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약한 독재자들의 권력은 '포장'이었나

독재자가 되는 법
프랑크 디쾨터|496쪽|열린책들
  • 등록 2021-03-03 오전 6:00:00

    수정 2021-03-03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독재자라고 하면 흔히 폭군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권력을 얻기 위해 폭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러나 애초부터 대중의 지지가 있었다면 독재자들이 폭력을 동원할 이유는 없다. 중국 현대사의 권위자이자 논픽션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새뮤얼 존슨상’을 수상한 저자가 “독재자는 원래 나약한 존재”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나약한 독재자는 어떻게 권력을 잡는 것일까. 저자는 그 비결을 ‘개인숭배’에서 찾는다. 무솔리니,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뒤발리에, 차우셰스쿠, 멩기스투 등 현대사의 중요한 독재자 8명들을 분석한 결과다. 이들은 겨우 잡은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숙청과 속임수로 정적을 제거해 나갔지만, 결국에는 개인숭배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했다.

이러한 개인숭배는 대개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먼저 권력을 얻은 뒤 언론을 장악한다. 그리고 예술가, 지식인들이 독재자의 ‘영웅 신화’에 새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히틀러의 전속 사진사 역할을 한 하인리히 호프만이 1932년 ‘아무도 모르는 히틀러의 모습’이라는 사진집을 통해 히틀러의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외국인을 끌어들여 자신의 독재를 합리화하기도 한다.

독재자들은 세심하게 연출된 행진, 치밀하게 구축된 신비주의 장막, 지도자를 찬양하는 노래와 출판물로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히틀러는 신비주의적 유사 종교에 기초한 유대를 강조하며 자신을 대중과 하나로 연결된 메시아처럼 포장했고, 아이티의 독재자 뒤발레은 부두교 사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자신이 초자연적인 힘을 가졌다는 소문을 부추겼다. 이처럼 저자는 개인숭배가 독재 정치가 낳은 부수적인 요소가 아닌, 독재 정치를 떠받치는 핵심 기둥임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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