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이냐,·실적이냐 '갈팡질팡'…공공기관 절반이 적자

[공공기관 대해부]④재무관리 ‘빨간불’
공공기관 328곳 중 167곳 적자…121곳은 2년 이상 연속
코로나19로 공공기관 역할 확대…“실적관리 균형 잡아야”
  • 등록 2020-05-19 오전 5:00:00

    수정 2020-05-19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형욱 김나경 이명철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공공기관의 절반 이상이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정책·환경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 정부가 공공기관이 공공성과 실적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328곳 중 167곳 ‘적자’

이데일리가 1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서 국내 340개 전체 공공기관 중 자체 사업을 통한 매출이 있는 328곳의 영업실적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167개 기관(50.9%)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에는 324개 기관 중 157곳(48.4%)이 적자를 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장 많은 4조264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전력(015760)공사는 1조2765억원의 적자를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5051억원)와 서민금융진흥원(2408억원), 신용보증재단중앙회(1853억원), 한국해양진흥공사(1200억원), 한국철도공사(코레일·1083억원)순으로 적자폭이 컸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지속가능성에 물음표가 붙는 공공기관들이 적지 않다. 조사대상 328곳 중 121곳(36.9%)이 2년이상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실적 흑자를 기록한 161개 기관 중에서도 60곳은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실적에 신경 써야 할 시장형 공기업의 실적이 유독 나빴다. 28개 공공기관의 매출액 합산 2018년 408조37억원에서 2019년 431조7293억원으로 전년대비 5.8% 늘었다. 영업이익은 13조2568억원에서 13조3308억원으로 0.6% 늘었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16개 시장형 공기업은 이보다 부진했다. 매출액은 2018년 133조4181억원에서 2019년 129조5302억원으로 2.9% 줄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4조8794억원에서 3조5760억원으로 26.7% 감소했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실적이 나빠지고 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관별로 봐도 마찬가지다. 2년 연속 4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건보공단의 가장 큰 적자 요인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때문이다. 한전 역시 미세먼지 저감을 비롯한 환경 비용과 에너지 전환 비용, 폭염에 따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그렇다 보니 시장형 공기업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시장과 정부로부터 이중 규제를 받다 보니 일관된 경영 방침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두다 보니 공공기관도 성과 중심의 정책이 후퇴하고 방만해지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 3월2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모습. 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로 공공성 부담 가중…“실적관리 균형 잡아야”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공공기관들도 코로나19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매년 3조원 전후 영업이익을 기록해온 대표 공기업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로 국제 교류가 끊기며 올해 사상 첫 적자가 우려되고 있다. 김포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 역시 개점 휴업 상태인 건 마찬가지다.

알짜 공기업으로 꼽혀 온 강원랜드(035250)와 마사회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두 곳 모두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2월23일 휴장 이후 2개월여째 전국 사업장 가동을 중단하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김태기 교수는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인 만큼 공공성 강화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경영을 방만하게 하라는 뜻은 아니다”며 “주요 공공기관 대부분이 고임금 사업장인 만큼 이들이 스스로 고통을 분담하고 경영개선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경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도 “공공기관은 정부가 매년 진행하는 경영평가 기준에 따라 경영 방침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이들 기관이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경영평가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형공기업=공공기관 중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이고 총 수입액 중 자체 수입액이 85% 이상인 공공기관 중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 기관. 현재 한국전력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강원랜드, 한국공항공사 등 16곳이 지정돼 있다.

코로나19로 휴장하고 있는 서울 경마공원의 텅빈 고객 경마 관람대 풍경. 한국마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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