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30일 오픈 에이아이(Open AI)가 일명 대화형 챗봇인 챗GPT를 공개하면서 세계적으로 광풍이 불고 있다. 챗GPT는 초대형 언어 모델인 ‘GPT3.5’ 언어 기술을 사용해 이용자들이 대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든 AI 챗봇의 일종이다. 챗GPT 사용자가 1억명을 넘어서는가 하면, 세계적인 IT 기업은 물론 국내 네이버, 카카오 등도 자체 GPT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AI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AI 신약개발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AI를 활용하는 만큼 챗GPT와 관련성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신약개발 기업 최초 상장사인 신테카바이오(226330)는 최근 회사 입장문과 언론사 기고문을 통해 챗GPT 활용을 여러차례 언급했다. 파미노젠 역시 챗GPT가 신약개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챗GPT를 치켜세웠다.
반면 AI 신약개발 전문가들은 챗GPT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챗GPT가 AI 신약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즉 챗GPT가 AI 신약개발 기업이나 업계에 당장 큰 변화를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별히 새로울 것 없는 챗GPT를 무리하게 홍보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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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AI 신약개발에 있어 전혀 새롭지 않은 이유는 유사한 알고리즘이 이미 AI 신약개발에 활용되고 있어서다. 실제 AI 신약개발 기업 A사는 챗GPT와 흡사한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해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A사 연구소장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AI 기술은 챗GPT와 굉장히 유사한 기술이다. 적용하는 분야가 케미스트리(화학)에 집중된 기술인데, 알고리즘 자체는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AI 신약개발 기업은 언어 번역 모델이라고 일컫는 트랜스포메이션 모델을 사용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A사 연구소장은 “AI를 한다는 기업들은 번역 모델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AI 업계에서 챗GPT는 굉장히 일반적인 기술로 통한다”며 “분자를 단어로 인식하고, 화학물 구조를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챗GPT는 사람이 AI에게 질문을 하면, AI는 질문을 어느정도 이해한 뒤 관련성이 높은 답변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AI 신약개발에 활용되는 알고리즘도 이와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AI에게 항암제 분자 구조를 학습시킨 뒤 새로운 항암제 분자 구조를 그려보라고 질문을 던지면,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항암제 분자 구조를 제시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특허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제 후보물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챗GPT, 기업 경쟁력 좌우 수단 아냐
석차옥 갤럭스(AI 신약개발 기업) 대표는 “챗GPT가 AI 신약개발에 있어 도움이 된다고는 볼 수 있다”면서도 “언어모델 자체가 다양한 분야에 많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신약개발과 관련된 데이터를 계속 생성하는 것은 굉장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해당 분야 성격에 맞게 더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AI 신약개발 기업 B사 관계자는 “챗GPT는 AI 신약개발에서 보면 알고리즘 영역이다. 알고리즘이 AI 신약개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시너지를 위해 챗GPT를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만능 열쇠인것처럼 홍보하면 안된다”며 “일부 AI신약개발 기업들은 결과는 안보여주고 매번 첨단기술을 한다고 홍보에 치중하고 있는데, 챗GPT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진 않는다. AI가 제시한 설계도를 잘 만들고, 합성해 뛰어난 후보물질을 만들 수 있는 기본 실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직격했다.
A사 연구소장도 “AI 신약개발의 핵심은 AI가 제시한 다양한 설계도 중에 가장 뛰어난 후보물질이 될 만한 것을 고를 수 있는 능력과 설계도가 나오면 이를 만들 수 있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AI 전문가와 약물 전문가가 회상 골고루 포진해야 한다. 챗GPT는 설계도를 뽑아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다. 챗GPT가 AI 신약개발 기업 경쟁력 자체를 높이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