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여야 정치권

  • 등록 2021-01-06 오전 6:00:00

    수정 2021-01-06 오전 6:00:00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양 사건’을 두고 전국민적 애도가 쏟아지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아동학대 방지 4법’을 조만간 내놓기로 했으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아동학대 등에 대한 ‘국민 생명 무관용 3법’을 입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대 국회(2016년 5월~2020년 5월)에서 발의된 ‘아동학대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은 총 41건이었다. 이중 7건을 제외한 30건 이상의 법안은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폐기된 법안들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는 물론 조속한 현장조치 시행 등을 골자로 한 법안들이었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지난 국회에서 해당 법안들을 제때 통과시켰다면 오늘날 정인양 사건을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정치권에서는 대형 이슈가 터질 때마다 관련 대책을 마련한다는 미명 하에 각종 법안들을 등장시켜왔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 가해자 처벌 및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민식이법’을 비롯해 어린이통학버스 신고 대상을 확대하는 ‘태호·유찬이법’, 어린이 안전사고 시 응급조치를 의무화하는 ‘해인이법’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권은 국민적 관심과 주목도가 높은 사안에 대해서 ‘반짝 입법’으로 사태를 진정시키곤 했다. 아쉬운 대목은 이 부분이다. 정치권이 평상시 입법 활동에 충실했다면 누군가가 희생되는 불미스러운 일을 미연에 방지했을 거라는 점이다.

2만 1594건 중 1만 4769건. 지난 20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순수하게 발의한 총 법안들,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들을 대비한 숫자다. 폐기율이 70% 가까이 육박한다. 법안 10건을 발의해도 7건은 반영이 안 된다는 의미다.

법안이 만병통치약이란 얘기가 아니다. 정치권에 사건의 책임을 씌우고자 함도 아니다. 다만 법안의 발의부터 처리까지 정치권이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달라는 것이다. 의원이 발의한 모든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의결 등을 거쳐 처리된다. 발의자뿐 아니라 의원 300명 모두가 입법 과정에 책임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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