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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새벽배송]뉴욕증시, 파월 발언에도 실적 호조에 상승 마감
-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뉴욕증시는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높이며 소폭 올랐다.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도 주목받으면서 기업들의 실적 호조에 뉴욕증시는 소폭 상승했다.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 테크 주가도 20%가량 급등했다. 실적이 분기 예상치를 웃돌고 인공지능(AI) 부문 수요가 강한 모습을 보여서다. 팔란티어의 연간 매출액도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다음은 7일 개장 전 주목할 뉴스다. ◇뉴욕증시, 소폭 상승…기업실적 등에 영향-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1.24포인트(0.37%) 오른 3만8521.36으로 거래를 마침.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42포인트(0.23%) 상승한 4954.23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32포인트(0.07%) 오른 1만5609.00으로 장을 마감.-투자자들은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시기와 폭, 기업들의 실적 발표, 국채금리 움직임 등을 주시.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도 주시.◇연준 첫 금리 인하 시기·폭 전망 기존보다 후퇴-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발언을 내놓고,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겠다고 밝히면서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전망이 기존보다 후퇴. -올해 12월까지 연준이 금리를 4.00~4.25%보다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57% 수준까지 떨어짐. 이는 현재의 5.00~5.25%보다 1%포인트(4회) 낮은 수준으로 기존의 5~6회 인하에서 크게 줄어든 것. 3월 인하 가능성도 16.5%로 떨어졌고, 5월 인하 가능성도 60% 수준으로 떨어짐. ◇팔란티어, 강한 실적에 주가 20%↑-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 테크의 주가가 20% 이상 급등. 실적이 분기 예상치를 웃돌고 인공지능(AI) 부문 수요가 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 팔란티어에 비관적이었던 애널리스트들도 투자 등급을 일제히 상향.-팔란티어는 전날 장 마감 후에 4분기에 9천300만달러(주당 4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00만달러(주당 1센트)에서 크게 증가. 팔란티어는 올해 연간 매출은 26억5200만~26억68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 월가의 예상치인 26억4400만달러를 웃도는 수준.◇‘매각 논의’ 도큐사인, 정리해고 돌입-최근 사모펀드 시장의 인수 경쟁 대상이 된 도큐사인이 구조조정에 돌입. 도큐사인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400명이 넘는 인력을 해고할 예정. 도큐사인은 회사의 재무와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전체 임직원의 6%를 정리해고하는 구조조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앞서 주요 외신은 도큐사인이 매각 논의에 있다고 보도. 사모펀드 회사 베인캐피털과 헬만앤프리드먼이 도큐사인을 인수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짐. 다만, 인수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논의는 잠시 중단된 것으로 알려짐.◇메타, 인공지능 이미지 식별 정책 시행-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자사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이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이미지를 분명히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힘. 메타는 6일(현지시간) 자사의 뉴스 블로그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스레드에서 AI 생성 이미지에 꼬리표(label)를 붙일 것”이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정책을 게시.-메타는 그동안 자체 AI 도구 ‘메타 AI’를 사용해 만든 이미지에 ‘이매진드 위드 AI’(Imagined with AI)라는 꼬리표를 붙여왔는데, 이런 방식을 외부 AI 도구로 만든 콘텐츠에도 적용하겠다고 발표.◇바이든, 안보 예산안 처리 난항에 트럼프 비난-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상원 지도부의 합의에도 국경통제 강화를 포함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긴급안보 예산안 처리가 난항에 봉착한 것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비난.-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긴급 연설에서 “상원의 노력 끝에 안보예산 합의가 이뤄졌지만,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유는 트럼프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것이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비난.
- [마켓인]하나증권, 상장예심 청구 드라이브…올해도 전통 IB 강화
- 하나증권 본사 전경. (사진=하나증권)[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하나증권이 대표 주관업무를 맡은 기업 상장 예비 심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 예비심사 청구 건수는 한 달 사이 5건을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전통 IB 조직 강화에 나선 하나증권이 올해 IPO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올해 들어 △아이비젼웍스 △하나32호스팩 △하나33호스팩 △이안 △케이쓰리아이 등 총 5건의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미래에셋증권 1건, 신한투자증권 2건, SK증권 1건, 유안타증권 1건, 한국투자증권 1건, 대신증권 1건(루리텍) 등 평균 1건인 것과 대비해 두드러지는 행보다.하나증권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활용한 IPO 비즈니스에 힘쓰는 모양새다. 지난달 18일 2개 스팩의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동시에 접수하고, 스팩소멸합병 유형으로 아이비젼웍스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설립한 명목상 회사다. 3년 이내에 다른 기업과 합병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지난달 17일 상장 예심을 청구한 아이비젼웍스는 하나금융24호기업인수목적 주식회사와의 스팩소멸합병 상장에 나섰다. 아이비젼웍스는 이차전지 검사 시스템 등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2022년 179억원의 매출과 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디지털 트윈 전문 기업인 이안은 코스닥 상장을 위해 지난달 19일 예심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상태다. 디지털 트윈 환경을 기반으로 팹 설계부터 시공, 운영, 유지 관리까지 산업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용 디지털 트윈 전문기업이다. 지난 2022년 연결 기준 매출액 306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달 22일 코스닥 상장예심을 청구한 케이쓰리아이는 확장현실(XR) 콘텐츠를 개발해 공급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12월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며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XR 메타버스 전문기업으로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을 구현하는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시장에 공공 정보화, 디지털 트윈, 3D 모델링 등 다양한 솔루션을 공급한다.하나증권이 연초부터 ECM 부문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최근 진행한 IB 부서 개편 영향이 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김현호 전 DS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기업금융본부장으로 선임하면서 IB 조직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연말 IB그룹 내 IB1부문과 IB2부문을 신설했고, IB1부문 내 주식발행시장(ECM)부서를 본부로 승격했다. 전통 IB 사업을 강화겠단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하나증권은 자산관리(WM), 주식발행시장(ECM) 등 전통 기업금융(IB) 부문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연초 신년사를 통해 ‘기본에 충실한 업의 경쟁력 강화’를 언급하며 “WM부문 강화와 ECM, 기업금융 확대 등 전통 IB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하나증권은 지난달 초 상장한 포스뱅크의 IPO를 주관하면서 연초부터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포스뱅크는 코스닥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2배 상승하며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한국거래소 상장주선인 IPO 실적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하나증권의 공모총액은 270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636억원)과 삼성증권(420억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IB 업계에선 올해 IPO 시장에서 하나증권이 크게 존재감을 다질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시작한 IB 부문의 체질 개선이 효과를 보였다. 지난해 넥스틸의 코스피 상장 주관을 맡으면서 하나증권은 업계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며 “올해 역시 IPO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마켓인]이마트, 경영지표 ‘비우량급’ 추락…신용등급 하향 되나
-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이마트(139480)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과 차입금 의존도 등 비롯한 주요 경영지표들이 ‘비우량급’으로 떨어진데다 전망마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회사채 만기 도래액이 올해에만 5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향후 자금 조달 과정에서 이자 비용 상승 등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 매장 전경. (사진=이마트)◇ AA 기준 미달…개선 여력 제한적6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금창출력과 재무건전성 등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 내에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신용평가 3사 모두 이마트의 선순위 회사채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하고 있다.실제 이마트의 경우 현금창출력에 기반한 EBITDA 관련 지표들이 모두 현재 신용등급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통상 신용평가사들은 유통소매업종의 신용등급을 판단할 때 △EBITDA를 총 매출로 나눈 EBITDA 마진율과 △차입금이 현금창출력의 몇 배에 해당하는 지를 나타내는 순차입금/EBITDA △EBITDA를 총금융비용으로 나눈 EBITDA 이자보상배율을 주요 KMI로 삼는다. KMI는 ‘키 모니터링 인디케이터(Key Monitoring Indicator)’의 약자로 신용등급의 상·하향 기준을 정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되는 정성적, 정량적 변동요인을 뜻한다.지난해 3분기 기준 이마트의 EBITDA 마진율과 순차입금/EBITDA, EBITDA 이자보상배율은 순서대로 5.6%, 7.2배, 4배를 기록했다. 신용평가사들의 방법론에 따르면 이는 순서대로 ‘BBB’, ‘BBB’, ‘A’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재 이마트의 신용등급이 AA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이미 이마트는 신용평가 3사로부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 받으며 등급 하향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다. 앞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부정적’ 등급 전망은 중기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이마트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받게 되면 AA에서 A+로 한 단계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채권시장에서 A+부터 비우량채로 분류한다는 점에서 자금조달 난이도가 이전 대비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비우량채는 우량채 대비 채무 상환 확실성이 떨어지는 만큼 조달금리와 미매각 가능성 모두 높아지기 때문이다.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이마트의 회사채 규모는 총 4400억원이다. 표면 금리가 1.422~1.804%로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차환에 따른 이자 비용 상승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한국기업평가 유통소매업 평가방법론에 명시돼 있는 신용등급간 매핑 기준. (표=한국기업평가)◇ 비우량 등급 하향 시 이자 부담 확대문제는 이마트의 현금창출력과 재무건전성이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 가중과 이커머스 성과가 지연되면서 개선 여력 역시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마트가 신용등급 유지 최소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 2021년 지마켓, W컨셉코리아, SK 야구단, SCK컴퍼니 지분을 3조9000억원가량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와이너리를 약 3000억원에 매입했다. 즉 4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인수·합병(M&A)에 활용한 것이다. 여기에 오프라인 점포 투자와 조선호텔앤리조트 사업장 매입, SSG닷컴 물류센터 건설 등 자본적 지출도 1조원대로 확대되며 잉여현금 적자가 발생했다.이 영향으로 지난 2020년 말 4조3000억원 수준이었던 이마트의 순차입금은 올해 9월 말 기준 9조2000억원으로 2배 이상 튀어 올랐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12.8%에서 150.5%로, 차입금의존도는 27.7%에서 34.1%로 악화했다.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금 급증으로 차입금의존도가 하향변동요인을 충족하고 있다”며 “30%대의 차입금의존도와 5~6배 수준의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한편 이마트의 주가순자산비율은(PBR)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0.17로 1보다 낮다. PBR은 주가가 그 회사의 한 주당 순자산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회사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데 사용된다. PBR이 1보다 낮으면 회사 가치가 저평가 됐다고 볼 수 있다.
- [마켓인]‘사상 최대’ 실적 냈는데…한미약품 ‘프리미엄’은 왜 사라졌나
-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한미약품(128940)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쓰면서 OCI홀딩스(010060)와의 통합 과정에 프리미엄이 빠진 배경에 업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두 그룹은 양 사의 계약을 ‘통합’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OCI그룹이 한미약품그룹의 최대주주로 등극한다는 점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지분을 넘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3%를 총 7703억원에 취득한다. 구체적으로 △송영숙 회장 및 가현문화재단 보유 지분(744만674주) 인수에 2775억원 △송 회장 및 임주현 사장 주식 현물출자에 따른 OCI홀딩스 신주 발행에 2528억원 △한미사이언스 유상증자 참여 2400억원으로 구성된다. [표=이데일리 이미나 기자]이를 토대로 주당 가격을 환산하면 한미사이언스 유증 신주 발행가액과 송 회장 및 가현문화재단의 지분 매도 가격은 3만7300원이다. OCI홀딩스가 발행하는 신주 가격은 11만319원이다. 이는 통합 계획 발표 직전인 1월 11일 두 회사의 종가인 3만7300원, 11만3900원과 큰 차이가 없다. 사실상 경영권 프리미엄 지급 없이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한미그룹 측은 OCI와의 통합으로 한미사이언스 부채를 조기 상환하고,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확대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쓰겠다는 복안이다. 한미그룹은 “이번 통합으로 유입될 대규모 자산이 한미사이언스 부채를 조기 상환할 토대가 됨으로써 차입금 부담 감소에 따른 한미사이언스 기업 가치 제고는 물론, 주주 가치 실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작년 순이익 1593억…5년만 버티면 매각가 넘겨하지만 한미약품그룹이 당장의 자금 수혈이 시급했던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정도로 실적 회복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회사의 자체 순이익만으로도 몇 년만 버티면 여력은 충분했다는 평가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 1조4909억원, 영업이익 2207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2년(1조3317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신기록을 세웠고, 영업이익 역시 2015년(2118억원) 이후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순이익도 1593억원에 달했다. 2015년은 한미약품이 릴리, 얀센, 사노피 등과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따내며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한 해다. 8년 만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셈이다. 한미그룹 측이 근거로 삼은 한미사이언스의 부채비율도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부채비율은 45%, 자기자본비율은 69%를 기록했다. 모든 부채에 대한 지급능력을 측정하는 부채비율은 200% 이하일 시 이상적이며, 자기자본비율 역시 40% 이상이면 우량 기업으로 평가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실적 회복세가 계속되고 있어 4~5년만 버티면 이번 지분 매각 액수를 넘는 영업이익 달성이 유력하다”며 “2023년은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통해 역대급 호실적을 냈던 2015년 영업이익도 넘어섰는데 이같은 프리미엄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표=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오너 일가, 상속세 납부·주담대 상환 ‘두 마리 토끼’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상속세 문제 해결이 시급한 오너 일가가 프리미엄도 없이 통합을 결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회장과 임 사장은 2020년 고(故) 임성기 회장의 타계 이후 물려받은 지분에 대한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총 5200억원 규모로 송영숙 회장이 2200억원을, 삼남매가 각각 1000억원 가량의 상속세를 연부연납하고 있다. 이후 상속세 납부를 위해 송 회장은 보유 중이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담보로 1317억원의 대출을 받았고, 임주현 사장도 68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자금 여력도 충분치 않은 상태였다. 송 회장과 임 사장은 연봉과 배당금만 받고 있어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거래로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주담대 상환과 상속세 납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670만2412주를 OCI에 넘기면서 약 2500억원을 받게 된다. 송 회장은 본인 몫의 2200억원 규모 상속세 중 1000억원을 납부해 1200억원의 미납금이 남아 있다. 임주현 사장은 약 430억원의 잔여 상속세가 남은 상태다. ◇ 1년반 사이 베테랑 임원 23명 이탈한미약품그룹이 프리미엄을 얹지 못한 배경으로 인재 이탈을 꼽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송 회장에게 경영자문을 시작한 지난 2022년 8월 이후 한미약품그룹의 23명의 주요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신약개발부문의 권세창 대표를 비롯해 백승재 상무(신약임상팀), 임호택 이사(제제지원그룹), 정인기 이사(해외사업팀) 등 베테랑 임원들이 이탈하면서 그룹 차원의 경쟁력이 약화될 거란 우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성장 잠재력에 베팅하는 바이오 M&A(인수합병)의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비슷한 시기 레고켐바이오(141080)사이언스를 인수한 오리온(271560)은 경영권 인수에 총 5487억원을 들였다. 신약 개발사인 레고켐바이오의 지난해 매출 예상치는 340억원 수준으로, 2020년 이후 3년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화이자가 430억달러(약 55조원)에 인수한 항암제 전문기업 시젠(Seagen) 역시 2023 회계연도에 22억달러(약 2조9000억원)의 매출을 내는 데 그쳤다. 물론 M&A 시 경영권 프리미엄이 필수적인 건 아니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있는 미국이나 일본에선 경영권을 인수할 때 대주주 지분에 별도의 프리미엄을 얹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성장성이 있는 기업의 경우 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매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제삼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프리미엄 없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 [마켓인]고금리 장기화, PF 부진에…화려해진 회사채 주관사단
-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연초효과를 노리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는 가운데 단독 주관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적어도 5곳 이상의 증권사가 공동 주관을 맡는 등 주관사단 대형화가 추세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안정적으로 회사채를 찍어내려는 발행사와 수수료 수익 확보를 위한 증권사 간 니즈가 일치했기 때문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첫 공모채 발행에 나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AA-)는 대표 주관사 3곳(KB·한국투자·미래에셋증권), 인수단으로는 10곳(한화·신한·하나·하이·SK·DB·대신·현대차·삼성·NH투자증권)으로 총 13곳의 증권사를 동원했다.롯데그룹 계열사, 건설사 등 시장 불안 우려가 높은 기업도 수요예측 과정에서 10곳이 넘는 증권사를 동원했다. 지난달 17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롯데지주(004990)(AA-)는 총 14곳(주관사 KB·NH·한국투자·신한·삼성·키움증권, 인수단 IBK·SK·대신·부국·유안타·하나·하이·한화투자증권)을, 24일 수요예측을 한 SK에코플랜트(A-)는 총 12곳(주관사 KB·NH·SK·미래에셋·신한·키움·한국투자증권, 인수단 BNK·삼성·유진·한양·한화투자증권)의 주관사단을 꾸렸다.통상 단독 주관으로 이뤄졌던 은행계 영구채마저 최근엔 공동 주관 형태가 자리 잡았다.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AA-)의 대표 주관사로는 한양·교보·DB금융투자(016610)가, 우리금융지주(316140) 신종자본증권(AA-)은 한국투자·한양증권이 맡았다.지난해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자 발행사 입장에서 기관투자자 모집 부담이 높아졌다. 안정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관사단 대형화를 선택한 것이다.증권사 입장에서도 채권발행시장(DCM) 시장에서 추가적인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주관 업무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부문 악화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자 전통 기업금융(IB) 부분 영업 활동을 기반으로 수익 창출에 나선 것이다.빅3(NH·KB·한국투자증권)를 제외한 중소형사들은 물 밑으로 캡티브 영업에 적극 나서는 등 회사채 주관 업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캡티브 영업이란 주관 딜을 따낼 때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계열사 참여를 약속하며 수임을 따내는 관행을 뜻한다. 증권사들이 주관사나 인수단으로 들어가면서, 인수하지 않는 트렌치(만기)에 대해 증권사 보유계정 또는 채권운용팀 계정으로 참여하게 된다.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연초부터 회사채 주관을 위한 치열한 인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부분 증권사들이 IB 부서 조직 개편을 단행했는데, 조직 사이즈를 키우는 만큼 차근차근 리그테이블 순위도 올리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M&A 공시 깐깐해진다…가격산정 규제는 완화
-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기업 인수·합병(M&A) 제도가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M&A 진행 배경부터 이사회 의견 등 자세한 내용이 투자자에게 충분히 알려지도록 공시를 강화하고, 외부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게 골자다. 합병 가격 산정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등 비계열사 간 M&A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했다.주식 투자자가 14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자사주·배당절차 제도개선, 기업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비롯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대책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금융위원회는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M&A 제도의 글로벌 정합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금융위는 작년 5월 ‘기업 M&A 지원방안’을 공개했고, 논의를 거쳐 현행 제도에 △합병 진행 시 주주 동의 절차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의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M&A에 대한 정보가 일반주주들에게 충분히 공시되지 않고 있고,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의 책임성도 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일반주주들 입장에서 볼 때 M&A가 기업 지분가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충분한 일반주주 권익보호가 없다는 비판도 많았다. 금융위는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이번에 M&A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제도개선 방안에는 공시 강화, 이사회 책임성 제고, 외부평가제도 개선 등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이 포함됐다. 우선 공시 강화의 경우, 현재는 합병 시 주요사항보고서 및 증권신고서 등이 공시되고 있으나 합병 진행 배경 등은 간략히 기재돼 있을 뿐이다. 앞으로는 일반 주주도 합병 진행 경과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공시 항목을 구체화한다. 이를 위해 합병의 추진배경, 합병 상대방 선정 이유, 합병 진행시점 결정 이유 등을 추가로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사회 책임성 제고의 경우엔 현재는 이사회 논의 내용이 제대로 공시되지 않아 일반주주들의 문제제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는 합병 목적, 합병가액 및 거래조건의 적정성, 합병 반대 시 사유 등에 대한 이사회 의견이 포함된 이사회 의견서를 의무적으로 작성·공시하도록 했다. 외부평가제도도 개선된다. 현재는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 간 합병 등의 경우 외부평가를 하지만 신뢰성 시비가 많다. 앞으로는 합병가액 산정과정에 관여한 기관을 외부평가기관으로 선정하는 것을 금지한다. 또한 외부평가기관 스스로 품질관리규정을 마련해 이를 준수하도록 한다. 특히 합병 공정성 우려가 큰 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외부평가기관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위원회 의결이나 감사의 동의를 거치도록 한다. 반면 비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합병가액 산정 규제를 완화한다. 지나치게 경직된 합병 규제가 기업의 자율적인 구조개편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업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이에 따라 비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당사자 간 자율 협상을 통해 합병가액 산정방법을 정하도록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합병가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제3자 외부평가를 의무화 한다. 금융위는 이같은 제도개선을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입법예고(2월 중순)를 진행하고,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 의결 등을 거쳐 3분기(7~9월) 중으로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차기 한국증권학회장인 전진규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M&A 제도개선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정책 일환으로 의미가 있다”며 “해외처럼 증시가 오르려면 앞으로도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쪽으로 꾸준히 자본시장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마켓인]"오래 기다렸다, 대어들"…치열한 IPO 빅딜 경쟁
-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위축됐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올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조단위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대어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빅딜을 주관하는 하우스들의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주식발행시장(ECM) 활성화로 증권사 전통 IB 부문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모인다.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형 IPO 딜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하우스들이 도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연초부터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공모 금액이 큰 빅딜의 경우 많은 금액을 인수할수록 수수료도 커지기 때문이다. 김재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ECM, DCM 부문 시장 활성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며 “올해 연초부터 이미 조 단위 규모의 IPO 기업들이 상장을 추진 중인 것을 미루어보아 작년 실적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IPO 시장은 호조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업계에선 에이피알, HD현대마린솔루션, 롯데글로벌로지스, LG CNS, SK에코플랜트 등이 대어급 상장사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던 컬리, 오아시스, 케이뱅크, 서울보증보험도 올해 다시 상장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현대오일뱅크, SSG닷컴, 카카오모빌리티, CJ올리브영, 11번가, 야놀자 등 조단위 기업가치를 보유한 기업들의 증시 상장이 점쳐진다.올해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에이피알의 대표 주관은 신한투자증권이 맡았다. 에이피알은 기업가치 1조5000억원을 노리고 있다. 희망공모가는 14만7000~20만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1조5168억원에 달한다. 올해 코스피 첫 주자인 만큼 에이피알의 상장 성공 여부가 대형 공모주 상장의 기준이 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약 10조원의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SK에코플랜트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선정한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를 상장 주관사로 유지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 맞춰 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지난해 한 차례 상장 계획을 연기한 LG CNS의 상장 가능성도 커졌다. 앞서 LG CNS는 지난 2022년 KB증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고, 지난해 상장을 추진했으나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상장 계획을 미뤘다. 업계에선 최근 비교기업인 삼성SDS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상장 추진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KB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고 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12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현재 거래소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KB증권은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총력을 다해 ECM 부문 업계 1위를 탈환하겠단 목표다. 택배, 생산물류(SCM), 글로벌 복합운송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코스피 상장에 도전한다. IB업계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가치는 향후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약 1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상장 주관은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이끌고 있다.올해 신규 상장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주관 하우스들의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하는 기업 수는 지난해 82곳보다 3곳 더 많은 85곳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상장 기업은 2021년 89개에서 2022년 70개로 감소했다가 지난해부터 반등 흐름을 보였다. IPO 잔존물량은 지난해 52개에서 올해 57개 기업으로 증가했다.한 IB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면서 IB업계는 최근 ECM이나 DCM 등 전통 IB를 강화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ECM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준비는 다 돼있다…'JY표 인수합병' 나올까
-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전자(005930)는 한국 기업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글로벌 산업계의 최선두에서 경쟁하고 있는 회사다.컴퍼니스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700억달러(약 491조원)로 세계 23위다. 다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면 시총 규모가 훨씬 더 커졌을 것”이라는 말이 많다. ‘대장주’ 마이크로소프트(3조140억달러), 애플(2조9000억달러) 등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다른 빅테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톱10에는 거뜬하게 진입했을 것이라는 의미다.그런 초일류 기업이 요즘과 같은 인공지능(AI) 산업 전환기에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시장 일각에서 의아하게 여겨 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뉘앙스(AI 음성인식·2021년), 오픈AI(생성형 AI·2023년) 인수 △AMD의 자일링스(AI 반도체 설계·2020년) 인수 △인텔의 모빌아이(자율주행·2017년) 인수 등 산업계를 뒤흔들 만한 수십조원 단위의 M&A가 이어지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유독 조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이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TSMC 같은 경쟁사에 다소 뒤처져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됐다.삼성의 한 전직 임원은 “삼성전자는 수십년 동안 굵직한 M&A를 통해 신수종 사업에 진출했던 회사”라며 “최근 10년 가까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그래픽=이미나 기자)그러나 지난 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 가까이 ‘족쇄’로 작용했던 사법 리스크에서 사실상 벗어나면서 삼성 안팎의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매물이 있으면 얼마든지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6일 재계 등에 따르면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는 이 회장의 재판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여러 M&A 매물들에 대한 스터디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연초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에서 3년째 초대형 M&A를 언급한 것은 이같은 준비가 바탕에 있었다.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준비 수준에 그쳤다. 최근 10년을 보면 2014년 8월 스마트싱스, 2016년 11월 하만 정도를 제외하면 삼성전자의 M&A는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했다는 평가다. 2018년 케이엔진, 2019년 푸디언트, 2020년 텔레월드 솔루션스 등을 인수했지만, 이들은 미래가 유망한 스타트업인 만큼 신수종 발굴은 아니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외의 눈으로 보면 이 회장은 수년째 범죄자라는 시선을 받았을 수 있다”며 “해외 출장이든 기업 인수든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던 환경”이라고 했다. 이 회장의 무죄 선고를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사업지원TF, 미래사업기획단 등을 중심으로 M&A를 보는 눈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회장은 적극적으로 M&A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삼성이 미처 준비하지 못했거나 약한 고리가 있는 분야는 M&A를 통해 사업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다만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위해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 역시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 탓에 곳간이 넉넉하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순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단기상각 후 원가금융자산, 장기 정기예금 등-차입금)은 79조69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25조원 넘게 감소했다. 시설투자, 연구개발(R&D) 등에 들어가야 하는 규모를 빼면 수십조원 단위의 M&A는 부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일부에서는 최근 반독점 규제 기류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거론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영국 팹리스인 ARM의 인수를 추진했다가 수포로 돌아간 게 대표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반도체 같은 분야에서는 시장을 놀라게 할 만한 인수는 현실적인 난관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