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미술계가 정부의 ‘이건희기증관’ 설립 계획은 “기관의 성격 및 기증의 의미를 퇴색하는 성급한 결론”이라고 비판하며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에 오른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위)와 국립중앙박물관 인근 서울 용산구 용산동 부지(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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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12일 입장문에서 “새롭게 건립될 시설의 성격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비전과 미션조차 분명치 않다”며 “실체도 분명하지 않은 기관의 설립을 경솔하게 발표해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에게 희망 고문을 했을 뿐 아니라 국민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화예술기관은 항구적이며 영속적인, 비영리적 기관이기 때문에 설립 전 기관의 지속가능성 즉 주제와 소장품의 확보 및 확대방안, 건축비와 연간운영비, 조직 그리고 개관 후의 효과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의 결정은 이를 결여한 성급한 결론”이라며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단체는 “‘이건희기증관’이 어디에 설립되는지 장소에 주목하고 있지만, 새롭게 건립될 기관의 성격과 의미를 먼저 정하고 이를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희기증관’ 설립이 기증자의 기증 의미를 퇴색한다고도 비판했다. 이들은 “기증자는 시대와 지역 장르를 넘나드는 컬렉션을 장르별, 시대별, 지역별 분류원칙에 의거 전국 국·공립 미술관, 박물관에 기증했다”며 “하나의 기관을 설립해 모든 기증품을 모으는 것은 기증자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분산 기증한 뜻을 존중해 양 기관에 기증품의 수장과 관리 향후 확대방안까지 일임하라”며 “국립근대미술관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분리 독립시켜 신설하라”고 덧붙였다.
미술계 인사 677명이 참여한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이건희 컬렉션’을 활용해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하라고 요구해왔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을 한 곳에서 전시하는 별도의 기증관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나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에 짓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