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울 것 없는' 현대차그룹, 애플카 협상 분위기 전환 노려(종합2)

현대차·기아, 당초 예상을 뒤집은 '확정적' 공시
'애플에 주도권 뺐기면 안된다' 의지 표현한 듯
전기차 시장 입지 굳힌 현대차, 애플 협업 급하지 않아
업계 "애플, 결국 현대차에 손 내밀 가능성 높아" 관측
  • 등록 2021-02-08 오후 5:14:35

    수정 2021-02-08 오후 9:28:40

[이데일리 손의연 이승현 기자] 애플과 애플카 협력사업을 타진하던 현대차그룹이 8일 협의 중단을 공식화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가 지난달 공시한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수준으로 재공시가 나올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협의 대상과 진행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애플카 컨셉 디자인 (사진=애플인사이더)


◇“애플, 비밀누설로 화 났다” 보도가 영향 미친 듯


현대차와 기아는 이날 공시에서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공시는 지난달 8일 현대차가 애플과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협업을 추진한다는 보도에 대한 해명 이후 한달 만에 나온 재공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공시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공시시간이 오전 9시로, 이같이 증시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사안을 이 시간에 공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공시내용에서 처음으로 협의 대상으로 ‘애플’을 특정한 것도 눈길을 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협의 대상에 대해 ‘다수의 해외 기업들’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해 왔다.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확정적 표현을 쓴 것도 주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시장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이번 공시를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협상의 주도권을 애플이 쥐고 있는 형국을 전환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주말 외신에서 애플이 현대차그룹의 애플카 프로젝트 관련한 비밀 누설에 화가 나 협상을 중단했다고 보도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이 보도만 보면 애플이 ‘갑’이고 현대차그룹이 ‘을’이란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현대차의 애플카 제작설이 나온 초기부터 현대차가 애플의 위탁생산업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터라 이런 분위기를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미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현대차그룹이 애플과의 협업이 절실하지 않다는 뜻도 엿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세계 전기차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렸고, 올해부터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어 전기차 시장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카의 협상 파트너인 기아 역시 지난해 4분기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도 K7·스포티지 등 볼륨모델 신차가 출시된 예정이라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애플카 협상 중단설이 나왔고 이를 공식화함으로써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이미지=현대차)


◇日기업, 전기차 경쟁력 떨어져 부적합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양측의 협상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고 있진 않다. 애플카를 만들어야 하는 애플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현대차그룹 보다 더 적합한 파트너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접촉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일본 자동차기업들과의 협상설도 나오지만 일본 기업들은 하이브리드에 주력하고 있어 전기차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적합하지 않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미국의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모빌리티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을 노리는 기아 입장에서도 애플과의 협력을 통해 모빌리티 파운드리(위탁생산)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애플이 협상 재개를 요청할 경우 마다할 이유는 없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마땅한 파트너를 찾지 못해 결국 현대차그룹에 다시 손을 내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양측은 우선 당분간 숨고르기를 한 뒤, 여론이 잠잠해진 후 다시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과 같이 너무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이 양측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양측의 주도권 싸움이면서 과열현상에 대한 숨고르기로 해석할 수 있다”며 “협상 난항은 예상했던 부분으로 향후 물밑작업을 통해 전격 발표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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