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줄이려다 브레이크 밟을라…재생에너지업계 `노심초사`

인수위발 `재생에너지 감속` 시사 발언 잇달아
태양광·풍력기업 정책 불확실성 확대 속 우려
"신재생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여야 공조 전망도
인수위 "과학적 기반 근거해 최적 조합 찾겠다"
  • 등록 2022-04-11 오후 6:21:36

    수정 2022-04-11 오후 6:21:36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 연일 재생에너지발전 `감속(減速)`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현 시점에선 감속이지만 언제 브레이크가 걸릴 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탈(脫)원전은 무리한 정책”이라며 (정권 교체 이후) 정상화해야 할 우선 정책 중 하나로 꼽았다. 맥락상 원자력발전을 인위적으로 줄인 현 정부를 비판하는 말이었지만, 결과적으론 원전을 재생에너지발전 확대로 대체한다는 현 중장기 정책 자체를 재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오후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이달 5일 식목일에 “무분별한 태양광 설치가 산림과 논밭, 저수지 수중 생태계를 훼손했다”며 “새 정부 국정과제 수립 과정에서 이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인수위는 지난달 29일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 과정에서도 이 곳 신·재생에너지사업과 관련해 “근본적으로 엄밀히 평가하고 그 필요성과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감속이 브레이크 될라…업계는 우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2030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현 30%에서 20~25%까지 줄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원전 비중 목표는 30~35%를 유지한다는 전제로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감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치만 보면 여전히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 목표가 더 가파르다. 올 1월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3%인 만큼 7년 내 13%포인트 이상은 끌어 올려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원전과 대조적이다. 원전은 현행 29.4%에서 소폭 끌어올리는 정도다. 현재 신규 원전 4기가 건설 막바지에 이른 만큼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 일부를 계속운전(수명연장)하더라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재생에너지업계의 우려는 현 정부의 감속 정책이 자칫 브레이크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에서 7%까지 4%포인트 끌어 올리는 데 5년이나 걸렸는데, 후순위로 밀린 정책 지원 아래에서 7년 내 13%포인트 더 끌어올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2018년 이후 정부 정책에 힘입어 매년 3~5기가와트(GW)씩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발전량 증가 속도는 이에 못 미친다. 누적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작년 말 29GW(태양광 21GW, 풍력 1.7GW)로 국내 전체 발전설비의 15%를 웃돌지만 발전량 비중은 그 절반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과 함께 전력계통의 연계 등 문제 때문이다.

연도별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 (표=산업통상자원부)


특히 적자 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태양광발전 기업과 이제 막 시작 단계인 풍력발전 사업자들의 우려가 크다. 수년간 공들여온 사업이 멈추거나 더뎌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국내 대표 태양광 발전설비 기업인 한화솔루션(009830)은 이 부문에서 지난해 3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에너지솔루션(322000)이나 신성이엔지(011930) 등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LG전자(066570)는 아예 올 2월 태양광 패널사업을 접었다. 중국산(産) 저가 공세와 폴리실리콘 등 원자재 가격 급등과 미국·유럽 등지에서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 여파가 맞물린 결과다. 여기에 국내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전단지를 조성하고자 수년 동안 현장에서 부딪혀가며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지역 주민 수용성 등 절차를 밟았고 이제 막 빛을 보려는 참이었는데 또다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새 정부도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으로 믿지만 당장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과학 기반 최적 조합 찾을 것”

정권교체기인 만큼 정부와 발전공기업도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인수위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과 관련해 뚜렷한 방향성은 제시하지 않은 채 인수위 안팎에서 축소를 시사하는 언급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관련 사업의 적정성과 필요성 검토를 요청받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정·변경하라는 후속 논의는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계획한 사업은 그대로 진행하고 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사업적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준공한 새만금 육상 태양광발전단지. (사진=새만금개발청)


한국전력(015760) 산하 발전 공기업도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추진하되 윤석열 정부의 새 정책 방향이 나오기 전까지는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이들로선 인수위 안팎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의무공급 비율 하향 조정 논의가 나오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새 정부 역시 석탄화력발전 감축 계획에는 변동이 없는 만큼 새로운 먹거리 확보는 필수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르기 어려운 세계적 추세인 만큼 새 정부 역시 원전과 함께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리란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이번 정권 교체로 분산에너지법이나 풍력발전촉진법처럼 국민의힘 측 반대로 국회에 계류 중이던 재생에너지 확대 법안이 양당의 합의로 통과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온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정부와 기업은 RE100 등 정책을 앞세워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무역장벽화 하고 있다. RE100은 애플, 구글, BMW 등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발전 전력만 사용하겠다며 맺은 국제 협약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없인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것도 막힐 수 있다.

서정석 BNZ파트너스 수석컨설턴트는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도 여당이 되면 성과가 필요한 만큼 오히려 양 당이 힘을 합칠 가능성도 있다”며 “원전을 포함하지 않은 RE100 대응이 눈앞의 통상 압력으로 작용하는 상황이 된 만큼 우리 국가와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세계적 추세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 정부의) 에너지 믹스엔 오류가 있었던 만큼 수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원전 건설 재개나 수명연장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전체 에너지 믹스는 과학적 기반에 근거해 최적의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역시 새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해 “합리적이고 실용적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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