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이커머스로서 높은 인지도와 상징성을 지닌 인터파크 쇼핑 부문을 매각한 이유는 뭘까요? 그 답을 얻기 위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 등극부터 비전펀드 2조원 투자 유치, 인터파크 인수 그리고 부분 매각에 이르는 야놀자의 행적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인터파크 쇼핑·도서 부문 1500억원에 매각
야놀자는 지난달 31일 인터파크의 쇼핑·도서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인터파크커머스의 주식 전량을 큐텐에 매각했습니다. 거래 규모는 1500억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앞서 야놀자는 지난해 6월 인터파크 음악사업부가 보유한 878곡 음원 저작인접권도 음원 지적재산권(IP) 투자·매니지먼트 전문 회사 ‘비욘드뮤직’에 550억원에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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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를 인수할 당시 시장에선 야놀자가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이커머스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야놀자는 내부적으로 인터파크 인수 검토 단계 때부터 여행과 항공 외에 나머지 부분은 인수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파크가 통매각을 조건으로 내세워 울며 겨자 먹기로 전체를 인수했지만 야놀자 입장에선 이때부터 선(先)인수 후(後) 매각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겁니다. 추측컨대 야놀자가 애초 예비입찰에 응하지 않다가 본입찰에 깜짝 등장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큐텐’
잠시 인터파크 쇼핑·도서 부문 새 주인이 된 큐텐에 대해 알아 볼까요. 큐텐은 지난해 8월 티몬을 인수한 데 이어 반 년 만에 인터파크까지 품에 안으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큰손’으로 등극했습니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와 이베이가 2010년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입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G마켓은 인터파크 사내벤처로 시작해 2008년 이베이에 매각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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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에선 10년 경업 금지 족쇄가 풀린 구 대표의 국내시장 재진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 대표는 지난해 8월 지분 교환 방식으로 티몬 경영권을 인수했습니다. 티몬 주식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둔 큐익스프레스 주식과 맞교환하는 방식입니다. 정확한 거래 규모는 알 수 없지만, 큐익스프레스 실적(2020년 매출 1500억원)를 감안할 때 거래 규모를 1500억~2000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티몬과 인터파크를 인수한 큐텐은 최근 위메프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시 야놀자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야놀자는 2019년 싱가포르투자청과 부킹홀딩스로부터 1억8000만달러(약 2350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습니다. 관광벤처로는 최초입니다. 그리고 2년 뒤인 2021년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과 사우디 국부펀드가 운영하는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쿠팡(약 3조3500억원)에 이어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한 사례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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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규모와 인지도면에서 인터파크에 가려졌지만 야놀자는 꾸준히 테크 기업들을 인수합병해 왔습니다. 가람(객실관리 자동화), 이즈테크노시스(호텔관리 시스템), 나우버스킹(식당대기 서비스), 산하정보기술(호텔 솔루션)2021년), 데이블(AI), 스포카(멤버십 관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객실 자동제어 시스템, 무인 체크인·아웃 시스템, 스마트 객실 키 등 개발을 마치고 이미 상용화에 들어간 기술도 여럿입니다.
김종윤 야놀자클라우드 대표는 “세계 숙박시장은 3000조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호텔이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관리되고 있다”며 “수수료 나눠먹기 경쟁을 해야 하는 치킨게임 시장의 플레이어가 아니라 AI, IoT,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종합 여가시장을 주도하는 트래블 테크 기업이 야놀자의 지향점이자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