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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마저 첫 ‘자이언트스텝’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22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고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50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BOE는 1995년 2월 이후 27년여 만에 처음 25bp가 아닌 50bp를 올렸는데, 이번에도 빅스텝 모드를 이어갔다. BOE는 지난해 12월 이후 7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금리 수준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이번 회의에서 위원 9명 중 5명은 50bp 인상에 동의했지만, 3명은 75bp에 손을 들었다. 시장에서는 이미 오는 11월 MPC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BOE는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진다면 필요에 따라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9%에 달했다.
영국뿐만 아니다. 경제 체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스위스마저 사상 처음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이날 금리를 -0.25%에서 0.50%로 인상했다. 스위스는 유럽 주요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했던 나라다.
특히 스위스는 수력 같은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 자체적인 경제 체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 충격을 비교적 덜 받았다. 지난달 스위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를 기록했다. 그러나 스위스 자체적으로 보면 0%대 인플레이션이 3%대로 뛰었다는 점에서 긴축은 불가피했다. 고물가에서 자유롭지 않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외에 북유럽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금리를 1.75%에서 2.25%로 50bp 올렸다. 스웨덴의 경우 최근 금리를 1.75%로 100bp 인상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아시아 주요국 역시 상황은 똑같다. 홍콩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직후 회의에서 75bp 인상을 결정했다. 현재 금리 수준은 3.50%다. 2008년 4월 3.75% 이후 14년여 만에 가장 높다. 홍콩은 1983년부터 홍콩달러 가치를 미국 달러당 7.75~7.85홍콩달러 범위에서 연동하는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시행해 왔다. 연준과 긴축 스텝을 맞출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홍콩 외에 대만은 125bp, 인도네시아는 50bp, 필리핀은 50bp 각각 인상했다. 한국은행(BOK)도 추후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日·튀르키예, 돈 풀기 마이웨이
그러나 이 와중에 일본은 여전히 완화를 고수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도록 제한 없이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금융 완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BOJ는 “2% 물가 목표치 실현을 위해 필요한 시점까지 장단기 금리조작을 실시하는 금융 완화를 이어간다”며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않고 추가적인 완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연 80%에 달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아예 금리를 인하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이날 금리를 13.00%에서 12.00%로 100bp 내렸다. “치솟는 물가의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료품·에너지 가격 인상 등 외부요인 때문”이라는 게 튀르키예 중앙은행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