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양자협상을 통해 IRA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정부가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난 뒤 미국 내 기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IRA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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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업계는 미국 IRA와 관련해 두세차례 우리측 입장을 관철할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의회에 IRA의 전신인 더 나은 재건법안(BBB) 발의 전후가 업계가 꼽는 첫 실기(失期)다. 당시만 해도 한국 자동차 산업에 직접적으로 부담을 주는 내용이 없었고 주미대사도 당시 25개국과 함께 미국 의회에 우려를 담은 공동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당시 독일 폭스바겐 등 주요기업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 기업과 달리 미국에 대한 전방위 로비·정보전을 펼친 정황이 있다. 독일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는 그즈음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공장 계획을 추진해 올 7~8월 가동을 시작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생산 계획이 노조의 반대 속 늦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IRA 법안 공개 후에도 실책은 이어졌다. 미국 의회가 지난 7월27일 IRA을 공개한 직후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동북아 국가를 순방하며 각국 정상을 만났으나 윤 대통령은 휴가를 이유로 8월4일 전화 통화만 했다. 윤 대통령이 8일 전에 공개된 IRA의 중요성을 보고받지 못했거나, 보고받고도 핵심 인물을 만나지 않은 셈이다. 같은 달 12일 IRA는 미국 하원을 통과하고, 16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정식 시행됐다.
산업부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 같은 피해를 보게 된 일본·유럽연합(EU)보다 더 빠르고 적극적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IRA 전기차 보조금 개정에 따른 득실을 따져보면 서로 처한 상황이 다른 측면이 있다. 상당수의 독일 기업은 최근 미국 내 생산체제를 완비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뒤처졌던 도요타·혼다 등 일본 기업은 따라잡을 시간을 벌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일(현지시간) “IRA 시행으로 가장 잃을 게 많은 회사는 현대차·기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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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도 중국을 의식해 추진하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주요 축인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아예 무시하기는 어렵다. 또 IRA의 전기차 보조금 조항이 국제 통상규범에 위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미국을 압박하는 방법도 남아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IRA가 11월 중간선거 일정에 맞춰 급하게 발효했으나 앞으로 시행령 등을 통해 세부사항이 조정될 것”이라며 “중간선거 이후 정국 상황까지 고려해 국익을 살릴 협상 및 로비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