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0,000건 이상
- [단독]은행 경영개입 비판에…野, 가산금리 공시 의무 제외
-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은행권이 역대급 수익을 올리자 대출금리 산정의 핵심인 가산금리 공시 의무를 추진하던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한발 물러섰다. 이와 함께 가산금리 산정 기준을 명시하도록 한 기존 개선안도 철회했다. ‘은행 경영 개입’ 논란과 은행 대외신인도 하락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비판이 일자 이를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약 3조원에 달하는 법정출연금을 대출금리 산정서 완전히 제외하려 했던 기존 개정안도 수정했다. 교육세 제외 역시 세금 문제라는 점에서 은행법서 다루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따라 새 개정안에서 제외했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30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을 철회하고 이날 새로운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가산금리 세부 항목 공시 의무 삭제다. 기존 개정안에서도 공시 과정에서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은 제외할 수 있다고 예외 조항을 뒀으나 이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영업 기밀을 밝히라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도 이 같은 은행권의 주장을 받아들여 가산금리 세부항목을 제외하기로 손봤다. 기존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차용해 가산금리 구성 항목을 명시했다. 영업기밀에 해당하지 않는 가산금리 산정 세부 항목은 공시하도록 하고 공시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 근거를 구체화했으나 12월 개정안에서는 이를 모두 삭제했다.6월 개정안에서는 대출금리 산정 시 법정출연금을 모두 제외하도록 했으나 12월 개정안에서는 법정출연금 중 지급준비금, 예금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에 대해서만 대출금리에 전가할 수 없도록 했다. 이와 함께 기술보증기금 출연금,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 출연금, 신용보증기금 출연금, 지역신보 출연금, 주택금융공사 출연금을 대출금리에 50% 이상 전가하지 못하도록 했다. 법정출연금은 은행이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진행하는 보증부대출 실행 시 대출금에 비례해 각 기금에 출연하는 금액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이 부담하는 법정출연금 총액은 지난해 기준 약 3조원에 달한다. 아울러 교육세를 가산금리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한 기존 개정안 내용도 삭제했다. 교육세는 세금 문제이어서 은행법에서 다루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따라서 대출금리 산정 시 교육세 포함은 현행대로 유지한다.금융권 관계자는 “가산금리 세부내역 공시 의무를 삭제하고 교육세와 법정출연금 부담을 모두 은행이 지도록 한 기존 개정안에서 민주당이 한발 물러서면서 숨통이 다소 트였다”며 “은행 경영 개입 논란을 부추기고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韓 증시 올해 255조원 '증발'…주요국 중 수익률 '하위권'
-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이 올 한해 급락하면서 시가총액 255조원이 증발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주요국 증시에서 수익률 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반기에는 주요국 21위 중 20위를 하며 꼴찌를 간신히 면했다. 30일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2399포인트로 2400선을 지키지 못하고 마감했다. 이는 전년 말 대비 9.6% 빠진 수준이다.코스피는 상반기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에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연 고점인 2891포인트를 찍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경기침체 우려, 트럼프 트레이드, 정치적 불확실성 등 악재가 겹쳐 변동성이 확대하며 하락 마감했다. G20과 대만을 합친 주요국 21개국과 비교해보면 상반기 코스피는 12위를 기록했으나 하반기 20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7월까지 24조 100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8월부터 순매도 전환해 연말까지 22조 8000억원을 매도했다. ‘셀코리아’가 이어지면서 코스피 시가총액은 163조원이 감소했다. 코스피에서 업종별로는 밸류업 기대감으로 운송장비·부품, 금융 및 통신 업종이 강세를 보인 반면, 중국 경기 부진과 반도체 업황 우려 등으로 화학, 섬유·의류, 전기·전자 업종은 약세를 보였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전년 대비 11.9% 늘었고, 거래량은 9.5% 감소했다. 거래소는 “고가주 비중이 높은 대형주 거래량이 증가함에 따라 거래대금은 증가한 반면, 소형주 거래량은 대폭 줄어 전체 거래량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에 신규 상장 종목은 올해 총 11개사로 전년 대비 1개사가 늘었다. 공모금액은 같은 기간 6000억원 증가한 1조 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은 전년 말 대비 21.7% 하락한 678포인트에 마감했다. 일반서비스 및 제약 업종이 강세를 보인 반면, 섬유·의류와 전기·전자, 금융 등 대부분 업종이 약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92조원이 증발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전년 대비 16.3% 감소했고, 거래량은 13.5% 줄었다. 외국인과 개인은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기관은 순매도했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 신규상장한 기업 수는 총 128개사로 공모금액은 2조 4000억원이 모였다. 이는 전년 대비 4000억원 줄어든 수치다.
- 뉴진스, 검은 꽃 달고 日 스케줄…"애도의 마음을 담아"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그룹 뉴진스(Newjeans) 멤버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이 일본 공연 스케줄을 앞두고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들을 향해 추모의 뜻을 전했다.(사진=뉴진스 멤버들 인스타그램)뉴진스 멤버들은 30일 오후 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스토리에 각 멤버들이 공연 의상의 옷깃에 ‘추모’를 상징하는 검은 꽃을 달고 있는 사진들을 차례로 게재했다. 또 스토리 마지막 게시물엔 검은 바탕에 한글 및 영문으로 ‘애도의 마음을 담아’(In sincere condolences)란 문구가 담겨있어 뭉클함을 자아냈다. 뉴진스 멤버들은 이날 일본 니혼TV의 ‘베스트 아티스트 2024’, 1월 4일 후지TV의 ‘2024 FNS 가요제’ 출연을 앞두고 있다. 멤버들은 여객기 참사에 대한 추모의 뜻과 함께 무거운 마음가짐으로 검은 리본을 단 채 무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방청 등 구조당국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전 9시 7분께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해 활주로 외벽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81명의 탑승객(승객 175명, 승무원 6명) 중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숨졌다.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1월 4일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전 국가적인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예계도 슬픔에 잠겼다. 뉴진스를 비롯해 그룹 세븐틴 에스쿱스, 비투비 서은광, 배우 진선규, 김혜수, 가수 지드래곤, 배우 고소영, 김의성, 방송인 박나래, 전현무, 배우 소유진, 뮤지컬 배우 김호영 등 수많은 스타들이 사고에 충격과 안타까움을 표하며 SNS로 추모의 뜻을 전하고 있다. KBS, SBS, MBC 지상파 3사 연말 시상식도 일제히 결방을 결정하며 올스톱했다. 이외에도 뉴스특보로 TV 프로그램들이 잇달아 결방하는가 하면 라디오 프로그램도 게스트 출연을 연기하는 등 추모 분위기에 동참했다. 영화계 역시 국가 애도기간동안 작품 홍보 일정들을 중단하고 추모에 집중하기로 했다. 가요계에서도 가수들이 공연 중 관객들과 참사 피해자들을 위해 묵념의 시간을 마련하거나 고심 끝에 콘서트를 취소하는 등 애도의 뜻에 함께하고 있다. 신보 발매 및 콘텐츠 공개를 앞두고 있던 가수들도 애도의 뜻을 담아 발매 및 공개 연기를 결정했다.
- ETF·ETN 시장 규모 200조원 돌파...해외형 중심 폭발적 성장
-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한국거래소는 올해 ETF(상장지수펀드)와 ETN(상장지수증권) 시장의 규모가 200조원을 돌파했다고 30일 밝혔다.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173조원을 기록했으며, ETN 시장의 지표가치총액은 16조원을 상회했다.△ETF순자산총액/출처:한국거래소ETF 시장은 지속적인 신상품 공급과 자금 유입을 바탕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4년 말 기준 ETF 순자산총액은 173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121조1000억원) 대비 52조1000억원(43.0%) 증가했다. 특히 해외형 ETF의 증가세가 두드러졌으며, 미국 증시 활황의 영향으로 해외 주식형 ETF에 대한 자금 유입이 지속됐다. 국내형은 전년대비 14.2% 증가한 105조9000억원, 해외형은 137.1% 증가한 6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자금유입 상위 5종목을 보면 ‘KODEX 머니마켓액티브’(3조8000억원), ‘TIGER 미국S&P500’(3조6000억원),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2조8000억원), ‘KODEX 미국S&P500TR’(2조3000억원), ‘KODEX CD1년금리플러스액티브’(합성)(1조5000억원) 순이다. 거래소는 “반도체, AI 관련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관심 증가로 해외형 ETF 시장대표, 전략, 업종섹터 분류의 증가가 두드러졌다”며 “반면 국내형 ETF의 경우 불확실성 확대로 파킹형 ETF(금리·단기채 ETF)로의 자금유입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ETF시장 평균 수익률은 6.8% 기록, 수익률 상위 ETF 종목은 미국 테크 또는 미국 시장대표 지수의 레버리지 상품이 차지했다. ‘ACE 미국빅테크TOP7Plus레버리지(합성)’이 연 201.6%의 수익률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이 외에도 ‘PLUS 미국테크TOP10레버리지(합성)’ 180.5%, ‘KODEX 미국서학개미’ 103.3%,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99.9% 등으로 상위 4위 모두가 미국 주식 기초자산 ETF가 차지했다. 출처:한국거래소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5000억원을 기록하여 전년대비 8.6% 증가했다. 이는 코스피 시장의 32.4%로 전년(33.4%)과 유사한 수준이다. 신규상장 종목은 174종목, 전체 상장종목 수는 935종목을 기록했다. 상장폐지는 51종목으로 시장개설 이후 최대였다. ETN 시장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4년 ETN 시장의 지표가치총액은 16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13조8000억원) 대비 21.7% 증가했다. 상장종목 수는 412개로 전년(375개) 대비 37개 증가했다. 주식 및 채권 종목 수가 각각 24개, 21개 증가한 반면, 원자재 종목 수는 12개 감소했다.한국거래소 관계자는 “ETF·ETN 시장의 성장은 투자자들의 다양한 투자 수요를 반영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신상품 라인업 확충을 통해 시장 매력도를 높이고 질적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밸류업 ETF, 신규 테마형 ETF 등의 상장으로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 '오징어 게임2' 흥행, 시즌1보다 빠르다…시즌3는 언제?
-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넷플릭스의 최고 인기작 ‘오징어 게임’의 시즌2(이하 ‘오징어 게임2’)가 시즌1 흥행 속도를 뛰어넘으며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사진=넷플릭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는 지난 26일 전 세계 93개국에서 동시 공개된 가운데 시즌2를 공개한 모든 국가에서 정상을 찍었다.지난 2021년 9월 17일 공개됐던 ‘오징어 게임’ 시즌1은 플릭스패트롤 기준, 공개 4일 만에 글로벌 톱10 TV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83개국에서 공개된 시즌1은 한국은 물론 최대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일본, 대만, 멕시코 등 43개국에서 1위에 등극했다.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오징어 게임’이 최초였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은 공개 이후 무려 53일 동안 정상 자리를 지키며 넷플릭스 역대 최장기간 흥행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도는 달라졌다. 이후 공개된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이러한 관심에 힘입어 글로벌 톱 10 TV쇼 부문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이런 가운데 ‘오징어 게임2’는 28일 미국, 프랑스, 멕시코, 영국, 홍콩, 터키 등 93개국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글로벌 톱10 1위를 기록했다.(넷플릭스 공식 톱10 사이트 집계 기준) 이처럼 시즌2는 글로벌 열풍을 일으켰던 시즌1을 뛰어넘어 더 빠르게, 더 많은 곳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화제성과 성적 만큼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매체 뉴욕 타임스는 “이야기가 정체돼있다”고 지적했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철저히 실망스럽다”며 “시즌1에서 보여준 기발함과 재미, 통찰력이 부족하다”고 짚기도 했다. 외신의 혹평이 이어지고 ‘오징어 게임’ 관련주들이 하한가를 치기도 했으나 시즌2와 시즌3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전 시즌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지난 8월 ‘오징어 게임2’ 기자간담회에서 “시즌3가 이 작품의 피날레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 역시 시즌2에 대해 “더 잔혹하고, 더 확장되었으며, 전적으로 몰입감을 주는 이야기”라고 평하며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고 기대감을 전했다.시즌2를 통해 시즌3를 위한 빌드업을 쌓은 상황. 황동혁 감독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시즌3의 공개 시기에 대해 “시즌2가 시작된 후 곧 시즌3의 공개일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아마 내년 여름이나 가을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귀띔했다.(사진=넷플릭스)앞서 ‘오징어 게임’ 시즌1은 글로벌 열풍을 이끈 ‘오징어 게임’은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제28회 미국 배우 조합상, 제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제58회 백상예술대상 등 국내외 유수 시상식에서 한국 최초로 후보에 올라 작품 혹은 배우 개인이 트로피를 수상한 바 있다.시즌2는 공개 전부터 골든글로브 후보로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주최 측이 9일(현지시간) 발표한 후보 명단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2’는 최우수 TV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됐다. 데드라인 등 현지 매체는 공식 방영 전의 작품이 후보로 지명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한 바 있다. 내년 1월 5일 개최되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2’가 트로피를 추가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시즌1에 이어 황동혁 감독이 다시 연출, 각본, 제작을 맡았다. 이정재, 이병헌, 위하준, 공유가 시즌1에 이어 출연하고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강애심, 이서환, 조유리가 시즌2에 합류했다.
-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지미 카터, 100세 나이로 별세(재종합)
-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유능한 대통령으로 기록되진 않겠지만, 분명 역사상 최고의 전직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1978년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당시 이스라엘 총리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해 중동 평화 협상 중재 협상인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체결했다.(사진=AFP)노벨상 위원회는 지난 2002년 그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이처럼 소개했다. 재임 기간 인기 없는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재선에 실패했지만 은퇴한 이후 재임 당시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널리 존경받은, 바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100세를 넘긴 역대 최장수 미국 대통령인 그가 29일(현지시간) 향년 100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카터재단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이 이날 고향인 조지아 플레인스 자택에서 별세했다. 직접적인 사인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부터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 간과 뇌까지 전이돼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자택에서 호스피스(수술이 어려운 질병을 앓는 사람에게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치료하는 것) 치료를 받았다. ◇ 경제·인질 사태까지 지지율 곤두박질그는 조지아 주지사를 거쳐 1976년 현직인 공화당 소속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을 제치고 제39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재임 중 대표적인 업적으로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꼽힌다. 그는 1978년 9월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당시 이스라엘 총리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해 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수십년간 이어져 온 중동 갈등을 막고 중동 평화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하지만 당시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성장 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여기에 1979년 11월 이란 이슬람 혁명 후 강경파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장악하고 52명의 미국인들을 인질로 잡는 사태가 벌어졌다. 상황은 444일간 이어졌고, 미흡한 대응으로 지지율은 고꾸라졌다. 결국 그는 재선에 도전했으나 공화당 소속 로널드 레이건에게 압도적인 표차로 패배했다.2002년 노벨평화상 수상 당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사진=AFP)◇ 인기 없는 대통령서 존경 받는 인물로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경멸에서 존경으로 그의 대통령 퇴임 이후 발전했다”고 평했다. 재임 시절 인권을 거듭 강조했던 그는 1982년 평화 정착 및 인도주의적 임무를 위한 카터재단을 설립했다. ‘작은 유엔’처럼 운영되는 카터재단은 교육, 농업 개발 및 보건 분야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세계 각국 공정한 선거를 지원한다. 그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을 짓는 비영리 단체인 해비타트 사랑의 집 짓기 운동도 수십년 동안 진행했다. 이외에도 카터 전 대통령은 아이티, 보스니아 등 국제 분쟁 지역에서 그는 외교력을 발휘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4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이후 1차 북핵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진행된 방북이 대표적이다. 그는 김일성 북한 주석과 회담하고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했다. 그해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면서 카터 전 대통령을 매개로 하는 남북 정상회담은 무산됐으나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후에도 그는 미국인 억류 사안이 있었던 2010년 8월, 세계 평화 정착과 인권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전직 지도자들의 모임인 ‘디 엘더스’ 소속 전직 정상들과 함께 2011년 4월 등 총 3차례 북한을 찾았다. ◇ 박정희와 충돌, 주한미군 철수 추진도한국과의 관계에선 재임 시절 주한미군 철수 추진과 신군부 용인 논란 등 논쟁적인 사안도 있었다. 그는 1976년 민주당 대선 후보 당시 박정희 군사정권 아래 한국의 인권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한미군의 단계적인 철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1977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단계적으로 주한미군을 철군시킨다는 세부 계획도 제시했다. 지난 2018년 공개된 미 외교 기밀문서에 따르면 1979년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선 양국 정상이 주한 미군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은 “우리의 가장 강력하고 소중한 동맹 가운데 하나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국가 중 한 곳인 한국이 인권 문제 때문에 미국에서 비판을 받는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목소리 냈고, 박 대통령은 사실상 내정간섭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이후 북한의 군사력이 남한보다 우위에 있다는 이른바 ‘암스트롱 보고서’ 이후 달라진 여론으로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계획은 보류됐다.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국가가 주관하는 국장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워싱턴 DC와 조지아 애틀랜타에서 공개 장례 행사 등 국장이 8일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NYT가 보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생전 추도사를 부탁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도사를 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2025년 1월 9일을 국가적 애도일로 지정한다고 밝히면서 “카터 전 대통령은 인품, 용기, 연민을 가진 인물이며, 평생 봉사를 통해 미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정의됐다”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