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정부 고위관료에게 올해 경제 전망과 대책을 물어보자 이같이 답했다.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가 왔을 때 ‘편법’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자금난에 처한 기업이 금융권에서 쉽게 대출받기 위해 실적을 부풀리는 등의 분식회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식회계로 파산하고 증시를 뒤흔들 수 있는 ‘한국판 엔론 사태’에 대한 걱정이다.
|
이같은 시각은 감독 강화를 예고한 복선이다. 이미 금감원은 관련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금융시장안정국을 신설하고 감독총괄국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식리딩방 조사전담팀도 신설하기로 했다. 특히 회계감리 1·2국으로 회계 감독을 강화한다. 회계부정 행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오는 31일 팀장급 인사가 시행되면 내달부터는 본격적인 시장 감독이 시작될 전망이다.
금융범죄를 겨냥해 칼을 휘두르는 건 박수 받을 일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자본시장의 불공정 행위가 늘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환율 변동, 경기 둔화로 기업·가계에 대한 선제적 신용위험 관리도 필요하다. 특히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서민을 등치는 민생침해 금융범죄에 대해선 과감히 칼을 빼야 한다. 마동석처럼 통쾌한 응징을 기대한다.
다만 몽둥이나 창이 아닌 섬세한 메스도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시장 전체를 위축시키는 과잉규제 우려도 큰 상황이다. 검사가 범죄인을 다루듯이 선악 구도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가뜩이나 관치 논란이 불거져, 금융기관들 내부는 뒤숭숭하다. 이럴 때일수록 금감원은 시장의 상황을 신중히 충분히 봐야 한다.
전설적인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신경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단기 수익성이 아닌 장기적인 투자 관점으로 가라는 것이다. 이 조언은 금융감독 당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경기가 어려울 때 단기적인 감독 실적만 올리려고 몽둥이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이 원장이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된 만큼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임사 다짐을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