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낭떠러지 앞에 선 심정...무거운 책임감으로 작품 쓸 것"

장편 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 간담회
"30여년간 써왔던 글에 대해 생각 정리"
"10년, 20년 후에도 꾸준히 작품 쓸 것"
  • 등록 2021-03-03 오후 1:56:58

    수정 2021-03-03 오후 9:40:42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그동안 제 작품을 따라와 준 독자분들을 생각하면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지기도 합니다. 과거 제 허물과 불찰을 무겁게 등에 지고 새 작품을 써 나가겠습니다.”

소설가 신경숙이 표절 논란 이후 6년만에 선 공식석상에서 이 같이 심정을 밝혔다. 신 작가는 3일 온라인으로 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 출간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신 작가의 얼굴에는 긴장이 가득했다. 연방 목이 메인다며 2015년 표절 의혹 후 심경을 묻는 질문에 한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채 어렵게 입을 연 그는 “머릿속이 하얘져서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작가인 만큼 쓸 수 있는 작품을 계속 쓰면서 독자분들에게 드렸던 실망을 채워 나가겠다”고 담담히 밝혔다.

신 작가는 작품 소개에 앞서 표절 의혹에 대해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젊은 날에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제 발등에 찍힌 쇠고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이었다”며 “다시 한번 제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그는 표절 의혹 후 “일상을 지키려 애썼다”고 근황을 전하며 “30여년간 써왔던 글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며 문학과 가장 깊이, 문학과 같이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신 작가가 오랜 침묵을 깨고 낸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작가가 11년만에 내놓는 8번째 장편소설이다. 이번 소설에서 작가는 한국 현대사를 이름 없이 살아온 아버지의 내밀하고도 개별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그는 신작에 대해 “한 세상을 아무 이름없이 살다갔거나 혹은 살고있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신경숙의 헌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신 작가는 앞서 ‘엄마를 부탁해’로 큰 인기를 얻을 당시 아버지에 대한 소설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밝힌 바 있다. 그는 마음을 바꾸고 이번 소설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저도 그렇고 항상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얘기는 서툰 데 의문을 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전쟁 등 힘든 현대사를 통과하면서 아버지들은 비교적 말을 안 하는 것으로 시간을 통과해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아버지 심중에 들어 있는 말들이 어떤 것인지 찾아내고 싶은 작가적 욕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설은 어머니가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하면서 J시에 홀로 남겨진 아버지를 돌보러 간 딸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신 작가가 책 속에 그린 아버지의 모습은 그간 한국소설에서 그려진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다. 오히려 한국전쟁 트라우마로 고통받아 하고 때론 다정하기도, 외로워하기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신 작가는 그간 기다려준 독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저한테 독자는 대자연과 같다”며 “이번 소설은 제가 오랫동안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은 말을 편지 쓰듯 담았다”고 애틋함을 전했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문학은 제 삶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라며 “하고 안하고 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0년 후에 누군가 너는 뭐를 했느냐고 하면 글을 썼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20년 후에도 마찬가지로 대답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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