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 베풀던 70대 노인…실체는 악마였다[그해 오늘]

4명 목숨 앗아간 보성 어부 '오종근' 살인 사건
한 달만에 10~20대 4명 잔혹 살해…끝까지 뻔뻔
법원 "참회없이 허무맹랑 변명 반복" 사형 선고
  • 등록 2022-09-25 오전 12:03:00

    수정 2022-09-25 오전 8:13:02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07년 9월 25일. 추석 당일 오후 3시 36분. 30대 남성 A씨는 모르는 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저희 아까 전화기 빌려드린 사람인데요. 배 타다가 갇힌 거 같아요. 경찰보트 좀 불러주세요.”

해당 번호는 당일 오전 A씨 아내가 휴대전화를 빌려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던 번호였다. A씨 부부는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했어요. 납치인가요”라고 답문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추가 답장은 오지 않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발신번호를 추적했다. 20대 중반 직장인 B씨의 휴대전화 번호였다. B씨는 추석 연휴를 맞아 친구 C씨와 함께 전남 보성에 여행을 온 상태였다.

범행 직후 태연하게 일상생활…의심받자 큰소리 치기도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고, B씨와 C씨가 당일 오전 보성의 한 선착장에서 어선을 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B씨 등이 탔던 것으로 추정되는 배의 주인을 찾아 나섰다.

1938년생, 당시 만 69세의 오종근이었다. 부인과의 사이에서 7명의 자식을 두고 있던 고령의 노인을 범인으로 쉽게 의심하긴 힘들었다.

2007년 4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보성 어부 살인사건 범인 오종근. (사진=YTN뉴스 갈무리)
경찰이 오종근의 가족에게 연락을 했고, 오종근이 어장에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보성에 거주 중인 오종근의 딸과 사위가 배를 타고 어장으로 왔다. 오종근은 어장에서 태연하게 주꾸미 채취 작업을 마무리하고 어구를 정리하던 중이었다.

당시 선착장에선 20대 여성 2명의 실종 소식이 퍼진 상태였다. 다른 어민들도 오종근을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종근은 뻔뻔했다. 선착장 부근 평상에 있던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가 “내가 칠십 먹었다. 여자 2명을 어떻게 데리고 가겠나”고 큰소리를 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은 선착장에 도착한 오종근의 선박에 대한 감식을 시작했다. 그리고 선박 내부에서 피해자들의 신용카드 및 볼펜, 머리끈, 머리카락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다음날 오종근을 긴급체포했다.

피해자들 문자·카메라·신고 등으로 범행 밝혀져

체포 직후에도 오종근은 여성들을 태운 사실은 인정했지만 살인 혐의는 강력 부인했다. 오종근은 “여성 한 명이 볼일을 보기 위해 이동하던 중 실족해 바다에 빠졌고 다른 여성도 이를 잡으려다 같이 바다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던 중 피해자 중 한 명의 사체가 26일 아침 발견됐다. 사체엔 목졸림 흔적과 함께 온몸에 멍과 철과상이 있었다. 경찰의 추궁이 계속되자 오종근은 결국 여성들의 살해사실을 인정했다. 다른 피해자의 사체는 28일 발견됐다.

오종근은 피해자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척 배에 태운 후 바다 한가운데로 이동해 성추행을 시도했다. 여성들이 격렬하게 반항하자 이들을 힘으로 제압해 바다에 빠뜨렸다. 70세에 가까운 나이였지만 평생 바닷일을 해온 오종근은 당시 기계장비 없이 어업을 할 정도로 힘이 강했다. 바다에 빠진 여성이 살기 위해 배 위에 오르려 하자 오종근은 배 위에서 여성에게 갈고리채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보성 어부 살인 사건 범인 오종근이 체포 직후 자신의 배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백을 받은 경찰은 이 사건 발생 전 9월 초 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남녀 대학생 D씨와 E씨(모두 당시 만 19세) 사건에 대해서도 오종근 관련성을 수사했다. 하지만 오종근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증거 확보에 나선 경찰은 사망한 여대생이 실종 무렵인 8월 31일 저녁 시간대에 119에 건 4차례 전화에서 오종근의 목소리가 녹음된 것을 확인했다. 또 다른 어망에 피해자들 중 한 명 것으로 보이는 디지털 카메라가 걸려 올라왔다. 복원된 메모리카드에선 배 위에서의 오종근 모습이 선명하게 담겼다.

“팔자가 그렇다”·“피해자 운이 없었다”…반성은 없다

경찰 조사 결과 오종근은 두 번째 범행 25일 전인 8월 31일 오후 선착장에서 D씨 일행을 배에 태웠다. 두 번째 범행 수법과 동일하게 바다 한가운데서 일행 중 여성을 성추행하려는 목적이었다.

70세 노인인 자신이 10대 남성을 힘으로 제압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오종근은 기습적으로 남성 D씨를 바다에 빠뜨렸다. 두 사람이 나란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 몰래 뒤로 다가가 민 것이다. 피해 남성이 배에 오르려 하자 갈고리채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이후 남겨진 여성이 저항하자 바다에 빠뜨려 또다시 갈고리채를 휘둘렀다.

오종근은 첫 범행 이후에도 두 번째 범행과 마찬가지로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했다. 그는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이후에도 태연히 선착장으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생활을 하다 2차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체포 이후에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범행 동기를 묻는 수사관들의 질문에 “팔자가 그렇다”, “피해자들이 운이 없었고 불쌍하다”, “서로 죽이고 죽으라는 팔자로 태어났나 보다” 등의 뻔뻔한 답변을 계속했다.

1심은 “무려 4명의 젊디 젊은 피해자들이 극도의 공포와 분노 속에 고귀한 생명을 잃었지만, 진솔한 참회나 피해회복을 외면한 채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개선 교화의 가능성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자백했던 오종근은 1심 판결 후 또다시 살인 일체를 부인하며 항소했다.

2심은 ”진솔한 참회나 최소한의 피해회복도 외면한 채 허무맹랑한 변명만 무책임하게 늘어놓아 피해자들과 유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며 ”개전의 정이나 개선 교화의 가능성을 찾기 어렵다“며 1심의 사형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2010년 6월 사형 판결을 확정했다. 현재 만 84세인 오종근은 여전히 광주교도소에서 사형수 신분으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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