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테슬라·질레트에게 배우고자 하는 것은?

"위기 주체로 서야 한계극복·시장선도 가능"
'리스크 테이킹' 사내미디어 통해 임직원들과 공유
  • 등록 2014-11-13 오전 5:30:00

    수정 2014-11-13 오전 5:30:00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위기는 극복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이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위기감이 팽배해진 삼성그룹이 ‘스스로 위기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주문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삼성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5부작으로 구성된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 위험 감수)’에 관한 내용을 사내방송과 내부인트라넷 등을 통해 임직원과 공유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마하경영 하우 투(How to)’라는 주제로 방법론을 조명한 데 이어 이번에는 ‘마하경영 와이(Y)’라는 주제의 내용을 임직원에게 전파하면서 ‘왜 마하경영이 필요한 지’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관리의 삼성’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모든 것을 바꿔 시장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은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의 3분기 영업이익이 1년새 60%나 급감했다. 또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고 불투명한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강의에는 미국의 전기자동차(EV) 제조사 ‘테슬라’, 면도기 제조업체 ‘질레트’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리스크 테이킹이 기업 경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조명했다.

탑승과 이동이 가능한 거대한 정보기술(IT)기기라는 개념으로 EV 사업에 뛰어든 테슬라를 바라본 업계에는 비싼 가격과 충전한계 등의 문제로 부정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새로운 탈 것’에 대한 제작을 추구한 테슬라는 EV 업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6월 테슬라는 보유한 특허를 공개했다. EV 시장이 성숙하지 않으면 지속발전이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EV시장 확대를 위해 자신들의 고유 기술 유출이라는 위기를 자초했지만, 이면에는 공개한 기술 그 다음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면도기 업계 부동의 1위인 질레트는 연구·개발(R&D)를 통해 다중날 면도기 경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질레트는 3중날 출시에 이어 4중날 개발은 건너뛰고 5중날 개발을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난 후 경쟁사들이 4중날을 출시했을 때 질레트는 5중날 제품을 출시해 경쟁업체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 이후 경쟁사들이 앞다퉈 다중날 경쟁에 매진할 때 오히려 질레트는 안전성을 강조하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 판도를 바꿔 나갔다.

결국 제조와 공정기술에서 큰 변화를 감수해야 했지만 질레트는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면서 시장을 혼돈에 빠뜨린 셈이다. 하지만 질레트는 이미 통제 가능한 위기였고 경쟁업체들은 대비하지 못한 위기였다는 차이점이 존재했다.

삼성그룹 제공
신시아 몽고메리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가구 공룡 ‘이케아’, 스마트폰을 통한 택시서비스 ‘우버(Uber)’,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를 리스크 테이킹을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일궈 낸 사례도 소개했다.

몽고메리 교수는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고객과 공급업자를 연결하는 역할만으로 기존 업계를 당황스럽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사업모델은 불시에 틈을 비집고 들어와 판을 흔드는 파괴력을 가진다”면서 “리스크 테이킹을 바탕으로 그들은 후발주자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창시한 선도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내용은 결국 위험을 감수한 도전을 주저하고,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부분적 개선만 해서는 새로운 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지하라는 내용을 삼성 임직원에게 전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리스크 테이킹에 관한 5부작 강의 내용은 올해 삼성의 경영화두인 ‘마하경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기업이 기존 환경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모든 것을 바꿔나가는 총체적 경영활동이 마하경영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변화할 때의 위험을 스스로 인지하고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는 “스스로 위기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은 한발 앞서 경쟁자들을 혼란에 빠트릴 위기를 먼저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의미”라며 “스스로 만든 위기는 통제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쟁자들에게는 혼란과 위기감을 조성해 격차를 벌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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