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전기차 규제 대응 '반전 기회' 잡나

[한미 IRA 양자협상 시동]
IRA 전신 'BBB 법안' 발의 전후
美의회 논의때· 법안 공개후 등
적극 대응할 기회 2~3차례 놓쳐
  • 등록 2022-09-06 오전 5:10:01

    수정 2022-09-06 오전 9:29:49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한국산 전기차의 미국시장 보조금 중단 위기를 촉발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한 한미 양자협상에 본격 뛰어들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기 위해 5일 출국했고,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방한 중인 미 하원의원들과 만나 IRA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 장관은 이달 중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정부가 양자협상을 통해 IRA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정부가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난 뒤 미국 내 기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IRA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와인잔을 들고 건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적기 대응 기회 두세 차례 놓쳐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업계는 미국 IRA와 관련해 두세차례 우리측 입장을 관철할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의회에 IRA의 전신인 더 나은 재건법안(BBB) 발의 전후가 업계가 꼽는 첫 실기(失期)다. 당시만 해도 한국 자동차 산업에 직접적으로 부담을 주는 내용이 없었고 주미대사도 당시 25개국과 함께 미국 의회에 우려를 담은 공동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당시 독일 폭스바겐 등 주요기업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 기업과 달리 미국에 대한 전방위 로비·정보전을 펼친 정황이 있다. 독일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는 그즈음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공장 계획을 추진해 올 7~8월 가동을 시작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생산 계획이 노조의 반대 속 늦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의회 내 논의가 치열하던 올 상반기도 결과적으론 실기였다는 평가가 있다. 미국 상원이 7월27일(이하 현지시간) IRA 공개 전까진 철저히 비밀에 부쳐 다른 국가·기업들도 로비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미국 정세 파악을 위한 노력조차 없었다는 지적이다.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외교부가 대선부터 새정부 출범까지의 3~5월 기간 통상조직의 주도권을 놓고 내부 경쟁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11일 만에 한미정상회담을 하는 성과도 냈으나 결과적으로는 미국 측에 105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현지 전기차 공장 건설이란 큰 선물을 안기고도 미국에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IRA 법안 공개 후에도 실책은 이어졌다. 미국 의회가 지난 7월27일 IRA을 공개한 직후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동북아 국가를 순방하며 각국 정상을 만났으나 윤 대통령은 휴가를 이유로 8월4일 전화 통화만 했다. 윤 대통령이 8일 전에 공개된 IRA의 중요성을 보고받지 못했거나, 보고받고도 핵심 인물을 만나지 않은 셈이다. 같은 달 12일 IRA는 미국 하원을 통과하고, 16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정식 시행됐다.

산업부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 같은 피해를 보게 된 일본·유럽연합(EU)보다 더 빠르고 적극적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IRA 전기차 보조금 개정에 따른 득실을 따져보면 서로 처한 상황이 다른 측면이 있다. 상당수의 독일 기업은 최근 미국 내 생산체제를 완비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뒤처졌던 도요타·혼다 등 일본 기업은 따라잡을 시간을 벌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일(현지시간) “IRA 시행으로 가장 잃을 게 많은 회사는 현대차·기아”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1월 선거가 변수…‘아직 기회 있어’

정부와 업계는 아직 우리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RA가 지지율 하락에 몰린 미국 민주당의 정치적 셈법을 녹인 ‘카드’인 만큼 11월 중간선거 이후엔 기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또 보조금을 받기 위한 또 다른 조건인 전기차 배터리의 소재·부품 의무비율은 미국 전기차 회사에도 가혹한 조건인 만큼 미국 정부도 IRA 하위 시행령·시행규칙 제정 과정에서 현실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 과정에서 물밑 양자협상을 잘 펼친다면 우리 이해관계를 최대한 반영할 여지가 있다.

미국 정부도 중국을 의식해 추진하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주요 축인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아예 무시하기는 어렵다. 또 IRA의 전기차 보조금 조항이 국제 통상규범에 위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미국을 압박하는 방법도 남아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IRA가 11월 중간선거 일정에 맞춰 급하게 발효했으나 앞으로 시행령 등을 통해 세부사항이 조정될 것”이라며 “중간선거 이후 정국 상황까지 고려해 국익을 살릴 협상 및 로비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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