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지난주 금요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확정된 후 여론조사가 쏟아졌습니다. 윤 후보가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제대로 누리며 지지율 급등을 경험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윤 후보와 벌어지는 격차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초 민주당 내부에서는 윤 후보의 등판을 내심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정치경력이 짧은데다 부인과 관련된 의혹 등 공세를 펼칠 요소가 많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래서 이른바 ‘윤나땡(윤석열이 나오면 땡큐)’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윤 후보의 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윤 후보의 경선 승리 이후 발표된 지난 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10% 포인트 이상 급등한 43.0%를 기록했습니다. 이 조사는 윤 후보와 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포함된 가상대결 결과였는데요. 이 후보는 오히려 2.0% 포인트 하락한 31.2%를 기록, 윤 후보와 두자릿 수 이상의 격차를 기록했습니다.
이튿날에도 리얼미터 여론조사가 공개됐는데요. 동일한 주제로 진행된 조사에서 윤 후보는 11% 포인트 상승하며 46.2%의 지지율을 기록, 이 후보는 소폭 하락한 34.2%를 기록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이같은 추세는 NBS 여론조사 등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죠.
이 후보가 더 웃지 못한 이유는 세부 수치에 있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참여한 20대 중 무려 41.8%가 윤 후보를 지지,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23.3%에 그친 것입니다. 30대에서도 35.6%대 39.5%로 윤 후보에게 밀리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청년층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수치가 나온 것이죠.
특이 이른다 ‘이대남(20대 남성)’ 층의 이 후보 지지율은 20.5%로, 70세 이상 여성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조사를 의식해서였을까요. 이 후보는 청년층을 겨냥한 행보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청년층과의 가상자산 간담회 자리에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정책 내용과 지향에 대해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실망감을 많이 갖고 있을 것”이라며 “이재명이 후보가 된 민주당은 과거와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정부에게 실망한 청년층에게 자신을 다를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죠.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과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
|
다만 돌발 발언에 대해서는 극히 조심하고 있습니다. 행사를 마친 후 진행되는 기자와의 ‘백브리핑(비공식적 브리핑·background briefing)’을 거의 중단하다시피한 건데요. 원래 백브리핑에서는 공식 브리핑 이면에 대한 질문이나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 만큼 현장 기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합니다.
이 후보는 자신을 언론 친화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백브리핑을 피하는 인물이 아니었지만, 혹시나 실수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당 차원에서 이를 막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는 측면이 ‘불통의 이미지’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이에 대한 이재명 캠프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