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협의 과정에서 스마트폰, 완성차, 세탁기 등은 FDPR 적용대상이어도 군사용으로 사용되지 않는 한 수출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FDPR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설계를 사용했을 때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조항이다. 전자(반도체),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센서·레이저, 해양, 항법·항공전자, 항공우주 등 7개 분야에 관한 기술은 사실상 러시아 수출길이 막히는 셈이다. 미 상무부에 일일이 허가를 받으면 수출할 수 있지만, 허가 불확실성이 커 우리 기업들의 우려가 컸다.
다만 미 상무부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재는 FDPR 적용을 제외한다고 밝히면서 리스크는 완화됐다. 첨단기술이 러시아 군사용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는 게 제재의 목적인 만큼 러시아 소비자들에게 한정된 제품은 수출길을 열어주겠다는 얘기다. 산업부는 “미 상무부가 스마트폰, 완성차, 세탁기 등은 FDPR 적용대상이라고 해도 원칙적으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재로서, 군사 관련 사용자로의 수출 등이 아닌 한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강력한 러시아 제재로 공장가동이 막힐까 우려했던 우리 기업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과 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생활가전 부문에선 LG전자와 점유율 1위를 놓고 경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각각 생산 중인데 각종 부품을 우리나라, 베트남 등에서 공급을 받는다. 부품 수출길이 막힐 경우 공장 가동이 어려워져 자칫 유럽의 거점 중 하나인 러시아 시장을 포기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던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의 설명에 따라 스마트폰이나, TV 등 일반 소비재의 수출은 여전히 가능한 것으로 보여 리스크가 어느 정도는 해소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도 “자동차 부품 역시 제재 대상에서 빠지게 될 것 같아 안도하는 분위기”라면서 “미국의 최종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한국이 FDPR 예외 국가로 인정받은 이후에도 미국의 제재 수준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수출통제 조치를 유지해야 하므로 러시아와 제한 없이 거래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수출 허가권을 미국 산업안보국에서 우리나라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