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팡질팡 K-칩스법, 국가 명운 걸렸다며 왜 눈치보나

  • 등록 2023-01-03 오전 5:00:00

    수정 2023-01-03 오전 5:00:00

반도체 지원방안을 놓고 정부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엊그제 반도체와 배터리·백신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10% 이상 높이는 방안을 금주내 발표하겠다고 했다. 국회가 지난달 23일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6%에서 올해부터 8%로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지 이틀 만이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방안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이른바 K-칩스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변죽만 울리다 용두사미로 끝났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의지에 부합해 반도체 특위까지 구성하고 대기업 20%, 중견·중소기업 25~30%씩의 세액 공제방안을 담은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초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프레임에 걸려 4개월간 표류 끝에 대기업 공제 폭만 2%포인트 찔끔 인상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업계의 숙원인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증원’은 특혜시비 우려로 없던 일이 됐다.

어이없는 사실은 세액 공제율이 야당안(10%)보다도 후퇴한 원인이 기재부의 근시안적 시각 때문이었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여당안대로 20% 세액 공제를 적용하면 법인세 세수가 2조 7000억원 가까이 줄어든다며 반대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이라며 총력 지원을 공언해 왔는데 실무 부처가 뒤에서 발목을 잡은 셈이다. 법인세를 경쟁국 수준으로 인하해야 투자와 고용이 살아난다던 기재부가 정작 반도체 분야에선 딴소리를 한 것이다.

국가 명운이 걸린 정책은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미국이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를 보유하고 있는 대만의 안보에 공을 들이는 데서 보듯 반도체는 ‘산업의 쌀’을 넘어 국가 전략자산이 된 지 오래다. 미국이 반도체 투자의 25%를, 중국은 100%까지 공제해 주는 등 전 세계가 반도체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반도체 한 품목이 국가 경제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과연 총성 없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의 반도체가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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