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인 튀르키예…모든 건물 무너지고 길엔 사체낭 즐비

[인터뷰]`튀르키예 파견` 코이카 소속 KDRT 대원들
주민 통제, 통신 지원, 현지 정부와 소통 등 구조활동 뒷받침
인명구조 후 '이 사람이 마지막이면 어쩌나' 불안감
극한환경·추위 속에서도 현지주민 배려로 버틸 수 있어
  • 등록 2023-03-05 오후 1:49:19

    수정 2023-03-05 오후 8:01:29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로 구조 활동을 다녀온 코이카 소속 KDRT 대원들이 판교 본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민종 KDRT 사무국 팀장과 이찬휘·강해리 대원. (사진=코이카)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온갖 곳에 차량들이 뒹굴고 있었죠. 8층짜리 건물은 무너져서 3층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카카오톡이 끊어지니 그제야 구조현장에 왔다는 체감이 들었습니다.” “신혼 4개월 만에 파견이라 아내를 설득하기 쉽지 않았어요.”

강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로 구조 활동을 다녀온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직원들은 당시 소감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orea Disaster Relief Team·이하 KDRT) 대원으로 지난달 7일 현지로 출발해 약 열흘 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지역에서 구조 활동을 펼쳤다. 지난달 18일 서울로 무사히 귀국한 김민종 KDRT 사무국 팀장과 강해리·이찬휘 대원을 판교 코이카 본부에서 만나봤다.

튀르키예로 출발하기 전, 대원들은 가족들의 걱정에 발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결혼해 신혼 생활을 하던 이찬휘 대원이 가장 발길이 무거웠다. 이 대원은 “`내가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하니, 방금까지도 사망자가 나온 뉴스를 본 아내가 `어떻게 그런 위험한 곳에 가느냐`고 반대를 했다”고 했다. 떠나는 날 배웅을 나온 이 대원의 아내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튀르키예에 도착한 이들은 사무국에 있으며 현장 주민들을 통제하고 구조대 안전 확보, 언론 대응, 통신 지원, 현지 정부와의 소통 등 최적의 구조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KDRT는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하고 19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김민종 팀장은 과거 이라크·아프가니스탄·레바논에서 재건 활동을 했던 `베테랑`이지만, KDRT 소속으로 구호 활동을 온 건 처음이라고 했다. 김 팀장은 “지진 피해 현장에서 360도를 돌아보면 모든 건물이 무너져 있었다. 상상하기 힘든 정도의 피해였다”고 회상했다. 강해리 대원은 “처음 현장 출동을 나갔는데 처참하다는 표현도 모자라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체를 수습한 가방인 사체낭이 길에 쭉 늘어져 있었고, 유가족들은 떠나질 못 하고 절규하고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구호대는 활동 시작 약 1시간 반 만에 첫 생존자를 구조했다. 70대 남성으로,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강 대원은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나기 1시간 전에 구조를 했다”면서 “기쁨과 함께 ‘이 사람이 마지막이면 어쩌나’란 불안감이 동시에 찾아왔다”고 떠올렸다.

아비규환이었던 현장은 수도와 전기, 통신이 끊긴 것은 물론 추위와의 싸움도 만만치 않았다. 세수는 물론 양치를 할 때도 매번 생수를 이용해야 했다. 이 대원은 “씻는 순간, 밥 먹는 순간에 한국이 그리웠다. 따뜻하고 편안한 게 생각났다”면서도 “바쁘게 지내면서 잊어버리니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피로감이 극심했던 김 팀장은 여진이 나는지도 모르고 잠에 청했다고 한다. 강 대원은 어두운 숙영지에서 지내다 계단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이마에 상처를 입었다.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대원들을 버티게 한 건 현지 주민들의 배려였다.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었지만, KDRT 대원들을 위해 자신의 생필품을 나눠주기도 했다. 김 팀장은 “아이들이 오히려 대원들에게 생수나 과자를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대원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관리를 받고 있다. 김 팀장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이상 징후를 보이는 대원들을 개별 접촉해서 심리상담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한편 KDRT는 재난이 발생한 국가의 피해 감소, 복구, 또는 인명구조, 의료구호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신속하게 파견하는 긴급구호대다. 2007년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의 제정으로 설립, 외교부·코이카·소방청·보건복지부·국방부 등이 소속돼 있다. 2011년부터 `유엔 국제탐색구조자문단`(INSARAG) 국제구조대 역량 평가에서 최상급인 헤비(Heavy) 등급을 최초로 인증받았고, 5년 주기의 재평가를 통해 2016년 헤비 등급을 재획득했다. 올해는 10월에 등급 재평가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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