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위법 만들 때 韓기업 예외 인정 최우선, WTO 제소는 차선책

美 IRA 시행으로 내년부터 K-전기차 보조금 중단 위기
법 자체는 못 바꾸지만 하위법 통한 완화·예외 가능성
  • 등록 2022-08-25 오후 7:38:00

    수정 2022-08-25 오후 10:20:05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세종=강신우 기자] ‘아직 협의 여지는 있다.’

정부와 업계가 한국산 전기차의 미국 내 보조금 중단 위기를 촉발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국 의회·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20일 만에 전격 처리한 법안인 만큼 현실적으로 법 자체는 뒤집을 순 없다. 그러나 내년 본격 시행까진 아직 4개월이 남은 만큼 그 하위법(시행령·시행규정) 제정 과정에 양자 협의를 통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판단이다. 정부와 업계는 특히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이후의 정세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양자협의 통해 하위법에 우리 기업 입장 반영 ‘총력전’

정부는 우선 양자협의를 통해 미국 정부가 IRA 하위법 제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IRA은 미국 상원 통과(7월27일·현지시간)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에 따른 발효(8월17일)까지 21일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진 만큼 곳곳에 허점이 있다. 우리 기업에 영향을 끼칠 세부 내용은 상당 부분 하위법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령 내년부터 보조금 7000달러(약 1000만원)를 전액 지원받으려면 북미 최종조립을 전제로 배터리에 쓰이는 광물의 40%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통해 조달받고 배터리 부품 비율도 북미산이 50% 이상이어야 하지만, 광물·부품 요건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다. 또 만약 미국이 이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할 경우 우리 기업뿐 아니라 미국 전기차·배터리도 이를 충족하기 어렵게 되는 만큼 미국 정부 역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리튬, 코발트, 흑연 등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광물 제련시설은 전 세계적으로도 중국 비중이 60% 전후에 이른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기업이 연내 기존 현지 공장을 활용해 현지 최종조립이란 미국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본 요건만 충족할 수 있다면, 한국산 전기차도 계속 보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상반기 중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확정해 둔 상태다. 또 IRA 시행에 대응해 이 계획을 반년 가량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3일 1~2주 일정으로 미국을 찾은 상태다.

업계에선 제때 대응한다면 IRA가 오히려 한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RA는 수입 전기차 보조금에 대해선 강하게 규제했으나 제조사마다 20만대로 한정해 둔 기존 규정은 삭제했다. 당장은 테슬라, GM 등 현지 기업에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차 전기차 전용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약 2년의 불확실성만 해소한다면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배터리 기업으로선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배터리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도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25일 산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우리에게는 큰 도전이지만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본질적으로 강화한다면 이를 기회 삼아 몇 년 후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1월 美중간선거 이후 정세 변화 주목…EU 공동대응도

IRA가 다분히 미국 정치 이벤트와 맞물려 서둘러 시행한 법안이라는 점도 우리 정부가 양자협상에서 파고들 여지를 남긴다. IRA는 이름대로면 미국의 가파른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론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7400억달러(약 1000조원)을 투입하는 부양책에 가깝다. 이 법안은 원래 지난해까지만 해도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법’이란 이름으로 추진됐다. 최근의 급격한 물가 인상 우려 속 이름만 바꾼 모양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법안 내용을 보면 ‘인플레이션 감축’이란 이름과 연결이 안 된다”며 “사실상 국제협약을 뒷전으로 한 자국 중심의 일방적 조치인 만큼 같은 피해에 직면한 독일, 일본 등 기업과 공조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반하는 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와 업계가 주목하는 건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는 11월 이후의 미국 내 정세 변화다. 이창양 장관은 “IRA는 미국 정부가 중간선거에 대한 정치적 고려 아래 첨단산업 보호와 자국 산업 우선주의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정세 추이를 지켜보며 행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는 미국과의 양자 협의 과정에서 EU와의 공조 가능성도 ‘카드’로 쓸 예정이다. 산업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분쟁해결 절차 대신 상소기구가 정지된 WTO 제소를 우선 고려하는 것도 관련국과의 공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수입 전기차 판매량(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차 포함)은 한국산이 3만2000대, 일본산이 6만30000대, 독일산이 5만대, 스웨덴산이 2만3000대다.

그러나 정치적 결정인 만큼 미국 측이 IRA를 완화하지 않는 것은 물론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적지 않다. 협상과 별개로 미국 현지생산 확대와 광물·부품 수급 다변화 노력을 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기보 교수는 “IRA가 미국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나온 법인 만큼 현 시점에서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미국 현지 공장을 서둘러 짓고 배터리 소재 조달국을 다변화하는 등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2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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