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반도체 장비기업 CEO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가격이 하락하면서 올해 국내를 중심으로 관련 투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반면 ‘제조2025’(첨단산업 육성정책)를 선언한 중국은 업황을 고려하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며, 이 과정에서 중국에서 장비기업들의 먹거리가 생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기해년(己亥年) 벽두부터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 조선과 철강, 자동차 등에 이어 ‘마지막 보루’인 반도체마저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기 하강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에 해당하는 실적을 내놓았다. 아직 4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이유로 예상을 하회하는 실적을 내놓을 전망이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업황도 녹록치 않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전자산업 대기업들의 올해 투자가 전년보다 크게 위축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협성회(협력사 모임)에서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반도체 투자를 크게 기대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중국은 현재 10% 수준인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관련 중국 양쯔메모리(YMTC)는 작년 3분기 우한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양산에 착수했다. 이노트론 등은 연내 D램을 양산할 예정이다.
이렇듯 중국에 먹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비기업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우선 정부가 OLED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중국에 장비를 수출하는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이에 대해 장비업계 관계자는 “OLED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할 경우 장비를 수출하기 전에 정부로부터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제약이 따를 것”이라며 “이럴 경우 일본 경쟁사 배만 불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흐름이 최근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장비기업들 역시 중국에 수출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과거와 같이 국내 대기업들이 먼 미래를 보고 과감한 투자에 나섰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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