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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대전환 시대를 맞이한 우리의 고민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 등록 2021-10-26 오전 6:15:00

    수정 2021-10-26 오후 2:08:30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코로나 19와 싸움을 시작한 지 벌써 1년 9개월을 지나고 있다. 바이러스와 열심히 싸우면 일상이 빠르게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리라는 당초의 기대는 어긋났다. 이제 이 역병은 오래 갈 것이며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도 상황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 것에서 위안을 삼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백신 완전접종률이 70%를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거리두기의 강도를 서서히 줄여나가고 있다. 다른 나라들, 특히 G20 국가들의 코로나 팬데믹 성적표를 보면 대부분이 거의 처참한 수준이다. 가히 100여 년 만에 최악의 역병으로 기록될 만하다.

코로나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타격은 소득별, 지역별, 직군별, 국가별로 차별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는 우리의 일상에 더 가까이 와서 팬데믹과 싸워주고 있지만,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와 별개로 소외감과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개인과 국가의 관계,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바뀌는 대전환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21세기 대 변동: 개인, 가치 그리고 국가”라는 주제로 10월 18~21일 나흘 동안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된 18차 발다이 클럽 연례회의는 우리가 느끼는 코로나 후유증을 모두가 같이 느끼고 있는 가운데, 경제 회복, 산업 대전환, 급변하는 국제관계를 맞이하며 새로운 도전들이 앞에 놓여 있으며, 이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합쳐 싸워 나가야 함을,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져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더듬거리면서 같이 힘을 합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견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만성화된 팬데믹에 맞서 정부의 기민한 대처와 경험 축적이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었으며, 기술 발전이 현재의 많은 도전을 해결해주리라는 낙관론도 있었다.

불가피하게 강화된 디지털 통제가 개인에게 큰 위협임을 깨닫게 된 것은 향후 개인과 국가 간의 관계를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위기 시 사람들의 무관심과 무책임한 태도가 더 위협적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디지털 정보의 홍수는 개인과 공동체에 피로를 주는 가운데 IT 기업과 정부에 대해 개인정보를 더욱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었다. 전 세계적으로 중산층의 부담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이를 우선 과제로 해결해야 하고, 국제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성도 제시됐다.

국제관계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세계는 30년 만에 미국 일극주의에서 다극화로 가고 있는데, 이를 미중 간 양극화로 보는 것은 실상을 오도하는 것이고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국 간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다른 국가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럼에도 디지털, 환경과 기후변화, 군사안보, 공급망, 비전통적 안보 분야에서 과제가 산적해 있으며, 향후에도 다자차원에서 국제협력이 쉽지 않다는 점, 이런 차원에서 G20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발다이클럽에서 주관하는 회의이다 보니 러시아의 관점을 살펴보는 계기도 되었다. 러시아가 갖고 있는 고립에 대한 근원적 공포, 예컨대 나토의 확장에 대해 러시아가 느꼈을 충격이라던가, 애증이 교차하는 러시아-유럽 관계, 중동과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미국의 대유라시아정책에 따라 크게 영향 받고 있는 상황, 중국의 부상에 따른 협력과 경쟁, 특히 구소련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거침없는 진격에 대한 불안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에너지 수출국이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급변하는 정세의 변화는 러시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바, 이 지역에서 거침없이 진행되는 군비경쟁에 대한 우려가 주목할 부분이다. 매일 밤 9시 너머까지 토론이 진행되는 강행군 속에서도 특히 두 연사가 기억에 남는다. 90여 분 동안 진행된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비교적 솔직하게 러시아 대외관계의 현 주소를 설명해 주었고, 회의 마지막 날 무려 3시간 30여 분 동안 계속된 푸틴 대통령과의 사전각본 없는 토론은 러시아 지도자의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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