specialty Solutions, 이하 Verdant)’의 경영권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약 3300억원이다.새롭게 삼양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버든트는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퍼스널 케어용 양쪽성 계면활성제(Amphoteric Surfactant)와 오일 및 가스 등 산업용으로 쓰이는 비이온성 계면활성제(Non-ionic Surfactant)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삼양홀딩스는 15일 버든트 스페셜티 솔루션즈의 지분 매매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삼양홀딩스 엄태웅 대표이사(왼쪽)와 버든트의 대주주인 오픈게이트 캐피탈의 마티아스 건들락(Matthias Gundlach) 매니징디렉터(Managing Director).버든트는 유니레버, 로레알 등 글로벌 퍼스널 케어 브랜드를 비롯한 전 세계 1000여개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300여명의 임직원이 약 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독일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어 선진국 시장에서 꾸준하게 성장해 나갈 잠재력이 있는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이번 M&A는 삼양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스페셜티 사업 육성’과 ‘글로벌 사업 확장’이라는 경영전략에 따른 것으로, 헬스 앤 웰니스(health & wellness) 사업분야의 구조 고도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이뤄졌다.삼양그룹은 지난 2017년 한국의 KCI를 인수해 퍼스널 케어 스페셜티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번에 버든트를 인수함으로써 관련 사업 강화와 더불어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삼양그룹은 버든트가 양이온 계면활성제를 주력으로 하는 KCI 사업군과 겹치지 않으면서 상호 보완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양사간 시너지 창출과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삼양홀딩스 김윤 회장은 “삼양그룹이 추구하는 새로운 100년 성장전략의 핵심은 ‘스페셜티’와 ‘글로벌’로, 스페셜티 소재와 솔루션으로 인류의 삶을 바꾸고 풍요롭게 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이를 위해 내부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큰 그림에 걸맞는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와 M&A 및 조인트벤처(Joint Venture)를 추진해 나갈 계획으로, 이번에 버든트 인수가 그 첫 실행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에 창립 100주년을 앞둔 삼양그룹은 사업 구조 고도화를 통한 스페셜티 사업과 글로벌 시장 비중 확대를 목표로 하는 중장기 성장전략 ‘비전(Vision) 2025’를 추진중이다. 그룹 전반에서 △헬스 앤 웰니스(health & wellness) 소재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산업용 소재 △친환경 소재 사업을 육성 중이며, 비전 2025를 바탕으로 새로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