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는 금융 당국이 ‘대환대출 인프라’를 구축하고, 금융사 간 자동상환을 지원하면서 가능해졌다. 이전까진 대출을 갈아타려면 기존 및 신규 대출 금융사의 영업점에 각각 방문해야 했다. 완전 비대면으로 대환대출이 가능한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게 금융 당국의 설명이다.
금융 당국이 앞장서 대출 갈아타기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일이지만, 옥에 티도 보인다. 서비스 이용 시간을 은행 영업시간으로 제한한 것이다. 대출 갈아타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은행이 문을 연 시간에만 이용 가능하다. 주말에도 물론 서비스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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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대출 갈아타기에 걸리는 시간이 꽤 길다는 점이 간과됐다. 금융당국은 15분 내에 갈아타기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 해보면 족히 한 시간은 걸리는 일이다. 여러 금융사의 대출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플랫폼에서 대출 갈아타기를 할 경우,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동의하고 기존 대출 정보를 불러온 다음, 비대면 심사를 위해 소득정보·자산정보 등을 추가로 입력하고 더 나은 조건의 대출을 찾아야 한다. 플랫폼마다 제휴한 금융사가 달라 최적의 상품을 찾으려면 여러 플랫폼에서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더 나은 조건의 상품이 처음 거래하는 은행에 있다면, 은행 계좌부터 개설해야 한다. 그다음에야 새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근무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 한 시간이나 스마트폰을 보고 있기 어렵다. 결국 점심시간에 짬을 낼 수밖에 없다. 점심시간에 부랴부랴 은행 업무를 보는 상황이 스마트금융 시대에도 반복되는 꼴이다.
금융서비스에서 안정적인 운영이 최우선이라는 점은 공감하지만, 대출 갈아타기 모든 과정을 은행 영업 시간으로 제한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용자들이 마이데이터 가입이나 기존 대출 조회, 신규 계좌 개설 같이 다소 시간이 걸리는 일은 원하는 시간에 처리할 수 있게 하고, 실제 즉각적인 민원 대응이 중요한 대출 신청·승인만 은행 영업 시간으로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플랫폼을 통해 신규 대출 상품을 추천받고 가입할 수 있는 ‘대출 비교’ 서비스는 24시간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편의성보다 고객의 안정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용시간을 풀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안전성과 편의성을 모두 잡을 방법이 정말 없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