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한국도 못 피한다…"민관 협력 필요"

  • 등록 2024-06-16 오전 7:41:35

    수정 2024-06-16 오전 7:41:35

[뉴욕(미국)=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을 승인하기까지는 온갖 잡음이 있었다. 가 본 적 없는 길을 가기 위해 지리한 소송까지 지나 왔다. 지난 5월 가상자산 현물 ETF 관련해 논의하기 위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찾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 상태에서 소비자 보호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있다”면서 “그에 대해 (SEC도)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코인베이스가 신뢰받는 수탁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사진=AFP)


나스닥은 어떻게 코인베이스와 손 잡았나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법도 없는 미국에서 비트코인을 ETF 형태로 제도권에 편입할 수 있던 이유로는 코인베이스 같은 신뢰받는 수탁기관의 존재가 꼽힌다. 현재 미국에선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발행하고, 나스닥이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를 맡는다. 현재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11개 중 8개는 수탁사인 코인베이스가 비트코인 현물을 관리하고 있다.

시장가격을 조작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코인베이스는 ETF 발행사 및 나스닥과 감시공유계약을 맺고 가격 조작을 막는다. 이들은 시장 상황과 가격 움직임을 공동으로 조사한다.

현재까지는 코인베이스가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자 보호를 잘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머 머싱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은 “당국은 비트코인 현물을 관리하는 수탁사와 관련해 엄격한 요구 사항을 가지고 있는데 코인베이스가 이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며 “실제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인베이스 같은 민간 거래소가 나스닥과 손을 잡고 공동감시에 나선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는 수탁사의 필수 조건인 신용뿐 아니라 코인베이스의 거래 규모나 평판 등도 영향을 미쳤다. 그간 전통적인 자산운용사와 트레이딩 파트너로 일해 오며 쌓은 신뢰가 비트코인 현물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의 신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코인베이스가 정부 개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투자자 보호에 진심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모린 오하라 미국 코넬대학교 재무 교수는 “너무나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이 불법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런 범죄 행위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다면 정부가 개입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들에게도 최선”이라고 평가했다.

코인베이스의 독점이나 특혜 논란보다는 투자자 보호 능력을 입증하는 데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물론 독점으로 인한 시장실패를 피하려면 코인베이스 이외에도 더 많은 수탁자가 나오는 게 맞지만, 투자자 보호만 제대로 한다면 문제 없다는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서학개미 직구 못 피한다…“당국규제, 혁신 막아선 안 돼”

한국은 코인베이스도 눈여겨보는 가상자산 투자처다. 존 올로글렌 코인베이스 APAC 매니징 디렉터는 “한국은 디지털 자산을 주목하는 상당한 소비자 기반이 있다”며 “강력한 웹3.0을 보유한 가상자산 선도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 금지에도 한국에서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비트코인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4월2일 상장한 ‘프로셰어즈 울트라 비트코인 ETF’를 8170만달러(약 1123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는 순매수 9위인 인텔(9098만달러·1250조원) 뒤를 잇는 규모로, 같은 기간 스타벅스(7925만달러·1089억원)를 웃돌았다.

이는 한국 투자자들 역시도 비트코인 현물 상품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금융당국 역시도 가상자산 현물 ETF 매매를 승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코인베이스 같은 수탁사가 있어야 비트코인 현물 ETF을 상장하고 거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가상자산의 안전성과 규정 준수에 대한 산업 표준을 세우고, 자금세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수탁사가 거래소와 감시공유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시장은 당국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지 않으면서 동시에 투자자를 변동성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머싱어 위원은 “당국이 할 일은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시장이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는지와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투자자가 위험에 대해 완전히 투명하게 알고 있는지 확실히 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역할은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장이 점점 성장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등장하는 것을 볼 때 어떻게 하면 그 혁신을 억제하지 않고 관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젠슨 디렉터 역시 “비트코인 현물 ETF는 매우 전통적인 ETF라는 형식을 띰으로써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한 좋은 예”라며 “앞으로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기관들 간의 협업이 산업을 진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바다 위 괴물' 내부 보니
  • 우승 사냥
  • 망연자실
  • 갑자기 '삼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