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한번 삼켜보렵니다'…M&A 나선 깡새우들[M&A 깡새우 전성시대]

쌍용차·이스타항공·대우건설 속속 매각
자사보다 수십 배 큰 기업 인수 '눈길'
'잘하면 역대급 사례 될 것' 기대감에도
추가 자금·노사 합의 등 과제 산넘어 산
  • 등록 2021-10-29 오전 12:10:00

    수정 2021-10-29 오전 8:30:24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팔딱팔딱 뛰는 새우, 잠자던 고래를 삼킨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자사 규모를 수십 배 웃도는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 세간의 우려에도 호기롭게 ‘고래’를 삼키는 ‘깡새우’들의 시대가 본격화한 것이다. 올 한 해 폭발한 유동성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과감한 베팅이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몇 곱절이나 큰 기업을 품은 이들의 전망을 두고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잘하면 역대급 사례’를 남길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자칫 인수한 기업마저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여전하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쌍용차·이스타항공 삼킨 깡새우들

고래를 삼킨 깡새우들의 행보는 자동차·항공 업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0일 쌍용차 인수합병(M&A) 관리인 보고 평가 결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사실상 확정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자금으로 경쟁사 보다 적은 3000억원 초반을 써냈지만 향후 경영 비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에디슨모터스는 1t(톤) 전기 트럭과 전기 저상버스를 만드는 전기버스 전문 생산 업체다. 전기버스 생산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쌍용차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를 ‘제2의 테슬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디슨모터스가 보유한 전기 모터,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기술력을 쌍용차에 적용하면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당장 오는 2025년까지 20종, 2030년까지 30종의 신형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는 여러모로 화제다. 그도 그럴 것이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의 사업 규모가 적잖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라지만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매출은 897억원, 영업이익은 2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쌍용차가 매출 2조9297억원, 영업손실은 446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액이 32배 차이가 난다.

지금으로부터 넉 달 전인 지난 6월에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저비용 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골프장 관리·부동산임대업체인 성정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이스타항공은 성정에 우선 매수권을 부여한 뒤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 매각을 진행했고 성정이 1100억원 수준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정의 사례도 에디슨모터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충청남도 부여에 본사를 둔 성정은 골프장 관리업과 부동산임대업·부동산개발업을 하는 회사로 지난해 매출 59억원에 영업이익 5억5000만원을 기록한 기업이다. 같은 기간 관계사 격인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 매출도 각각 178억원, 146억원으로 기업 규모가 크지 않다. 코로나19로 치명타를 입은 이스타항공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고래를 품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제2의 신화 기대감 VS 자금·노사 문제 여전

지난 7월에는 호남 기반 중견 건설사 중흥건설이 시가총액 2조7000억원을 웃도는 대우건설을 인수하기도 했다. 앞선 에디슨모터스와 성정과 비교하면 중흥건설은 지난해 매출액 5309억원, 영업이익 819억원을 기록한 중견기업이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지난해 8조1367억원(영업이익 5582억원)을 기록한 것과 견주면 고래를 삼킨 새우 사례로 꼽힌다.

쌍용차, 이스타항공, 대우건설의 공통점은 오랜 기간 새 주인을 애타게 찾아왔다는 것이다. 오랜 업황 노하우가 장점이지만 경영 정상화에 대한 부담 탓에 새 주인 찾기 목전에서 엎어진 사연도 있다. 과감하게 인수에 나선 기업들의 의지를 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이들 기업의 인수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또 다른 퀀텀점프의 기회라고 볼 수 있다”며 “순리대로 기업 정상화에 나선다면 이들 기업이 설명하는 것처럼 ‘제2의 신화’를 이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 안팎의 기대감에도 우려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기업 인수 자금보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투자 규모가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쌍용차가 현재 갚아야 할 빚은 공익채권 등을 포함해 7000억~1조원 가량에 이른다. 회사 정상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다. 에디슨모터스는 인수자금과 별개로 미래차 연구·개발 비용으로 향후 2~3년간 1조5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인수자금 대부분을 미지급 급여·퇴직금 등 공익채권 변제에 사용하면서 1600억원 가량의 회생채권 변제 자금에 59억원만이 할당됐다. 변제율로 따지면 3.68% 수준이다. 100만원을 빌려준 채권자는 3만6000원만 돌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사실 자금보다 더 큰 문제는 임직원들과의 갈등 봉합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서적으로 꼬인 실타래 해결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주인 입장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기존 임직원의 100% 재고용이 힘들다는 점에서 노조와 협의가 길어질 수 있다”고 말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표정 굳은 탕웨이..무슨 일
  • 아슬아슬 의상
  • 깜짝 놀란 눈
  • "내가 몸짱"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