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달 23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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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쌀값 떨어지고 농가 소득 줄어들 것”
예상된 수순이다. 정부·여당은 이 개정안이 거론되기 시작된 지난해부터 줄곧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농가 보호를 위해 쌀이 수요의 3~5%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쌀값이 전년도보다 5~8%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것인데 법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에도 간담회를 열어 “(법이 시행되면) 지금도 남는 쌀을 더 많이 남게 하는 것은 물론 (정부가) 이를 사는데 들어가는 국민 혈세는 매년 증가해 2030년이면 1조4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며 “그럼에도 오히려 쌀값은 떨어지고, 쌀 재배농가 소득도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양곡법 개정안은 국회로 다시 넘어가 재표결에 부쳐지게 됐다. 법안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한다. 재적 의원(299명) 중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115명)이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22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까지 줄었다. 30년 전 1992년 112.9㎏의 절반이다. 밥 한 공기가 보통 90g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하루에 밥을 1.5공기 정도만 먹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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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전환해 쌀 재배 면적 줄이고…쌀 소비 촉진 방안 찾아야
정부는 이를 통해 올해 쌀 재배 면적을 지난해 17만7000헥타르(㏊)에서 14만㏊로 3만7000㏊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작물 전환을 유도하기에는 보조금 단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벼의 1헥타르(㏊)당 순수익은 콩보다 290만원 많은데, 콩 농사로 전환했을 때 받는 직불금은 1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쌀은 기계화율이 높아 재배하기도 수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농가에서 작물 전환 유인은 더 줄어든다.
새로운 쌀 수요를 찾아내 쌀 소비를 촉진하는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각 대학교에서 1000원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도록 지원금을 주는 ‘천원의 아침밥’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같은 사업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는 “재배면적 감축만으로 대응하는 수급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쌀 홍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쌀 음식과 가공식품 개발 및 고품질 기능성 쌀 개발 등에 적극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충남대 교수는 “국내 쌀 소비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쌀 수출 전략상품을 개발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공적개발원조(ODA)에 쌀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이미 정부는 올해 농업예산(17조3574억 원)의 4분의 1가량인 4조4000억원을 쌀 관련 정책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쌀 감축 및 소비 촉진 관련 예산은 1165억원(2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정부양곡매입·관리 비용 및 기반시설 유지에 들어가고 있다.
농식품부는 오는 6일 농업인단체와 당·정 협의를 거쳐 관련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같은 날 ‘2023~202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대책’도 발표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단체에서 작물전환을 위한 구체적 방안과 농업·농촌 발전을 위한 종합대책을 요구하는 중”이라며 “이 같은 요구를 종합적으로 담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대책을 마련해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