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월부터 전기·가스료를 추가 인상하는 특단의 조치로 에너지 수입 줄이기에 나섰다. 내주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수출 둔화를 막을 대책도 논의한다.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수출입실적(통관기준) 잠정 집계 결과 수출액 575억달러, 수입액 612억달러로 무역수지가 38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25년 만의 6개월 연속 무역적자다. 한국이 6개월 이상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5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1~9월 누적 무역적자도 289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미 1996년 기록한 사상 최대치 206억달러를 훌찍 뛰어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말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무역적자 전망 평균치(292억달러)의 턱밑에 이르렀다. 현 국제 에너지값 상황을 고려하면 연내 300억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다.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9월 수입액은 180억달러로 지난해(99억달러)보다 81.2% 늘었다. 원유는 33.1% 늘어난 91억달러, 가스는 42.1% 늘어난 68억달러였다. 석탄도 21억달러로 5.3% 늘었다.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던 원유 가격은 80달러대로 내렸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 러시아가 9월 들어 유럽 천연가스관을 끊으며 국제 가스 현물가격이 연초대비 5~6배 폭등했고 겨울철 도시가스 난방 수요와 맞물려 수급 차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발전 원료인 석탄 가격도 연초보다 5배 남짓 올라 있다.
1440달러에 육박하는 원·달러 환율 급등 역시 무역적자를 심화하는 요인이다. 환율은 원래 달러 기준으로 집계하는 무역수지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수출기업의 원화 기준 수익성을 키우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에너지값 급등세와 맞물려 현 시점에선 수출기업의 부담을 극대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를 비롯한 모든 화폐가치가 약세를 보이며 수출 경쟁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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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값 폭등을 만회해 오던 수출 역시 이상신호를 내고 있다. 9월에 9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증가세는 크게 둔화했다. 9월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도 당분간 현 무역적자와 수출둔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을 추진하고 나섰다. 전날 전기·가스료를 예정보다 더 올린 것도 수요 효율화를 촉진해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한 측면까지 고려한 조치다. 현 국제 에너지값 폭등 상황이 누그러지지 않는 한 에너지 수입액을 줄이는 것 외에 무역적자 축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주요국 역시 올 들어 계속 무역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들 국가 정부도 에너지 가격을 올려 사용량 줄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수출 지원 확대방안도 추진한다. 산업부는 오는 6일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지난달 출범한 수출현장지원단을 중심으로 기업 수출 지원 확대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이달 중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범정부 무역투자전략회의도 연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현 수준의 에너지 가격이 이어진다면 무역수지 개선은 쉽지 않으며 글로벌 경기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을 고려하면 당분간 높은 수출 증가율을 달성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라며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에너지 수입 수요 관리와 함께 수출 활성화·무역수지 개선을 총력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