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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적응증 확대 전쟁 발발...670조 시장 정조준①
  • 비만약 적응증 확대 전쟁 발발...670조 시장 정조준[무한확장 비만약]①
  •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전세계를 강타한 비만약 열풍이 심혈관질환 및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적응증 등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비만약이 연관된 4종의 대사질환 적응증을 모두 획득하면 2030년경 최대 670조원 안팎의 시장을 잠식해 나갈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 대표적 비만약인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미국 일라이릴리가 ‘젭바운드’는 비만치료 영역에 머물지 않고 외연을 급격하게 확장해 나가는 전략을 펴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위고비의 심혈관질환 적응증을 확대 승인했다. 비만 시장에서 출시된지 2년만에 연매출 6조원을 올린 위고비가 올해 심혈관질환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질지 관심을 모은다. 독일 베링거 인겔하임과 국내 한미약품(128940) 등 각국 기업이 위고비와 동종 계열의 후보물질을 발굴해 선두주자를 추격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28일 글로벌인포메이션,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 등 시장조사업체의 전망을 종합하면 비만약 시장은 지난해 11조~12조원 규모에서 2030년경 1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당뇨 치료 시장은 2023년 96조원 수준에서 2030년경 18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시장을 쌍끌이 할 약물로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수용체 억제제 계열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꼽힌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각각 오젬픽과 마운자로라는 당뇨약으로 먼저 출시됐던 약물이다. 일례로 미국 기준 2017년 오젬픽으로 출시된 뒤 2021년 위고비로 재탄생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위고비(6조원)와 오젬픽(22조원) 등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약물을 통해 총 28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젭바운드의 경우 미국에서 지난해 12월 첫 출시돼 이제 막 시장성 입증에 나섰다.위고비와 젭바운드 등은 추가 적응증 획득 절차를 밟고 있다. 위고비는 지난 미국에서 해당 적응증을 추가로 획득했고, 젭바운드에 대한 관련 임상 3상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심혈관질환 치료 시장은 2023년 기준 200조원에서 매년 3.8%씩 성장해 2030년경 약 253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두 약물이 나란히 노리는 또다른 적응증은 MASH이며, 모두 임상 2상 이상 단계에 올라 있다. 세계적으로 4억~5억 명의 MASH 환자가 존재하는 만큼 2030년경 그 시장은 133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뇨부터, 비만 심혈관, MASH까지 총 670조원의 시장이 위고비나 젭바운드 등의 사정권에 드는 셈이다.최성원 한국바이오경제학회장은 “당뇨약이 비만약으로 변신해 시장성을 입증했다”며 “위고비 등이 다른 대사질환 영역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하면 그 시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여러 시장조사업체가 분석한 규모를 크게 상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위고비나 젭바운드와 비슷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수용체 작용 기전의 신약 후보물질 100여 종이 임상 이상 단계에 올라 있다. 후발기업 중 가장 유력한 주자로는 독일 베링거 인겔하임과 한미약품(128940) 등이 꼽힌다. 독일 베링거 인겔하임은 ‘서보듀타이드’라는 물질로 비만(3상)과 MASH(2상) 2종의 적응증에 대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또 한미약품은 비만 1종(국내 3상)과 MASH 2종(글로벌 2상) 등 GLP 포함 다중 기전 신약후보물질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 학회장은 “거대한 경제 규모를 형성할 대사질환 분야에서 후발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2030년 이전에 국내사가 개발한 신약이 나올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기술 개발이나 임상절차 지원 등 여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로슈가 미국 카못 테라퓨틱스를 인수해 임상 단계의 GLP 물질을 다수 확보했다. 미국 암젠을 비롯해 유한양행과 일동제약(249420), 디앤디파마텍, 동아에스티(170900) 등 국내사도 GLP 계열 약물 후보물질로 임상 1상 이상 단계에 진입했다. GLP-1 개발 업계 관계자는 “빅파마가 관련 바이오텍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비만약 개발을 앞당기려 한다. 각국에서 최소 100종 이상의 GLP 계열 물질이 임상에 진입한 것 같다”며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만큼 최대한 선순위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GLP-1 계열의 후발 물질을 확보한 개발사들이 심혈관이나 당뇨 적응증 획득보다 비만 및 MASH 관련 적응증 획득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MASH 신약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심혈관이나 당뇨는 치료제가 너무 많다. 아예 근본적으로 병을 고치는 세포 유전자 치료제가 아니라면 획기적인 점유율을 가져가기 어렵다”며 “비교적 치료 옵션이 적은 비만이나 이제 막 태동한 MASH 적응증을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04.01 I 김진호 기자
'검사 기소 후 뇌물 수수'…최초 재심 사건 대법 "유죄"
  • '검사 기소 후 뇌물 수수'…최초 재심 사건 대법 "유죄"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검사가 사기 혐의자를 재판에 넘긴 후 피해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직무상 비위로 진행된 첫 재심에서 기소가 무효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경. (사진=방인권 기자)1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모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공소권 남용,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에 관한 법리 오해, 이유 모순 등의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앞서 A씨는 2008년 외국 게임기를 공급받아 하위 판매업체에 판매하는 사업을 하던 중 국내 총판 업체의 결제자금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B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사건은 B사가 A씨를 비롯해 국내총판 업체들을 고소하면서 시작됐고, 결국 A씨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파기환송심을 거쳐 이 판단이 확정됐다.다만 A씨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C검사(부부장 검사)가 B사 측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2011년 구속됐다. 그는 B사 측으로부터 1600만원과 30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고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C검사의 뇌물 혐의를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이에 A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2021년 10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는 담당 검사가 직무상 비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재심이 진행된 첫 번째 사례다.A씨는 재심 과정에서 공소 자체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에서는 대부분 혐의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담당 검사였던 C 검사가 뇌물을 받은 뒤 A씨에게 불리하게 공소를 제기했으므로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소추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취지에서다. 재심을 진행한 서울고법은 A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결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1년 감형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재판부는 “검사가 뇌물죄로 처벌받은 사실만으로 수사·기소 등 모든 행위가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당시까지 수집된 증거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검사가 A씨를 기소한 것 자체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기소 자체는 무효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2024.04.01 I 백주아 기자
'적자 전환' 저축은행, M&A 시장도 '먹구름'
  • '적자 전환' 저축은행, M&A 시장도 '먹구름'
  •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지난해 5000억원대 적자로 전환한 가운데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시장 전망도 어두워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그래픽=김일환 기자)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업계는 5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1조56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모습과 상반된다. 1년 만에 순익 2조원이 증발했다. 2014년 이후 9년 만의 적자다.수익성은 약화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해 저축은행 모든 분기에서 마이너스(△1분기 -0.15% △2분기 -0.14% △3분기 -0.14% △4분기 -0.42%)를 기록했다. 2022년 4분기에는 1.19%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쌓은 영향이다. 보수적 대출태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부실채권 매·상각 증가 등의 요인이 더해지며 자산증가율도 △1분기 8.3% △2분기 0.7% △3분기 1.3% △4분기 -8.7%로 급락했다.건전성 지표도 악화일로다. 저축은행의 지난해 4분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7.09%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3.65%) 동기 대비 약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2022년만 해도 3%대를 유지하던 NPL 비율은 지난해 들어 △1분기 4.64% △2분기 5.11% △3분기 5.88%로 꾸준히 증가했다.다만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계의 체력은 오히려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감독규정상 요적립액 대비 충당금적립율은 113.9%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모든 저축은행이 규제비율(100%)을 웃돌았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35%로 전년 말(13.15%) 대비 1.20%포인트 올랐다. 실적 악화에 따라 저축은행의 M&A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저축은행 시장에서 매물로 거론되는 곳은 금융당국의 매각명령을 받은 상상인 계열의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외에도 한화저축은행, OSB저축은행 등 5~6개에 달한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지난해 10월 매각명령을 받았지만, 행정소송을 통해 시간을 벌었다. 그럼에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의 영업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없어서다.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금리가 여전히 높고, 법정 최고이자율도 인상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저축은행 업계는 여·수신을 모두 줄이며 소극적인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금융지주사는 비은행사업 강화를 위해 저축은행 인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우리금융은 삼일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해 실사까지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인수를 철회한 바 있다. 비은행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금융지주사가 올해 M&A 시장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이목이 집중되는 배경이다.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사의 비은행사업 강화 우선 순위는 증권, 보험”이라며 “부동산 PF 사태로 경직된 시장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올해 저축은행 M&A 시장은 지난해와 분위기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4.01 I 송주오 기자
한국판 엔비디아의 꿈
  • [기고]한국판 엔비디아의 꿈
  • [왕성호 네메시스 주식회사 대표이사(한국팹리스산업협회 부회장)] 3월 기준 미국 반도체 설계 회사 엔비디아의 시가 총액은 3000조 원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2023년 명목 국내 총생산(GDP)인 2236조 3000억 원을 뛰어넘는다.(Business Post 3월 5일자) 생산 설비도 없는 반도체 팹리스 회사의 시가 총액이 우리나라의 국내 총생산보다 더 크다는 것은 반도체 팹리스의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반도체 팹리스를 육성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결코 늦출 수 없는 생존 전략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메모리 강국이지만 팹리스에서는 세계 1% 점유율을 확보할 길이 요원하다. 그 원인으로는 경쟁력 있는 스타 제품 부재, 글로벌 진출 전략 부족, 반도체 투자 펀드 부족, M&A 비활성화 등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인력 부족이다. 중소 팹리스의 경우 연간 약 1000명의 설계 인력이 부족하며, 석·박사뿐 아니라 학부 졸업생, 마이스터고 졸업생 등이 모두 부족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력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장 넓게 보자면 반도체 분야에 롤모델과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창업 및 인수합병(M&A) 활성화를 통해 큰 보상을 얻는 일론 머스크와 같은 연쇄 창업자가 가장 좋은 직업으로 여겨진다. 또한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반도체 전문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산학협력 프로그램의 경우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자유 주제로 지원할 수 있는 국가 과제를 통해 우수한 석·박사 학생들이 개발에 참여할 수 있고 추후 그 회사에 입사도 가능하므로 좋은 제도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장의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학부생이나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가장 시급하다. 반도체 설계 아카데미 운영, 반도체 복수 전공 활성화, 계약학과 및 계약정원제 운영 등의 방법이 있는데, 이 중 계약학과의 경우 주요 대학에서 운영되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으나, 별도 학과를 설치하고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등 절차에 시간이 오래 걸려 빠르게 변하는 기술 트렌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또한 인력 수요 규모가 작고 교육비용 부담이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계약학과를 설치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정부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체가 채용을 조건으로 맞춤형 교육을 의뢰하면, 별도의 학과를 설치하지 않고 기존 학과에 필요한 정원만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증원할 수 있는 계약정원제를 작년에 도입하였으며, 올해부터 반도체뿐 아니라 전체 전공에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계약정원제는 학생 선발 시 대학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며, 선발되면 동시에 입사가 확정된다. 대학에서는 전공 기초 과목, 반도체 설계 수업, 실무 역량 교육을 병행하여 운영하며 이를 통해 참여 기업은 기업 맞춤형 우수 인재를 조기 확보할 수 있고 학생은 취업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 제도는 향후 석·박사 학생들의 산학 협력과도 연계될 수 있어 확장성이 뛰어나다. 21세기에 우리나라가 도약할 수 있는 아이템을 BBC라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이는 B(bio), B(battery), C(chip)의 약자로 이 분야에 집중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수단으로 인공지능이 필수적인데, 인공지능은 반도체 없이는 절대로 구현될 수 없으므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강국으로의 길은 반도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설계 인력이 확보돼야 하며 중소 팹리스를 위한 계약정원제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2024.04.01 I 김혜미 기자
주주행동주의, 이제 멀리 볼 때
  • [금융시장 돋보기]주주행동주의, 이제 멀리 볼 때
  •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주주행동주의가 붓물을 이루고 있다. 주주행동주의 타깃이 된 기업 수로 보면 우리나라는 작년에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많았다고 한다. 올해 주총에서도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캠페인과 주주제안은 예상대로 활발했다. 한 기업에 복수의 행동주의펀드들이 동시에 캠페인을 하는가 하면 개인주주가 연합한 캠페인도 늘어나는 등 스펙트럼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렇게 에너지가 응축되는 시장과 달리 주주행동주의를 보는 국내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주주행동주의를 언급할 때 적대적 인수합병(M&A)에나 쓰는 공격(attack)이란 용어를 쓰기도 한다. 부정적 인식은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에 대한 기억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주주행동주의의 행태도 한몫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주주행동주의에서 타깃기업의 장기 성장에 관한 내러티브를 찾기 힘들다. 기업의 장기 성장과 가치 제고를 위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지만 정작 행동주의 캠페인에서 장기성장 전략 스토리는 찾기 힘들고 단기적인 주주환원 확대 요구만 부각된다. 실제 작년 주주제안에서 이사 선임과 주주환원 요구가 전체의 3분의 2를 넘는다. 이런 요구가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에 대한 스토리와 연결되지 않는다. 행동주의가 기업 투자 기반을 훼손한다는 오해와 부정적 시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스튜어드십코드도 모호한 측면이 있다. 주주활동이 지속가능 성장과 기업의 중장기 가치 제고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주환원과 어떻게 연계돼야 하는지 모호하다. 기업 성장 스토리 없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만으로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는 가능하지 않다. 우리나라 주주행동주의가 적대적 M&A의 DNA를 가진 아이칸(Ichan)류와 같은 헤지펀드 주주행동주의의 길을 가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성장과 주주환원, 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내러티브가 기업과 장기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밸류업정책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보완하는 기업의 장기 주주가치 정책으로 평가된다. 스튜어드십코드에 부족한 장기 성장 관점을 밸류업정책이 보완한다. 일본의 밸류업정책은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가 중심이 돼 성장 전략과 목표를 수립하고 소수주주와 충분히 소통해 주주가치 경영을 중장기적으로 실현하자는 것이다. 밸류업정책을 통해 기관투자가들은 주주환원이나 지배구조 개선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인적자본 개발 등 장기 성장전략에 관해 이사회와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자연스럽게 장기적 관점에서도 주주행동주의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밸류업정책을 통해 기업 성장을 고려하는 장기적 관점의 주주행동주의의 성장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단기주의를 극복하고 기업과 소통하는 장기적 파트너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주행동주의 생태계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장기투자를 하는 우량 기관투자가들이 밸류업 기반의 행동주의 투자전략을 채택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연기금의 역할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본 공적연금(GPIF)은 위탁운용사가 밸류업의 주체가 되고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라 기업과의 대화와 주주제안, 의결권 행사 등 주주활동을 재량적으로 수행한다. 우리나라는 우량의 공적 기관투자가가 일본만큼 두텁다. 이들이 GPIF처럼 자유롭게 밸류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현재 시행하고 있는 ESG 위탁운용 유형을 스튜어드십코드 활동으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단, 높은 지배주주 지분과 매출기반의 성장 관행이 밸류업정책의 실효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처럼 기업의 밸류업 전략은 이사회 주도로 주주와 소통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밸류업정책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가 되고, 이렇게 강화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지배구조 개선과 장기적인 주주가치 경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2024.04.01 I 송길호 기자
"IPO 엎어져도 수수료 내라"는 당국에…증권사 한숨 왜
  • "IPO 엎어져도 수수료 내라"는 당국에…증권사 한숨 왜[현장에서]
  •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괜히 금융당국이 주관사랑 상장사 사이만 껄끄럽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금감원이 ‘제2의 파두(440110)’ 사태를 막는다며 무리한 상장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단계별 수수료 부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기업공개(IPO)가 엎어지더라도 예비 상장사로 하여금 주관사에 수수료를 주도록 하는 계약서를 제시하도록 하는 안을 논의하면서다. 정작 증권사 반응은 떨떠름하다. 수수료 몇 푼 벌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를 수 있다는 우려다. 상장 이후에도 상장사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며 사업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예비 상장사를 향한 감독당국의 책임 강화 주문이 달갑지 않은 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서 초단타 거래에 대한 점검 입장을 밝혔다. (사진=방인권 기자)금융당국이 단계별 수수료를 검토하는 건 현재로선 상장에 성공시켜야만 주관사가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실기업을 무리하게 증시에 입성시키는 부작용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 증권사 IPO본부장은 “조 단위 기업을 상장시키더라도 증권사에 떨어지는 수수료는 많아야 4~50억원 수준”이라며 “증권사 수입원으로서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업계에선 증권사와 발행사 간 관계는 상장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도 사람처럼 생애주기가 있는 만큼,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한 뒤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 및 인수합병(M&A) 등 전 부문에 걸쳐 증권사와 거래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증권사 주식발행시장(ECM) 실무자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상장 이전 단계의 알짜 기업들을 대상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 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증권사 ECM 관계자는 “상장에 실패하더라도 주관사가 수수료를 받아 가게 한다면 오히려 상장 재도전 때 해당 주관사가 입찰제안요청서(RFP)조차 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예비 상장사가 작정하고 실적을 속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감독당국 지적은 타당하다. 작년 메타버스 오피스 기업 틸론이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할 때 금감원이 세 차례 퇴짜를 놓자 “상장 활성화에 역행한다”고 난색을 표하던 한국거래소도, 거래소 손을 들어줬던 금융위원회도 최근 파두 사태를 거치며 신중해진 분위기다. 다만 예비 상장사에만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들과 장기적 관계를 쌓고자 하는 주관사에도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상장법인도 스스로 상장할 자격이 있는지 내부통제를 갖춰야 하는 동시에 상장사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자주 접촉하는 주관사도 상장 이후까지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2024.04.01 I 김보겸 기자
뚝심의 기술경영…글로벌 효성 이끈 故조석래 명예회장
  • 뚝심의 기술경영…글로벌 효성 이끈 故조석래 명예회장
  •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한국의 섬유산업을 세계 일류 반열에 올려놓은 ‘한국 섬유업계의 선구자’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향년 89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조 명예회장은 창업주 고(故) 조홍제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 1982년부터 2017년까지 35년간 그룹을 이끌며 효성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기업 미래=원천기술”…스판덱스·타이어코드 세계 1위1935년 조홍제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난 조 명예회장은 애초 경영에는 큰 뜻이 없었다. 명문 경기고 1학년을 마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와세다대 이공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 공과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으며 대학교수의 꿈을 꿨다. 하지만 부친의 부름으로 1966년 귀국해 효성물산에 입사하면서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공학도였던 조 명예회장의 기술에 대한 집념은 남달랐다. “기업의 미래는 원천 기술 확보에 있다”는 경영 철학을 내세우며 연구개발(R&D)에 매진했다. 효성은 민간기업으로서 최초로 1971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효성의 간판 제품인 스판덱스·타이어코드는 물론, 국내 첫 번째로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한 ‘꿈의 신소재’ 탄소섬유, 세계 최초의 친환경 고분자 신소재 폴리케톤의 상용화 역시 조 명예회장의 기술에 대한 집념과 뚝심 경영의 결과물이다. 조 명예회장은 자동차 수요 급증을 예상해 타이어코드 기술을 개발했고 1979년 국내 최초로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만들었다. 이후 미국과 유럽, 남미 등 해외 타이어코드 공장을 인수하고 중국과 베트남 등 글로벌 생산 기지를 확보하며 효성의 타이어코드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로 키워냈다.부가가치가 높아 ‘섬유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 역시 조 명예회장이 독자 개발을 결정하고 연구개발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초 당시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현재 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는 미국 듀폰의 ‘라이크라’를 제치고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재계 맏형·민간 경제 외교관 역할…“한미 FTA 기여”조석래 명예회장은 그룹 경영뿐만 아니라 2007~2011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재계 맏형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도맡았다. 전경련 회장 재임 당시 “물고기가 연못에서 평화롭게 노닐고 있는데 조약돌을 던지면 사라져버린다. 돈도 같은 성격이어서 상황이 불안하면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기업의 투자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등 산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미국과 일본 유학시절을 통한 유창한 어학 실력과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민간 경제 외교관으로서 활동하기도 했다. 조 명예회장은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한미재계회의, 한일경제협회,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한중재계회의 등 30년 이상 다양한 국제경제교류단체를 이끌며 글로벌 경제 교류 확대에 큰 공헌을 했다. 특히 ‘한미 FTA’의 경우 2000년부터 조 명예회장이 한미재계회의를 통해 최초로 그 필요성을 공식 제기했고 체결 이후에도 미국의회를 방문해 인준을 설득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정부는 조 명예회장의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한·미 FTA 10주년을 맞아 공로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조현준·조현상 3세 경영 본격화…계열 분리 속도조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효성그룹은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계열 분리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효성그룹은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신설 지주회사 설립을 공식화했다. 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티엔에스 등으로 구성된 기존 지주회사 ㈜효성은 조 회장이, 효성첨단소재·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효성토요타 등 6개사를 포함한 신설 지주는 조 부회장이 맡는다.조 회장의 경우 섬유, 에너지, 석유화학 등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기존 주력 사업을 이끄는 반면, 조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등 미래 첨단소재 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현재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각각 21.94%, 21.42%로 비슷한 수준이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10.14%)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시장에선 계열 분리 윤곽이 드러난 만큼 균등 배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24.03.31 I 하지나 기자
中쉬인, 규제 뚫고 올해 IPO 최대어 될수 있을까
  • 中쉬인, 규제 뚫고 올해 IPO 최대어 될수 있을까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또는 영국 증시에서 상장을 추진 중인 중국 e커머스 업체인 쉬인이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익이 두 배로 늘어 기업가치가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사진=AFP)소식통에 따르면 쉬인은 지난해 총 450억달러어치의 제품을 팔아치우면서 20억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1억달러, 2022년 7억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금액으로, H&M과 자라를 보유한 인디텍스와 경쟁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H&M과 자라는 지난해 각각 8억 2000만달러, 58억달러의 순이익을 보고했다. 이에 따라 쉬인의 기업가치도 증가했다. 쉬인은 재무상태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음에도 최근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600억달러(약 80조 85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옛 트위터(X·엑스)를 인수한 44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쉬인은 기업가치 평가액 800억~900억달러(약 108조~121조원)를 목표로 미 뉴욕증시를 통한 IPO를 추진해 왔으며, 현재 중국과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은 2021년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이 정부의 반대를 무시하고 미국에서 IPO를 강행하자 중국 기업의 해외 IPO를 대폭 제한했다. 100만명 이상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 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경우엔 중국 규제 당국의 검토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아울러 디디추싱은 중국 당국의 인터넷 안보 심사, 앱 다운로드 금지, 반독점 및 노동자 보호 관련 조사 등 연이은 규제에 시달리며 수익성이 악화했고, IPO 이후 1년 만에 상장폐지됐다. 이에 따라 쉬인의 해외 IPO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변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 증권규제위원회와 사이버관리국은 향후 몇 주 안에 승인해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 규제당국의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쉬인은 미국에서 로비 활동에 200만달러를 지출했지만, 미 정부와 의회가 중국 기업들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 등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 플로리다주 마르코 루비오 상원위원은 지난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서한을 보내 쉬인의 IPO 승인 거부를 촉구했다.이 때문에 중국 난징에서 설립된 쉬인은 2022년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데이터 제공업체 톈옌차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쉬인의 중국 본토 직원은 여전히 1만 382명에 달하며, 이들은 12개 이상의 중국 내 자회사에서 물류부터 코드작성까지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다. 싱가포르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약 200명에 그친다. 또 쉬인의 창업자인 크리스 슈는 본사 이전과 함께 싱가포르 영주권을 취득했지만, 중국 태생이며 쉬인의 지분 37%를 보유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다른 주요 주주로는 세콰이아 차이나, 제너럴 애틀랜틱, 아부다비 국부 펀드 무바달라가 있다. 쉬인이 해외에서 IPO를 모색하는 이유는 홍콩증시가 침체돼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쉬인은 미국에서의 상장이 불발될 가능성에 대비해 영국 런던증시에 상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쉬인이 런던 증시 상장에 성공할 경우 사상 최대 규모 IPO 중 하나가 될 전망이며, 최근 해빙 분위기에 접어든 IPO 시장에 열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FT는 “쉬인의 IPO는 중국에서 설립됐음에도 지정학적 긴장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서 재법인화된 기업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를 나타낸다”며 “또한 미중 간 치열한 기술패권 경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의 기술기업이 월가에서 수십억달러를 모금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 중국 당국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2024.03.31 I 방성훈 기자
"지금 안올라타면, 다 죽어~"…너도나도 AI, 투자열풍
  • "지금 안올라타면, 다 죽어~"…너도나도 AI, 투자열풍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아마존은 지난 27일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앤스로픽’에 27억 5000만달러(약 3조 7000억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12억 5000만달러(약 1조 7000억원)에 이어 두번째 투자로, 총 40억달러(약 5조 4000억원)가 아마존의 지갑에서 앤스로픽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는 아마존 30년 역사상 최대 규모 외부 투자다.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투자 결정이라는 평가다. 세계 최대 모바일 회사 ‘애플’은 지난 2월 10년간 진행해온 전기차 개발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생성형AI 사업을 확대하기로 하고, 기존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직원들을 AI 부서로 이동시켰다. AI가 글로벌시장의 대세다. 이 판도에서 ‘나만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 이른바 ‘포모’(FOMO) 심리가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빅테크들의 AI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 전 세계적인 생성형 AI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AFP)◇빅테크발 AI투자열풍…작년에만 연 40조원 투입CNBC가 30일(현지시간)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생성형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약 700건, 투자액은 전년대비 260% 이상 폭증한 291억달러(약 39조 2100억원)로 각각 집계됐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들 투자자금 대부분이 벤처캐피털(VC)가 아닌 빅테크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매그니피센트 7’의 AI 투자 규모는 2022년의 44억달러(약 5조 9300억원)에서 지난해 246억달러(약 33조 1500억원)로 급증했다. CNBC는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거대 기술 기업들이 생성형 AI 붐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데 전례 없는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고 짚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아마존의 앤스로픽 추가 투자 결정이다. 앤스로픽은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과 경쟁하는 생성형 AI 챗봇 ‘클로드’(Claude)를 개발한 곳이다. 아마존이 앤스로픽에 거금을 쏟아 붓기로 결정한 배경엔 포모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빅테크가 지갑을 열도록 한 ‘AI 골드러시’를 촉발한 건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2019년 오픈AI에 10억달러(약 1조 3500억원)를 투자했고, 이후 투자 규모를 약 130억달러(약 17조 5200억원)까지 늘렸다. 챗GPT 출시와 함께 MS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 자리를 다시 꿰찼다. 대조적으로 뒤늦게 생성형 AI 경쟁에 뛰어든 애플은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전 세계 시가총액 2위 자리마저 엔비디아에 위협받고 있다. 이를 지켜본 아마존은 주저하지 않고 앤스로픽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아마존뿐 아니라 메타 역시 지난해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AI 챗봇 ‘메타 AI’ 베타 버전을 선보였다.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애플은 무려 10년이나 투자해온 ‘애플카’ 프로젝트를 전면 폐기하고 AI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맥쿼리의 미국 AI·소프트웨어 리서치 책임자인 프레드 해브마이어는 “(AI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란 두려움이 빅테크의 투자 결정을 내리는 요인 중 하나”라며 “그들은 명백히 AI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 것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시장엔 확실히 포모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망하면 일단 투자…AI 스타트업계서 빅테크 대리전빅테크의 AI 스타트업 투자는 지역이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MS는 지난달 프랑스의 미스트랄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1500만유로(약 218억원) 투자를 결정했으며, 피규어, 휴메인 등에도 지분을 투자했다. MS는 또 지난 19일 기존에 투자했던 인플렉션AI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을 영입했다. 술레이만과 함께 공동창업자인 카렌 시모니언 박사 등 상당수 인력들이 함께 MS로 이동하면서 사실상 MS가 인플렉션AI를 통째로 삼키는 모양새가 됐다. 구글 역시 자체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개발하는 동시에 앤스로픽에 투자자(20억달러·약 2조 7000억원)로 참여하고 있으며, 기업용 AI 개발업체인 에센셜AI과 비디오 편집 및 시각 효과 툴로 유명한 생성형 AI 스타트업 런웨이 등에도 투자했다. 아마존은 앤스로픽 외에 오픈소스 AI 플랫폼 개발업체인 허깅 페이스에 투자했다. 결과적으로 빅테크들 간 투자 경쟁은 AI 스타트업 간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챗GPT를 선보인 오픈AI가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맹추격하는 앤스로픽과 미스트랄이 맹추격하는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아울러 MS, 아마존, 애플, 메타, 구글 모두 자체 AI 개발을 위한 내부 투자에도 아낌없이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 기업 모두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AI 개발에 초점을 맞춘 인력조정 및 비용절감 계획 등을 공개했다. (사진=AFP)◇승자는 엔비디아? 주가 518%↑…美·유럽 규제도 변수빅테크들의 AI 경쟁에 있어 최대 수혜자는 엔비디아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운영·학습에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유해 모든 빅테크가 엔비디아의 제품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말 146.14달러였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28일 903.5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 동안 주가 상승률은 518.3%에 달한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 빅테크들의 AI 스타트업 투자와 관련해 반독점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이에 빅테크의 인수·합병(M&A) 거래는 2022년 40건에서 지난해 13건으로 감소했다. CNBC는 “불리한 규제 환경 때문에 빅테크들이 AI 스타트업 인수에는 소극적이지만, 그들은 수십억달러를 지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4.03.31 I 방성훈 기자
유럽 은행주, 6년만에 최고…‘통큰’ 배당·자사주 매입 덕분
  • 유럽 은행주, 6년만에 최고…‘통큰’ 배당·자사주 매입 덕분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 주식시장에서 은행주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호실적을 거두면서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 덕분이다. (사진=AFP)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톡스유럽600 은행지수(Stoxx Europe 600 Bank Index)는 부활절 연후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8일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전년 동기대비 34% 상승했다. 이 지수는 영국 HSBC, 프랑스 BNP 파리바, 스페인 산탄데르,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스위스 UBS 등 유럽 주요 은행주들을 담고 있다. 지난해 경쟁사인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한 UBS의 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46% 상승해 2008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양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와 인테사 상파울로 주가 역시 각각 13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처럼 은행주들의 주가가 크게 오른 건 ECB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덕분이다. 바클레이스는 “유럽 은행들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3%로 상승했다”면서 “유럽 은행들의 펀더멘털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평가했다. 대출 수요 감소에도 예대마진이 크게 늘어 펀더멘털이 개선됐고, 올해 1200억유로(약 174조 5500억원) 이상의 배당금(740억유로)과 자사주 매입(470억유로)을 약속해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UBS 집계에 따르면 올해 주주환원 규모는 지난해 자본 수익률 대비 54% 증가했다. 최대 규모 주주환원을 약속한 은행은 유니크레디트로, 지난해 전체 이익인 86억유로를 투자자들에게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다만 ECB가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선 우려된다. 피치 레이팅스의 프랑스·이탈리아·포르투갈 은행 대표인 라파엘 퀴나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가 2024년 은행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내년에는 순이자마진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4.03.31 I 방성훈 기자
떡볶이 팔기 시작한 공차의 진심은
  • 떡볶이 팔기 시작한 공차의 진심은 [먹어보고서]
  •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보자마자 할 말을 잃었다. 밀크티 컵 위에 펄로 만든 떡볶이, ‘펄볶이’가 얹혀있다. 마치 어린 시절 학교 앞 분식집에서 즐겨 먹던 ‘콜팝’을 연상시킨다. 평소 내가 알던 공차가 맞나 싶다. 독특한 이질감이 뭔가 새롭다. 펄볶이 맛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 누구나 상상하는 그 맛이다. 강점은 이질적인 조합에 있다. 차가운 밀크티 한 모금과 뜨겁고 매콤한 펄볶이가 혀를 계속 자극한다.공차 펄볶이 (사진=한전진 기자)공차코리아(공차)가 가상의 상품 ‘펄볶이’를 출시했다. 만우절을 맞아 4월 1일부터 이를 시즌 한정 상품으로 선보이면서다. 펄볶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밈’ 같은 상품이었다. ‘공차의 펄로 떡볶이를 해먹으면 맛있다’는 우스갯소리를 유튜버들이 먹방 콘텐츠로 진행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공차는 이를 ‘진짜’ 정식 메뉴로 만든 셈이다. 공차 관계자는 “실제 출시를 요청하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있었다”며 “공차의 밀크티와 매운 음식을 페어링하는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앞서 공차는 3월말 홍대점, 명동점, 서울대점 등에서 펄볶이의 파일럿 판매를 진행했다.홍대점과 명동점을 찾아 맛보기에 도전했지만 매번 품절로 구매에 실패했다. 결국 서울대점까지 가서야 제품을 맛볼 수 있었다. 제품은 ‘오리지널 펄볶이‘, ‘마라 펄볶이’ 두 가지였다. 기존 밀크티 제품과 함께 선택해 콤보로 나오는 식이다. 작은 플라스틱 숟가락도 같이 준다. 마라 펄볶이와 브라운 슈가 쥬얼리 밀크티. (사진= 한전진 기자)펄볶이는 뜨겁지만 하단의 밀크티는 차갑다. 냉·온탕을 둘 다 즐기는 희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는 달콤함과 매콤함이 대비되면서 더 극대화한다.다만 장점은 여기까지다. 사실 불편한 점이 더 크다. 펄볶이의 뚜껑을 열다 보면 손이나 테이블이 소스 범벅이 된다. 플라스틱 컵 특성상 밀봉 처리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펄볶이는 매장 취식이 불가능하다.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여러 가지를 따져보면 펄볶이를 두 번 이상 찾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았다.사실 펄볶이는 마케팅 수단의 역할이 더 크다. 이윤이 목적인 상품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목표는 공차가 ‘2030 세대’에게 입소문이 나는 데 있다. 공차는 차분하고 정적인 ‘차’(茶) 브랜드색이 강하다. 이 때문에 10대들 사이에선 ‘엄마들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펄볶이는 이를 바꾸기 위한 일환인 셈이다.대다수의 이색 상품이 이런 목적으로 탄생한다. 공차는 현재 게임·패션브랜드와도 적극적인 협업을 진행 중이다. 미래 소비자층에게 끊임없이 존재감을 내보이기 위해서다.공차는 현재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 현지의 2세대 밀크티라고 불리는 헤이티(喜茶), 차백도(茶百道) 등이 최근 국내에 상륙해 한국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다.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이기도 하다. 현재 공차코리아 대주주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TA어소시에이츠는 엑시트(투자금회수)를 준비 중이다. 앞서 TA어소시에이츠는 2019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UCK파트너스로부터 3500억원에 공차를 인수했다. 현재 공차의 시장 가격은 약 6000억원대로 알려졌다.펄볶이는 4월 1일부터 전국 공차 매장에서 판매한다. (사진= 한전진 기자)
2024.03.31 I 한전진 기자
래미안옥수리버젠 20.4억…운정신도시 아파트 66명 몰려
  • 래미안옥수리버젠 20.4억…운정신도시 아파트 66명 몰려[경매브리핑]
  •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이번주 법원 경매에서는 서울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이 20억 4210만 200원에 주인을 찾았다. 경기 파주시 야당동 휴먼빌레이크팰리스는 66명이 몰려 이번주 최다 응찰자 물건으로 기록됐다. 제주시 연동의 한 숙박시설은 68억 7200만원에 넘겨졌다.3월 3주차(25~29일) 전국 법원 주거, 업무·상업시설, 토지, 공업시설 등 용도 전체 경매 진행건수는 3900건으로 이중 1047건(낙찰률 26.8%)이 낙찰됐다. 총 낙찰가는 2821억원으로 낙찰가율은 67.0%, 평균 응찰자 수는 4.9명이었다.이중 수도권 주거시설은 626건이 진행돼 182건(낙찰률 29.1%)이 낙찰됐다. 총 낙찰가는 702억원, 낙찰가율은 84.4%였다. 평균 응찰자 수는 9.1명이다. 서울 아파트는 58건이 진행돼 25건(낙찰률 43.1%)이 낙찰됐다. 총 낙찰가는 175억원, 낙찰가율은 84.7%로 평균 응찰자 수는 8.5명이다.주요 낙찰 물건을 보면 먼저 서울 성동구 옥수동 561 래미안옥수리버젠 114동 8층(전용 114㎡)이 감정가 24억 9000만원, 낙찰가 20억 4210만 200원(낙찰가율 82.0%)을 기록했다. 응찰자 수는 3명, 유찰횟수는 1회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이파크빌 101동(전용 179㎡)는 감정가 24억 5000만원, 낙찰가 18억 7500만원(낙찰가율 76.5%)를 보였다.뒤를 이어 서울 송파구 가락동 140 가락쌍용 103동 4층(전용 85㎡)이 12억 5만원,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821 ,영등포동 650 영등포아트자이 102동 3층(전용 85㎡)이 10억 2889만 6300원에, 서울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 502동 10층(전용 85㎡)이 9억 5220만원에 각각 주인을 찾았다.경기 파주시 야당동 982 휴먼빌레이크팰리스 207동 19층. (사진=지지옥션)이번주 최다 응찰자 물건은 경기 파주시 야당동 982 휴먼빌레이크팰리스 207동 19층(전용 85㎡)로 66명이 몰렸다. 감정가는 4억 800만원, 낙찰가는 4억 2859만 9000원(낙찰가 105.1%)을 보였다.해당 물건은 한빛초등학교 북동측에 위치했다. 1123세대 14개동 대단지 아파트로 총 27층 중 19층, 방 3개 욕실 2개 계단식 구조다. 주변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고, 북측에는 대형 근린공원이 조성돼 있어 녹지가 풍부하다. 경의중앙선 야당역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 있고, 인근에는 GTX-A노선이 예정돼 있어 서울 접근성은 더욱 좋아질 예정이다.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권리분석에 문제는 없다. 소유자가 점유하고 있어 명도에 큰 어려움은 없겠다”며 “2009년에 보존등기 된 신축급 아파트고, 운정신도시 내 위치한 아파트로서 주변 환경이 쾌적해 실수요자의 인기가 많은 편이다”고 말했다.이어 “1회 유찰로 감정가 대비 70%인 2억원대 최저가격이 형성되자 저가 매수를 희망하는 실수요자가 많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제주시 연동 270-1의 숙박시설. (사진=지지옥션)이번주 최고 낙찰가 물건은 제주시 연동 270-1의 숙박시설(건물면적 3829㎡, 토지면적 643.7㎡)로 감정가 124억 7437만 2040원, 낙찰가 68억 7200만원을 기록했다. 응찰자 수는 3명으로 낙찰자는 개인이었다.해당 물건은 삼무공원 북서측에 위치했다. 주변은 업무.상업시설이 밀집해 있다. 제주공항이 가까워 10분내 이동이 가능하고, 각종 편의시설도 인근에 위치해 있어 전반적인 입지가 양호하다. 이주현 전문위원은 “권리분석에 문제는 없다. 숙박시설을 영업하는 임차인이 등재돼 있으나 대항력은 없어 인수할 권리는 없다”면서 “제주도 숙박시설 공급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이용객 수와 연간 수익률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어 “또 숙박시설 낙찰시 내부 시설물은 별도로 구입하거나 현 임차인이나 소유자와 합의 후 매입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으므로 이를 감안하고 입찰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4.03.31 I 박경훈 기자
KDB생명 다시 산은 우산 쓰나…체질개선 기대
  • [마켓인]KDB생명 다시 산은 우산 쓰나…체질개선 기대
  • 서울 용산 소재 KDB생명 본사 전경.(사진=KDB생명)[이데일리 마켓in 김형일 기자] KDB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체질 개선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KDB생명이 산은 자회사로 편입된다면 유상증자, 자본성증권(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에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했다. 이를 통해 자본건전성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KDB생명 지분 95.7%를 보유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DB PEF)를 청산하고 매각 권한(태그얼롱)을 넘겨받는 등에 자회사 편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은은 이를 위해 국민연금과 코리안리 등과의 논의 가능성도 열어뒀다.KDB PEF는 지난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할 때 조성한 펀드다. 해당 펀드는 내년 만기가 도래하지만, 여섯 번의 매각 실패로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은은 KDB PEF 지분 70.2%를 보유 중이다.일단 시장은 KDB생명의 산은 자회사 편입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하나금융지주(086790),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로의 매각이 불발된 만큼 펀드를 재결성하기는 쉽지 않다”며 “체질 개선을 통해 매각을 재시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KDB생명이 산은 자회사로 편입된다면 체질 개선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산은의 책임경영 의지가 강화되는 측면이 가장 큰 이점”이라며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건전성 개선, 지급보증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한 이자비용 축소가 기대된다”고 했다. 산은은 지난 2018년 KDB생명이 진행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유일하게 참여했다. 이에 따라 KDB생명의 구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 2017년 108.48%에서 2018년 215.03%로 106.56%포인트 개선됐고,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도 웃돌았다. 여기에 산은은 작년 6월 KDB생명이 발행한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에 지급보증을 진행했다. 이에 신용등급 A+인 KDB생명은 산은 신용등급인 AAA로 자본성증권을 발행할 수 있었으며 이자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KDB생명의 순이익은 지난 2022년 483억원에서 작년 239억원으로 50.5% 감소했다. 잇따른 매각 무산으로 영업력이 약화한 탓이다. 일례로 KDB생명의 초회보험료는 지난 2022년 3분기 206억원에서 작년 3분기 144억원으로 30.1% 축소됐다. 아울러 작년 3분기 KDB생명의 경과조치 후 신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134.05%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밑돌았다. 킥스 경과조치는 보험사들의 신제도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마련한 것으로 가용자본에 적용되는 경과 기간을 최대 10년까지 부여한다.
2024.03.30 I 김형일 기자
유통업 위기…실적부진 이마트 등급 강등
  • [위클리 크레딧]유통업 위기…실적부진 이마트 등급 강등
  • [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이번주 크레딧 시장에서는 이마트(139480)와 신세계건설(034300) 신용등급이 하향됐다. 반면 HD현대일렉트릭 신용등급은 올랐다.◇ 유통 부문 부진 이어진다…이마트 등급 강등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이마트 신용등급을 ‘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하향했다. 유통 및 건설부문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저하됐다는 이유에서다.이마트는 할인점 업태경쟁력 하락과 이커머스 투자 성과 실현 지연, 건설부문 대규모 이자비용 및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EBIT) 적자 등으로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비유통부문 중심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29조5000억원으로 전년(29조3000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유통부문은 일부 할인점 점포 폐점, 온라인 사업 효율화 영향으로 매출이 줄었다.장미수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할인점의 경우 1인가구 확대, 근거리 업태 선호도 및 온라인침투율 상승으로 집객력이 약화됐으며 물가상승 여파로 판매관리비부담이 상승해 수익성이 저하됐다”면서 “높은 경쟁강도로 인해 2021년 지마켓 인수에도 불구하고 이커머스 부문의 시장지배력 확보가 쿠팡 등 경쟁사 대비 미미한 가운데 대규모 EBIT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사진=이마트)건설부문은 역시 원자재 가격, 인건비 및 물류·운송비 등 제반 원가부담 확대,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에 대한 손실 인식으로 EBIT적자 1878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사 EBIT적자 469억원, EBITDA마진 5.3%(2022년 1,357억원, 5.8%)으로 수익성이 하락했다.서민호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영업현금창출력 약화, 인수합병(M&A) 등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됐다”면서 “단기간 내 뚜렷한 현금흐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한기평은 신세계건설 등급도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낮췄다. 대규모 영업손실로 재무구조가 악화했고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신세계건설은 작년 분양성과가 저조한 준공 및 진행 현장들에 대해 손실을 일시에 반영하며 매출원가율이 106.6%까지 상승했고, 18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수주잔고 늘어…HD현대일렉트릭 등급 올라반면 한기평과 NICE신용평가는 HD현대일렉트릭 신용등급을 ‘A-, 긍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올렸다.두 신평사는 HD현대일렉트릭에 대해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수주잔고가 크게 확충됐다고 봤다. HD현대일렉트릭은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양호한 수주경쟁력을 기반으로 미국, 사우디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작년 말 수주잔고는 전년 대비 52.5% 증가한 5조37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3년 평균 매출액의 2.4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향후 2~3년간 안정적인 매출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다.아울러 중단기간 개선된 이익창출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확충된 잔고를 기반으로 외형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초과 수요에 따라 선별적 수주, 판가 인상이 이뤄지며 수주잔고의 채산성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작년 누계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5.4%포인트 상승한 11.7%를 기록했다.(사진= HD현대일렉트릭)아울러 내년까지 변압기 설비투자(Capa) 증설(500억원 내외) 및 배전신공장 설립(1200억원 내외) 등 확장적 투자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장기적으로 공급부족 해소에 따라 채산성과 선수금 수취 비율이 하락할 수 있겠지만 제고된 영업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자금소요에 대응하며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4.03.30 I 안혜신 기자
"잘 샀네"…하이네이처 성장에 코스톤아시아 방긋
  • [마켓인]"잘 샀네"…하이네이처 성장에 코스톤아시아 방긋
  • 하이네이처가 K-뷰티 선호도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모펀드 코스톤아시아의 블라인드 펀드 성과가 기대된다. 사진은 하이네이처 브랜드 퓨리토 서울(Purito Seoul).(사진=하이네이처)[이데일리 마켓in 김형일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코스톤아시아가 친환경 비건 화장품 업체 하이네이처 덕에 2호 블라인드 펀드 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이네이처가 K-뷰티 붐을 타고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뚜렷한 실적개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이네이처는 지난 23일 브랜드명을 기존 퓨리토(Purito)에서 퓨리토 서울(Purito Seoul)로 변경했다. K-뷰티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 만큼 발을 맞춘 것이다. 여기에 하이네이처는 인기상품인 병풀추출물(센텔라) 라인을 ‘원더릴리프 센텔라’로 새롭게 출시하면서 K-뷰티를 강조하기 위해 국내산 병풀추출물로 성분을 변경 및 강화했다. 실제 K-뷰티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 부진을 겪고 있는 중국을 제외한 K-뷰티 수출액은 2021년 35억2903만 달러(약 4조7303억원)에서 2022년 36억1837만 달러(약 4조8501억원), 작년 48억500만 달러(약 6조4416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이네이처 매출은 200억원으로 전년도 125억1000만원 대비 두배 가까이 늘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80억원을 기록해 전년 57억원 대비 40% 증가세를 보였다. 이같은 성과에 코스톤아시아의 회수 성과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코스톤아시아는 지난 2022년 말 약 370억원을 투입해 하이네이처를 인수했다. 작년 상반기 하이네이처로부터 100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이미 투자금액의 26%를 회수한 상태다. 작년에 이어 올해 실적개선세가 이어지면서 배당금 규모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들어 하이네이처의 월매출은 전년대비 60% 증가했다. 코스톤아시아 관계자는 “하이네이처가 퓨리토 서울 브랜드 리런칭과 해외 수출 확대를 바탕으로 실적 성장의 원년을 맞이할 것으로 본다”며 “하이네이처의 탄탄한 현금흐름과 브랜드 성장을 내세워 조만간 상당한 수익률로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4.03.30 I 김형일 기자
의정부시, 연이은 바이오기업 투자유치…서울 동북 바이오벨트 구축 가능성↑
  • 의정부시, 연이은 바이오기업 투자유치…서울 동북 바이오벨트 구축 가능성↑
  •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의정부시가 연달아 바이오·메디컬 기업의 투자유치를 성사시키면서 ‘서울 동북권 바이오산업벨트’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경기 의정부시는 지난 29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지역 대표 특성화고등학교인 경민IT고교 및 의정부공업고교가 참여한 가운데 바이오 재생의료 전문 벤처기업인 ㈜시지바이오와 ‘첨단산업 육성 및 지역사회 인재채용’을 위한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사진=의정부시 제공)이날 협약에 참여한 의정부시와 학교, ㈜시지바이오는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의정부시-시지바이오 상호 협력 △경민IT고교·의정부공업고교 산-학협력을 통한 미래 혁신인재 육성 △시지바이오의 의정부 내 투자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적 지원 등에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시지바이오는 뼈·피부 재생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바이오 융합 의료기기 골대체재 ‘노보시스’와 생체활성 유리 세라믹인 BGS-7 기반의 경추 케이지 ‘노보맥스’ 등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척추 및 정형외과 의료기기들을 보유하고 있다.지난해 11월 의정부 용현산단 소재 정형외과 의료기기 연구개발기업인 이노시스의 지분을 인수하며 바이오 기술과 금속 임플란트 가공 및 생산 기술을 모두 확보하기도 했다.㈜시지바이오는 이 과정에서 투자한 325억원과 함께 100억원의 추가 시설 투자 및 지역 인재채용을 위한 산-학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다.이번 협약에 따라 의정부시는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선도기업으로서 바이오 관련 기업유치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와 함께 바이오산업 핵심·원천기술 개발 및 제조시설 지원 육성으로 원스톱 패키지 연구가 가능한 바이오 클러스터를 의정부에 조성하면 추가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특히 의정부시가 서울시 및 노원구와 함께 참여를 논의 중에 있는 ‘서울동북권 바이오·메디컬 산업벨트’ 구축에도 의정부시의 연이은 바이오 관련 기업 투자유치 확약은 그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의정부시는 이번 ㈜시지바이오와 투자유치 협약에 앞서 지난 1월에는 돼지 간 이식 원천기술을 보유한 바이오간솔루션과 주사무소 이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김동근 시장은 “이번 협약은 바이오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문 벤처기업이 시와 함께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며 “외부 기업들이 관내 기업에 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등 기업유치의 폭을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4.03.30 I 정재훈 기자
“코스닥 비리 포착”…밸류업 채찍 든 이복현
  • “코스닥 비리 포착”…밸류업 채찍 든 이복현[최훈길의뒷담화]
  •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불공정거래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을 집중조사하여 주식시장에서 퇴출시키겠습니다.”위 문장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25일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입니다. 경영 부실 상태인데도 ‘좀비’처럼 죽지 않는 기업을 퇴출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각종 불공정거래로 연명하고 있는 상장사를 상장폐지시키겠다는 경고입니다. 상당히 센 내용인데요, 금감원 조사 1국·2국·3국, 공시심사실, 회계감리 1국·2국까지 6개 부서가 투입돼 전방위 조사에 나섭니다. 사실 1달 전인 2월28일에 이복현 금감원장이 기자들과 만나서 “성장성이 낮거나 주주환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 기준에 미달하는 상장사는 거래소가 적극적으로 퇴출해야 한다”며 “상당히 오랜 기간 성장하지 못하거나 재무지표가 나쁜 기업 등이 10년 이상 (시장에) 남아 있다. 그런 기업을 시장에 두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백브리핑에서 이같은 얘기가 갑자기 나와서, 관련 취재를 했는데요. 그때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통상 정부에서 뭔가 발표를 하면 이를 같이 준비한 실무진들이 백브리핑 등으로 설명을 해주거든요. 그런데 이복현 원장이 지난달 ‘상장사 퇴출’이란 센 발언을 했는데 다시 관련 실무진들은 당시 말을 아꼈습니다. 당시 금감원 관계자는 “몇주만 기다려달라. 그러면 뭔가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그 윤곽이 발표된 것입니다.이 내용이 주목되는 건 조사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돼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은 코스닥 상장사 2곳의 회계비리 정황을 포착, 감리에 착수했습니다. 조사국 전체가 투입되는 만큼 시세조종,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부정거래 등 상장사의 불공정거래가 무더기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같은 비리가 사실로 최종 확인되면 최소 2군데 이상 상장사가 퇴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기업 밸류업(Value Up) 페널티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대책으로 4월에 밸류업 가이드라인 초안, 5월에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금융위·거래소는 세제 인센티브 등 ‘당근’을 예고하며 상장사들에 밸류업을 독려하고, 금감원은 밸류업 ‘채찍’을 드는 모양새입니다. 밸류업이 순항하려면 당근과 채찍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운동회 때 끈으로 발을 함께 묶고 뛰는 경기처럼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증권사, 상장사, 투자자 등이 적절히 보폭을 맞춰서 갈지가 주목됩니다. 일각에선 총선 이후엔 ‘쇼’가 끝나고 밸류업이 좌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어, 당국이 이같은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오늘 뒷담화에선 이같은 금감원의 조사 파장을 중심으로 밸류업 정책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5월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해 직을 걸고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사진=이영훈 기자)-지난 월요일에 금감원이 어떤 내용을 발표했나요?△두 가지 갈래로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첫째로는 양심불량 불법거래 상폐기업들을 보시면 됩니다. 둘째는 현재 상장돼 있는 상장사에 대한 불법 혐의 조사 건입니다. 우선 첫 번째부터 말씀드리면요,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실적 악화 등으로 상장 폐지된 44개 기업(코스닥 상장사 42개, 코스피 상장사 2개) 중 37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거래가 적발됐습니다. 이 가운데 15개 기업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통보 등의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15개 기업이 챙겨간 부당이득 규모는 1694억원에 달했습니다. 혐의별로는 부정거래 7건, 시세조종 1건, 미공개·보고의무 위반이 7건으로 나타났습니다. 불공정거래가 발생한 나머지 22개 기업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도 공개됐지요?△대표적인 2가지 사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뒤 전환사채(CB)를 통해 수십억원을 조달한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A사 사주는 A사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반대매매 위기에 처하자 사채업자이자 시세조종 전문가에게 시세조종 즉 주가조작을 지시했습니다. 사채업자는 지인 등 12명의 계좌를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웠습니다. 이후 A사는 이후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73억원을 조달했습니다. 하지만 경영상황이 호전되지 않아 10개월 만에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고 결국 상장폐지됐습니다. 호재성 정보로 주가를 띄운 것도 모자라 악재성 정보 공시 직전 주식을 팔아치운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B사의 최대주주는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언론에 게재하는 등 호재성 정보를 유포해 주가를 띄웠고, 보유주식을 고가에 매도해 5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경영난이 심화돼 회계감사인의 감사의견이 의견거절로 제출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러자 최대주주는 감사보고서가 공시되기 전 주식을 매도해 105억원 부당이득을 챙겼습니다. 금융감독원이 현재 상장돼 있는 코스닥 상장사의 회계비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현재 상장돼 있는 상장사에 대한 불법 혐의 조사 건은 뭔가요?△관련해 취재를 해서 확인한 사실인데요. 현재 코스닥 상장사 2곳이 회계부정 혐의로 금감원 감리(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 혐의가 사실로 최종 확인되면 상장폐지될 수도 있는데요. 내용을 살펴보면요. 한 코스닥 상장사의 회계분식 사례인데요. 이 회사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는데 자산을 뻥튀기(과대계상)해 상장폐지 요건을 회피했습니다. 이후 회사의 최대주주는 보유주식을 팔아 부당이득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는 분식재무제표를 사용해 수년 간 1000억원대의 자금을 조달해 기존 차입금 상환 등에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인수합병(M&A) 세력이 인수하려는 이 회사가 대규모 손실로 상장폐지 위험에 처하자 연말에 거액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상장폐지 요건을 피했습니다. 이후 유상증자로 주가가 상승하자 증자대금을 횡령했고,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보유 중이던 주식 즉 차명주식을 고가에 팔아 부당이득을 취했습니다. 이 건도 ‘가장납입성 유상증자’ 즉 가짜로 회계를 조작한 거라는 건데, 금감원이 이 코스닥 상장사도 감리(조사) 중입니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조사, 제재 절차가 진행될까요?△금감원의 목표는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상장만 유지하고 있는 ‘좀비 기업’을 주식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인데요. 상장폐지 회피 목적으로 불공정거래 의심종목을 정밀분석하고, 혐의 발견 시 즉각 조사하고 제재하는 수순을 밟을 전망입니다. 금융위, 거래소와도 공조해 상장사 재무, 공시 자료 및 제보 내용을 분석해 혐의 종목을 전면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금감원은 시장 진입도 깐깐하게 볼 방침인데요. 상장에 부적절한 기업이 신규 상장을 위해 분식회계, 이면계약 등 부정한 수단을 사용한 혐의가 확인되면 조사·감리로 제재 절차에 들어가구요. 기업공개(IPO) 당시 추정 매출액 등 실적 전망치가 실제 수치가 크게 차이가 나면 전망치 산정의 적정성 등을 면밀히 분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금융감독원 조사 1국·2국·3국, 공시심사실, 회계감리 1국·2국까지 6개 부서가 참여해 상장사 불공정거래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나선다. (사진=금융감독원)-IPO 이후 논란이 됐던 파두와 같은 사례를 막겠다는 것이지요?△그렇습니다. 파두와 같은 뻥튀기 상장 논란의 재발을 막겠다는 것인데요. 앞서 IPO 이후 파두는 작년 11월8일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이 3억2081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전년 동기(135억9243만원) 대비 97.6% 하락해 시장에서 깜짝 놀랐는데요. 특히 IPO가 진행 중이었던 지난 2분기 매출이 5900만원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매출을 미리 당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구요.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자마자 주가는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후 주가는 단 한번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지난 14일 파두의 주주들은 회사와 상장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파두는 “당사의 실적 침체는 시장 상황에 기인했다”고 밝혔지만, 주주들은 이번 소송에서 “공모 당시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피고 회사(파두)의 매출이 2023년도에도 지속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기재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번 소송은 2005년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이 시행된 이후 IPO 관련 첫 소송이라 주목됩니다. 아울러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NH투자증권에 대한 정기 검사를 시작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애초 하반기 정기검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에 앞서 사전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는데요, 금감원 검사 결과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금융위에서도 상폐 관련 제도개선을 검토 중이지요?△금융위는 코스피 상장사가 상장폐지 심사 과정에서 부여받는 개선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코스닥 상장사의 심사 절차는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으나 개선기간이 부여돼 거래정지 상태에 놓인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는 71개사(유가증권시장 17개사·코스닥 54개사)나 되는데요. 이들의 시가총액 규모는 8조2144억원에 달합니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상장사들의 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현재 시장에는 8조원이 넘는 자금이 묶여 있는 셈인데요. 금융위는 “상장폐지 절차 장기화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사 절차 개선을 연내 추진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거래소는 당초 6월에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달 15일 취임한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4월에 가이드라인 초안, 5월에 가이드라인 최종안 발표로 일정을 당기기로 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결국 이같은 방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업 밸류업 정책 일환인데 향후 밸류업 정책 일정도 공개됐지요?△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22일 발표한 내용인데요.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는 내용입니다. 거래소는 내달 밸류업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하고, 기업들과 유관기관의 의견 수렴을 거쳐 5월 밸류업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가이드라인에는 투자지표 개선, 주주환원 정책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기업가치 우수 기업을 중심으로 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3분기 내 개발할 예정이구요, 4분기 중에 관련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금감원이 상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사실 거래소 내부에선 무더기 상폐가 이뤄지는 것에 신중한 분위기도 있습니다. 부실 상장사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거래소 본업인 상장을 늘리고 거래를 이뤄지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본래 상폐 권한은 거래소가 갖고 있는 건데, 금감원이 ‘감놔라, 배놔라’고 하는 것에 불편한 기류도 있구요. 금감원장 출신인 정은보 이사장과 이복현 현 금감원장이 이같은 기류를 원만하게 해소할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끝으로 밸류업 관련 투자자 유의사항 챙겨주시죠. △최근에 보면 밸류업 관련 홍보 상품이 잇따라 나오는데요. 한 운용사의 경우에는 자사 홈페이지 및 기사 등을 통해 배당성장 액티브ETF를 밸류업 직접 수혜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첫 밸류업 ETF’ 등으로 홍보하고 있는데요. 관련해 금감원이 지난 26일 ‘밸류업 ETF’ 등의 홍보 문구를 사용한 자산운용사들에 사용 금지 방침을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26일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우수기업 및 코리아 밸류업 지수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펀드 명칭, 투자전략 및 펀드 홍보 등에 ‘밸류업’ 문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투자자가 해당 펀드를 정부 정책에 따른 밸류업 ETF 등으로 오인하게 함으로써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이같은 운용사 홍보에 대해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자사 펀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라고 판단했구요. 금감원은 이같은 홍보 문구를 사용할 경우, 밸류업이 일종의 투자 테마로 변질돼 투자자 피해를 유발하고 밸류업 정책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봤습니다. 앞으로 금감원은 관련 감독을 철저히 할 방침이어서요, 투자하실 때 유의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2024.03.30 I 최훈길 기자
매각 닻올린 에코비트…‘3조 몸값’에 시장은 ‘갸우뚱’
  • 매각 닻올린 에코비트…‘3조 몸값’에 시장은 ‘갸우뚱’
  •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태영건설(009410)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종합환경 계열사 에코비트 매각이 본격화됐다. 상반기 중 인수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다만 태영그룹 측이 원하는 기업가치 3조원과 시장에서 평가하는 1조~2조원의 몸값 사이 간극이 여전한 만큼 원매자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에코비트 본사 전경 (사진=에코비트)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비트 매각 주관사인 UBS와 씨티글로벌마켓(씨티증권)은 최근 인수 후보군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올해 1월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UBS와 씨티증권은 약 한달간 실사를 진행하고 투자설명서 작성을 마쳤다. 상반기 중 인수의향서(LOI) 접수 등을 거쳐 예비 인수자 선정까지 마치겠다는 목표다. 매각 대상은 에코비트 지분 100%다. 에코비트는 국내 매립시장 1위 사업자로 지난 2021년 티와이홀딩스와 KKR이 공동으로 세운 회사다. 지분은 50%씩 나눠 보유하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올해 1월 워크아웃을 선언한 태영건설 지원을 위해 자회사 에코비트를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채권단에 약속한 바 있다. 이후 KKR의 동의를 얻어 에코비트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인수 후보군으로는 인프라 투자 경험이 있는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 어펄마캐피탈, 맥쿼리자산운용, EQT파트너스 등이 거론된다. IMM인베스트먼트는 2017년 인수한 폐기물 소각업체 EMK를 2022년 매각하며 2배 가까운 차익을 올렸다. 어펄마캐피탈은 EMC 매각에 성공하며 ‘폐기물 전문 사모펀드’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밖에 환경기업 인수합병(M&A)에 앞장서 온 SK에코플랜트도 거론된다. 앞서 선정된 매각 주관사가 모두 외국계 증권사라는 점에서 블랙록 등 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잠재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다만 자금 확보가 절실한 태영그룹이 원하는 가격에 에코비트 매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초 매각 추진이 알려진 올해 1월 당시 태영그룹 측의 희망 기업가치는 3조원대였다. 하지만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어려운 투자 환경 속에서 조단위 몸값을 감당할 곳은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에코비트의 적정 인수 가격은 1조~2조원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티와이홀딩스와 회계법인이 지난해 말 자체 평가한 보유지분 50%에 대한 장부가치는 5197억원이다. KKR 지분까지 합쳐도 전체 장부가가 1조393억원에 불과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에코비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높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실적도 전년보다 주춤한 상태”라면서도 “태영그룹의 알짜 회사인 만큼 관심을 가지는 PE들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2024.03.30 I 허지은 기자
사막과 해변서 열리는 게임 축제…중동은 e스포츠 지구 조성 중
  • [오일 Drive]사막과 해변서 열리는 게임 축제…중동은 e스포츠 지구 조성 중
  •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즐비한 중동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오일 드라이브(Drive)’는 중동 투자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오일머니에 뛰어드는 글로벌 투자사들의 이야기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신기술 기반 투자에 집중하려는 중동 현지의 소식을 모두 다룹니다. 국내 기업의 중동 자본 투자유치 소식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전 세계 게이머들의 축제가 사막의 도시나, 해변을 풍경 삼은 섬에서 열릴 날이 머지않았다.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e스포츠 팬들만을 위한 관광지구 조성에 수십조원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팬덤이 탄탄히 형성된 분야라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똘똘한 산업이라는 인식에서다. 젊은 인구가 많은 만큼 이들이 익숙한 산업인 동시에,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할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향후 중동이 e스포츠 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 근교의 사막지대 키디야에 지어질 초대형 게임·e스포츠 지구의 조감도. (사진=키디야시 홈페이지 갈무리)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와 UAE가 e스포츠 패권 경쟁에 열을 올리며 투자와 지원, 인수합병(M&A) 등에 쏟는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e스포츠 산업 지구를 조성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해 투자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사우디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주도하에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한 경제 다각화 정책의 하나로 게임·e스포츠 산업을 본격 육성하고 있다. 자국이 게임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약 380억달러(약 51조원)도 투자한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게임·e스포츠 산업이 사우디 GDP에서 500억리얄(약 18조5000억원)을 이바지하도록 목표를 설정했다.구체적으로 수도 리야드 도심에서 떨어진 사막지대 키디야에 초대형 관광·레저 단지를 짓고 있다. 이곳에 5억달러(약 6745억원)를 들여 게임·e스포츠 지구를 조성한다. 일종의 e스포츠 도시가 탄생하는 것으로 ‘e스포츠의 글로벌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로 올해 준공을 마무리한다. 최대 25개의 e스포츠 클럽이 숙식과 훈련할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세계 3대 e스포츠 경기장 건설을 목표로 한다.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은 총 4개로 관객 7만3000명을 수용하게 된다. 올해 8월에는 이곳에서 e스포츠 월드컵을 개최한다.국가 정책에 따라 국부펀드 PIF 산하의 새비 게임즈 그룹을 통한 e스포츠 딜(deal)에도 적극적이다. 새비 게임즈는 몇 년 전 유럽의 e스포츠 회사 ESL과 페이스잇을 15억달러(약 2조원)에 사들였고, 세계 최대 규모 e스포츠 기업인 ESL 페이스잇 그룹으로 합병시킨 바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e스포츠 회사 VSPO에 2억6500만달러(약 3575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UAE도 e스포츠 허브 선점에 맞불을 놨다. UAE는 수도 아부다비에 총 10억달러(약 1조3490억원) 규모의 ‘e스포츠 섬’을 지을 예정이다. 두바이 기반의 e스포츠 라운지 네트워크 회사 트루게임즈는 해당 사업을 위해 2억8000만달러(약 3777억원)를 투자해 아부다비 해변가에 자리한 인공섬에 관광객을 위한 고급 리조트, 선수들을 위한 전문 훈련 시설, 관계자들을 위한 콘텐츠 제작 공간을 조성한다. 섬 중심에는 수천 명의 관중이 참석할 수 있는 아레나가 지어진다. 회사는 자금조달을 위해 굵직한 글로벌 투자사들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사우디와 UAE의 이 같은 행보는 e스포츠 산업의 ‘뚜렷한 성장세’ 때문이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게임·e스포츠 산업은 모바일·인터넷 보급률과 젊은 인구를 배경으로 전례 없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7년까지 해당 분야 산업의 가치가 60억달러(약 8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중국과 비교해도 성장세가 3배 빠르다고 분석했다. 두바이 자유무역지대인 두바이복합상품거래소(DMCC·Dubai Multi Commodities Centre)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e스포츠는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23.3%의 매출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이용 인구는 이집트가 가장 많지만, UAE와 사우디가 △높은 소득 수준 △탈 석유 정책에 따른 경제 다각화 △공공투자 프로젝트 등의 노력으로 MENA 지역에서 가장 e스포츠 산업 관련 수익이 높은 국가로 꼽히고 있다.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MENA 지역에서 30대 미만 인구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사우디만 해도 70%를 차지할 정도로 젊고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가 많다”며 “최근의 통계를 보면 게임을 실제로 플레이하는 이용자 비율도 상당하다”고 했다. 이어 “막대한 정부 지원금·투자금으로 게임사를 직접 설립하거나 글로벌 게임사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할 수 있어 여러모로 비석유 GDP를 증가시킬 수 있는 유망 분야라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2024.03.30 I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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