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쾅,쾅' 층간소음 민원 3배 늘었지만…현장방문은 막혔다

"스트레스로 공황장애 더 심각해져"
서울시, 1년새 민원 35% 늘었지만
거리두기 강화로 현장상담 올스톱
靑청원 등장하며 사회문제 재부상
  • 등록 2021-01-20 오전 5:50:00

    수정 2021-01-20 오전 11:03:43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40대 가장 김모씨는 요즘 윗층 소음에 밤잠을 설친다. 재택 근무로 하루 종일 집안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평일은 물론 주말 밤낮으로 쿵쿵거리는 소리에 관리사무소에 신고도 했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김씨는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집안에만 갇혀있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애들과 씨름하기도 벅찬데 윗층 소음까지 심해지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상 초유로 학교 수업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데다 학원, 헬스장, 식당, 까페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으로 모든 일을 집안에서 모든 해결하는 소위 ‘방콕족(族)’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을 상대로 한 층간소음 폭로글과 관련 규제법을 만들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등장 등은 층간소음에 따른 이웃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홈트·재택근무 등 영향…민원 폭발적 증가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가 덮친 지난 한해 서울시 층간소음 상담실에 접수된 공동주택 층간소음 민원(전화상담·현장상담·소음측정)은 1196건으로 직전연도(882건)에 비해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층간소음 상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화상담 건수만 보면 1월 53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최고조에 달한 지난달 122건으로 배 이상 급증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가 접수한 전국 층간소음 민원(전화상담·현장진단) 실태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월 전국 단위 층간소음 민원은 2761건이었지만 12월엔 7677건으로 4916건(2.8배)이 늘었다. 서울 지역의 경우 같은 기간 496건에서 1441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겨울철을 맞아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사실상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아래층과 위층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 뿐이어서 재상담 접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통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는 입주자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을 말한다.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발생하는 발걸음 소음, 가구 끄는 소리, 물건 떨어지는 소리, 텔레비전, 음향기기 등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소음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홈트(홈트레이닝),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이 늘면서 소음 갈등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거주하는 주모씨는 “야간일을 하고 오전 시간부터 잠을 자는데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아이들이 뛰노는 소음 등에 온 신경이 곤두설 정도”라며 “위층을 찾아가니 아파트 관리사무실로 연락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지만 결국 바뀐 건 전혀 없다. 이사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새해 첫날 배포한 ‘집에서 콕! 핵심 방역수칙도 콕콕! 짚어드릴게요’라는 제목의 영상. 이 영상은 공개된 후 엄중한 방역 조치가 시행되는 사회 분위기에 맞지 않고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 등을 고려하지 못한 영상물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결국 복지부는 관련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복지부가 공개했던 영상 캡처)
◇잇단 연예인 소음 폭로 글에 갈등 격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층간소음을 규제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층간소음’, ‘아파트층간 소음법을 만들어달라’, ‘공동주택 거주자 층간소음 의무교육 이수’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돼 있다. 한 청원인은 “층간소음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가 더욱 심해져서 일상생활은 물론 직장생활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적으로 층간소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개그맨 이휘재씨 부부가 층간소음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가운데 개그맨 안상태씨, 이정수씨에 대한 폭로글이 속속 올라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들을 비난하는 글도 폭주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의 악화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층 강화되면서 층간소음 문제를 객관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에서는 지난달 거리두기가 2.5단계 상향 이후 전화상담 외에 현장 상담은 모두 중단한 상태.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을 나가면 그래도 소음(데시벨) 측정이나 발생 원인 등을 파악해 볼 수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불가능해 전화로만 따로 중재하는데 그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 상황의 장기화로 사회 전반적으로 민감성이 높아지면서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공생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사회적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박결, 손 무슨 일?
  • 승자는 누구?
  • 사실은 인형?
  • 한라장사의 포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