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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푸른 산과 계곡, 나무와 풀. 그 아래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물이 넘실댄다. 붉은 벽돌과 기와가 점점이 박힌 집은 덤이다. 이 웅장한 풍경에서 시선을 끄는 얇은 ‘줄’이 있으니, 번지점프다. 그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한 사람은 첩첩이 쌓인 자연을 수직으로 관통하며 그 자체로 풍경이 됐다.
세세한 묘사보단 눈앞에 펼쳐진 풍광의 감흥을 옮겨낸다. 덕분에 작가의 풍경화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절경’이다. 전통적인 사생을 유지하면서 전통적인 사생을 파괴하는 게 핵심이란다. 자신만의 모필을 개발하고 과감한 색채의 대비를 빼내는 식. “단순한 물리적 재현이 아닌 정신적 재현”이라 말한 바로 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