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 징병에 70명 응답"…이스라엘 초정통파 병역에 분열

이스라엘 건국 후 초정통파 병역 면제
전쟁 장기화로 징병 명령에 '반발'
"특권층 아니냐" 내부 불만 커져
높은 출산율로 인구 비율 증가 중
  • 등록 2025-01-13 오전 11:53:58

    수정 2025-01-13 오전 11:53:58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스라엘에서 유대교 율법을 엄격히 준수하는 ‘초정통파’의 징병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징병제인 이스라엘에서 건국 이후부터 면제를 받아왔던 초정통파의 병역 문제를 놓고 이스라엘 내부 분열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2024년 11월 17일 이스라엘 초정통파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군이 병력 증강을 위해 더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소집 통지를 내리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로이터)
1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이스라엘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스라엘군(IDF)이 초정통파 남성 1만여명에게 징병을 통보했지만 실제로 병역에 응한 사람은 70명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가자전쟁이 길어지면서 병력부족이 심해지자 초정통파 유대교도를 대상으로도 징집을 추진해왔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작년 6월 초정통파 남성들에게도 병역 의무를 부과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스라엘군은 올해 초 초정통파 유대교를 장병으로는 처음으로 50명을 정규군으로 징집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에서 1948년 건국 이후 줄곧 병역 대상에서 제외됐던 초정통파 유대교도를 상대로 한 징집령이 현실화가 됐다.

이처럼 이스라엘군이 초정통파를 징병하기 시작했으나 초정통파 사회는 병역을 신앙과 전통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해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병역을 거부하는 데에는 이스라엘의 역사적 배경에 있다. ‘하레디’로 불리는 이스라엘 초정통파 유대교도들은 1948년 건국 이후 나치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로 말살될 뻔한 문화와 학문을 지킨다는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아왔다. 건국 초기 다비드 벤구리온 초대 이스라엘 총리는 초정통파를 병역 면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전통적인 검은색 옷을 입고 기도하는 초정통파는 신앙에 평생을 헌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정통파의 남성들은 청소년기부터 유대교 신학교(예시바)에 다니며, 생업을 포기하고 종교 생활에만 전념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들은 징병제인 이스라엘에서 약 77년간 ‘혜택’을 누려온 모양새가 됐다. 결국 이스라엘이 주변국들과 끊임없이 분쟁을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초정통파의 병역 문제는 이스라엘 내 사회 갈등의 주요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초정통파 가정에서 태어나 군 복무에 지원했던 데이비드(가명·30)는 닛케이에 “군대는 세속 사회로 들어가는 입구였다”며 병역을 통해 초정통파를 넘어 사회에 발을 들였지만, 가족과 단절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병역을 통해 넓은 인맥과 새로운 기회를 얻었지만 초정통파 사회에서는 이를 신앙과 전통을 위협하는 행위로 여긴다고 전했다. 실제 그는 어린시절 “버스를 탈 때 여성들이 나를 볼 수 없도록 앞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배웠다”고 회상하며 인터넷은 ‘믿음을 흔들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초정통파 사회에선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이에 외부 세계에 대해 잘 모르고 엄격한 규칙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고도 했다.

닛케이는 데이비드씨의 사례처럼 병역 의무를 마친다고 해도 초정통파들이 세속 사회에 발을 들여놓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속 사회와 관계를 맺기 싫어하는 가족이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사회와 인연을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초정통파 교육 시스템은 종교 교육에 중점을 둬 세속적인 지식이 부족하며, 이는 군 복무 후 직업을 구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IDI) 조사에 따르면 초정통파 징병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증가하고 있다. 작년 11월 조사에선 84.5%가 초정통파 징병을 찬성했는데 이는 같은 해 1월 조사에서보다 17.5%포인트나 늘었다.

한 이스라엘 대학생은 초정통파에 대해 “일종의 특권층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예비역으로 소집돼 가자지구에서 세 번이나 지상군으로 싸우면서 전장에서 죽느냐 죽임을 당하느냐의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렸다며 “가족과 연인에게도 큰 걱정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초정통파의 징병 문제를 놓고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들은 유대교의 가르침을 충실히 지키며 생활하기에 출산율이 높은데 이스라엘 중앙통계청에 따르면 이스라엘 여성의 평균 출산율이 3.1명이지만, 초정통파는 7.1명이다.

초정통파의 높은 출산율로 이들의 인구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IDI는 이스라엘 전체 인구에서 초정통파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3년 14% 수준에서 2030년에는 16%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尹 관저로 유유히..정체는
  • 김혜수, 방부제 美
  • 쀼~ 어머나!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