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26.26 17.23 (-0.57%)
코스닥 923.48 2.72 (-0.29%)

LG-SK 배터리 분쟁, 6년걸린 코오롱-듀폰 소송전 재연되나

코오롱, 아라미드 영업비밀 침해 소송으로 듀폰에 2800억원 손해배상
美 ITC 판결후 60일내 바이든 거부권 행사 촉각..기한 넘기면 항소行
델라웨이주 연방법원 넘어 민·형사 소송 이어질 경우 장기전 불가피
"배터리 경쟁 가속화되는데..소송 장기화에 경쟁력 약화 부메랑 우려"
  • 등록 2021-02-23 오전 6:38:49

    수정 2021-02-23 오전 9:43:54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051910) 전지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과거 코오롱-듀폰이 미국에서 6년간 벌였던 화학섬유 아라미드(Aramid)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과 유사한 형태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전에서 관련 자료를 폐기한 혐의로 조기패소 판결이 확정된 SK이노베이션이 코오롱의 전철을 밟을 경우 항소법원 등으로 확전돼서야 협상이 종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소송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종 협상 종결까지는 변수 산적

코오롱과 듀폰의 법적 분쟁 당시(2009년~2015년) 코오롱은 1심에서 1조원을 웃도는 배상액 판결을 받았지만 미국 제4순회 연방항소법원에서 1심을 뒤집는 파기환송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약 2800억원의 합의금을 듀폰에 지급하고 소송을 마무리했다. 당시 코오롱은 소송이 장기화되자 영업비밀 침해를 모의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대신 형사소송을 해결함으로써 아라미드를 자유롭게 생산·판매할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를 선택했다.

코오롱과 듀폰 소송 전례와 같이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측이 SK이노베이션(096770)에 제시한 조 단위의 손해배상액에 대해서도 접점을 찾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ITC 최종 결정에 대한 항소와 미 델라웨이주 연방지방법원의 판단이 나온 이후에야 유의미한 진척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일반적으로 ITC는 영업비밀 침해 여부와 수입 금지 범위를 판단하고 지방법원은 손해배상 규모를 결정한다.

재계 일각에서도 지난 10일(현지시간)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최종 판결 후 60일 이내에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항소와 연방법원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SK 측은 “LG 측에서 ‘(혐의를)인정하고 성실하게 협상에 나서라’고 하지만 혐의를 인정하면 당장 범죄기업으로 낙인찍힌다”며 “배상금의 범위를 가늠키 어려운 상황인 만큼 LG 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추가 항소와 민사소송 등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LG 측은 “전기차 시장 확대 전망을 본다면 이번 영업비밀 침해로 SK가 취할 이득은 엄청 크다”며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이번 분쟁을 지켜보고 있는 만큼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나쁜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양측 모두 소송 장기화 따른 손실 불가피”

다만 항소법원 결론 기한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빠르면 1년이지만 최대 3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는게 업계 관측이다. 그만큼 손해배상 협상도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양측간 각종 특허침해와 형사 소송까지 맞물려 있어 코오롱-듀폰 전례와 같이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종결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ITC가 SK이노베이션에 10년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포드와 폭스바겐에 공급하는 배터리 셀·모듈·팩에 대해 각각 4년, 2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는 점도 소송 장기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확정판결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영업비밀(하위항목 포함) 침해로 제시한 22개 항목에 대해 영업비밀침해중지명령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변수는 있다. 수십조원 규모의 수주와 맞물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급성장은 협상을 조기에 매듭짓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칫 CATL(중국) 등 외국계 배터리 회사에 시장을 뺏길 수 있는데다 기존 투자비용과 앞으로의 투자확대를 감안하면 막대한 손실이 따를 수 있어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연구개발과 시설투자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번 분쟁으로 수천억원의 소송비용을 지출함에 따라 양측 모두 유무형의 기회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향후 경쟁력 약화라는 부메랑을 맞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분쟁에 따른 손실산정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 들어올 시점이 협상의 분수령의 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양측 모두에게 유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짚었다.

총수간 회동 가능성은..양측 “그럴 일 없다” 일축

협상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일각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간 회동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지만 양측 모두 “그럴 일 없다”며 손사레를 치고 있다. 사안이 첨예해 총수가 나설 경우 되레 실무 협상에 부담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자칫 배임 소지까지 제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를 의식한 듯 최 회장은 이번 배터리 분쟁에 대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등 실무진이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회장 역시 대내외적으로 이번 분쟁에 대한 직간접적인 언급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양측 이견이 큰 상황에서 총수들이 만난다고 무엇을 얘기하겠느냐”며 “총수가 회동하려면 어느 정도 협상이 거의 마무리되는 수순을 밟을 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양측 대표이사 이하 실무진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게 합리적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