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매몰 현장, 어린이가 생존에 더 유리할까[궁즉답]

튀르키예 역대급 지진…사망자 3만7000명 넘어서
‘골든타임’ 후 기적의 생환 소식
체구 작아 좁은 곳서 생존 확률↑…버티는 능력은↓
생존 가능시간, 개인차…부상 등 감염위험 변수
  • 등록 2023-02-14 오후 5:52:28

    수정 2023-02-21 오후 12:06:53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 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Q. 대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골든타임’이 한참 지난 지금도 기적 같은 생존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구조소식이 눈길을 끄는데요. 매몰 현장에서 어린아이가 성인보다 생존에 더 유리한지 궁금합니다.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에서 한 구조대원이 지진 발생 이틀 만에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구조한 아기 ‘벨렌’을 안고 있다(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를 강타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합쳐 14일 오후 기준 3만7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수색 작업이 계속될수록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에 급파된 우리나라 해외긴급구호대(KDRT)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에서 파견된 구조대는 수색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미 강진이 덮친 지 일주일이 지나 비관적인 상황이지만, 구조대의 노고 등으로 기적적인 생환 소식이 종종 들려오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현지 보도에 따르면 13일 남부 하타이주 마을에서 13세 소년이 182시간 만에 구조됐습니다. 이날 오전 안타키야주에서도 매몰된 지 176시간이 지난 여성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고, 가지안테프주의 마을 이슬라히예에서도 40대 여성이 매몰 170시간 만에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특히 신생아를 포함해 어린아이들의 생환 소식이 주목 받았습니다. 튀르키예 하타이주 남부에서 지진으로 폐허가 된 건물에서 태어난 지 10일 된 갓난아기와 이 아기의 엄마가 지진 발생 9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가지안테프 아파트 건물 잔해 속에선 임신부가 지진 발생 115시간 만에 구조됐으며, 약 1시간 전에는 이 여성의 6살짜리 딸이 먼저 구조됐습니다. 뒤이어 매몰 139시간 만에 구조된 생후 7개월 아기, 폐허더미 속에서 136시간 만에 구조된 7살짜리 어린이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심지어 시리아에선 잔해더미 속에서 지진 발생 10시간 후 탯줄이 달린 채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11일 튀르키예에 급파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가 65세 여성, 51세 여성, 17세 남성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다.(사진=대한민국 긴급구호대)
재난재해 때 살아서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통상 72시간으로 봅니다. 이번과 같은 지진 상황에선 무너진 건물 내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따져볼 때 잔해에 갇힌 사람은 5일(120시간)이 지나면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고, 예외는 있지만 9일(216시간) 후에는 0%에 가깝다고 합니다.

하지만 골든타임을 훌쩍 넘긴 후에도 몇몇 어린아이들은 생환해 돌아왔습니다. 성인보다 체격이나 체력적으로 약한데도 말입니다. ‘기적’이란 표현 외에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의료 전문가들은 어린아이들이 체격이 작아 지진이나 매몰 현장에서 생기는 작은 생존공간에서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을 순 있지만, 그것만으로 생존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긴 무리라고 합니다. 또 어린아이들의 체지방 등 체격을 고려할 때 구조의 손길이 오기 전까지 버티는 게 성인보다 특별히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합니다. 즉 나이와 건강 상태, 체지방과 단백질량 등 개인마다 생존 가능 시간이 다르고, 매몰 당시 다치는 등 감염위험 변수도 있습니다.

구조 전문가들에 따르면 붕괴와 매몰사고는 최대 생존 가능 기간은 20일을 넘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수분 공급이 충분해도 몸이 젖거나 저녁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저체온증에 의해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커서인데요.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의 춥고 습한 악천후가 열악한 현장을 덮치며 생존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몸의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공황’ 상태가 찾아올 수 있어 우려가 큽니다.

재난 속에서 골든타임은 넘어섰지만, 우리는 종종 기적 같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광부 박정하씨는 지난해 10월 경북 봉화의 한 광산 매몰사고로 지하에 갇혀 있다가 221시간 만에 구조되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안겼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당시 19세였던 박모씨는 377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21세기 가장 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33명의 칠레 광부들이 69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사례도 있었죠.

이번 튀르키예와 시리아지역의 재난 현장에서도 생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구조에 속도를 올려 기적과 같은 소식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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