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상 초유로 학교 수업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데다 학원, 헬스장, 식당, 까페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으로 모든 일을 집안에서 모든 해결하는 소위 ‘방콕족(族)’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을 상대로 한 층간소음 폭로글과 관련 규제법을 만들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등장 등은 층간소음에 따른 이웃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홈트·재택근무 등 영향…민원 폭발적 증가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가 덮친 지난 한해 서울시 층간소음 상담실에 접수된 공동주택 층간소음 민원(전화상담·현장상담·소음측정)은 1196건으로 직전연도(882건)에 비해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층간소음 상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화상담 건수만 보면 1월 53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최고조에 달한 지난달 122건으로 배 이상 급증했다.
|
통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는 입주자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을 말한다.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발생하는 발걸음 소음, 가구 끄는 소리, 물건 떨어지는 소리, 텔레비전, 음향기기 등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소음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홈트(홈트레이닝),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이 늘면서 소음 갈등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거주하는 주모씨는 “야간일을 하고 오전 시간부터 잠을 자는데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아이들이 뛰노는 소음 등에 온 신경이 곤두설 정도”라며 “위층을 찾아가니 아파트 관리사무실로 연락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지만 결국 바뀐 건 전혀 없다. 이사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근 개그맨 이휘재씨 부부가 층간소음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가운데 개그맨 안상태씨, 이정수씨에 대한 폭로글이 속속 올라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들을 비난하는 글도 폭주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의 악화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층 강화되면서 층간소음 문제를 객관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에서는 지난달 거리두기가 2.5단계 상향 이후 전화상담 외에 현장 상담은 모두 중단한 상태.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을 나가면 그래도 소음(데시벨) 측정이나 발생 원인 등을 파악해 볼 수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불가능해 전화로만 따로 중재하는데 그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 상황의 장기화로 사회 전반적으로 민감성이 높아지면서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공생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사회적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