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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지난 20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세계적인 공급 차질로 일부 공정 부품과 소모품이 부족해 메인 장비의 부속 설비 및 일부 옵션이 빠진 채로 납품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전망을 밑도는 4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3분기까지는 매출 52억4100만유로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지만, 부품 조달 차질로 인해 다음 분기부터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ASML은 초미세 반도체 공정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독점생산하는 업체다. EUV장비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파장과 비교해 14분의 1수준의 얇은 회로를 새길 수 있다. 시스템반도체 업계에서 삼성전자와 TSMC가 주로 EUV를 활용해 초미세경쟁을 펼치고 있다가 최근에는 메모리반도체 D램에도 EUV 공정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업종 내 ‘무풍지대’와도 같았던 ASML도 부품 부족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TSMC 실적 발표를 계기로 나아졌던 반도체업종 투자심리는 다시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 “영향 미미할 듯”…증권업계 “반도체 고점론 연기”
ASML의 장비 납품 차질이 국내 반도체 업황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3분기 ASML 매출을 보면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가 각각 16억유로, 25억유로를 차지했다. 특히 메모리 부문 매출이 전 분기 대비 98% 늘어났다. 이 중 ASML에 따르면 3분기 반도체 장비 매출의 33%를 한국이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EUV 장비를 사들이며 D램에 적용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오히려 장비 공급망 차질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줄어들면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연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내년부터는 메모리 제조가 늘어나면서 메모리 반도체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이 올 4분기부터 3~8%하락하고 내년에는 15~2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일부 장비 생산 차질로 반도체 업체들의 추가 증설 속도도 늦춰질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는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재료 공급 부족으로 장비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향후 D램 라인 추가 증설 속도도 늦춰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D램 업황 개선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