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고가 기체 노후화로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이 기종을 몰아야 할 조종사들은 불안하기 마련이다. 조종사들이 “목숨 걸고 탄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도 공군은 아직 약 100대의 노후 기종을 유지하고 있다. 공군에게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주어진 임무 수행과 훈련을 위해 노후 전투기를 띄워야 하는 공군 지휘부의 고뇌가 느껴진다.
벌써 도태시켜야 할 노후 기종을 아직 운용하고 있는 이유는 신형 전투기가 제때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이 진행됐지만, 중간에 사업 추진이 불확실해졌다.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정적 보고서가 결정적이었다. 개발비용이 과다하여 직구매 대비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견해였다. 나중에 사업추진이 결정되었지만, 공급 일정이 10년 이상 미뤄졌다. 그 결과 젊은 조종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비행이 그만큼 연장됐다.
우선, 노후 전투기에 대한 철저한 검사를 통해 사고위험이 있는 항공기부터 조기 도태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기계가 오래되었다고 못 쓰는 것은 아니다. 상태가 좋은 전투기는 계속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전투기는 조기에 퇴역시키는 것은 공군의 사기와 조종사들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 물량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일부 노후 전투기가 비행에서 제외된다면, 그만큼 임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항공기가 줄어든 만큼 임무의 경감도 필요하다. 수원과 강릉에 집중 배치된 F-5나 F-4 전투기가 담당하는 임무와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이들이 담당하는 임무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항공력의 수준이나 전력을 고려할 때, 다소 비행 횟수를 줄인다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늘도 우리 젊은 조종사들은 조국의 영공을 수호하기 위해 노후 전투기에 몸을 싣고 있다. 그러나 더는 임무 수행의 이름으로 이들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제 공군 지휘부가 나서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전쟁을 대비하는 군인으로서 언제든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장병들의 목숨을 중시하지 않는 군대는 결코 훌륭한 군대라 할 수 없다. 그들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공군 지휘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공군을 비롯한 군 지휘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