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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버벌진트 “앨범에 사랑·이별 얘기만…더 큰 관심 원해”)에서 이어집니다. 버벌진트(VerbalJint, 본명 김진태)는 한국어로 완성도 높은 다음절 라임을 구현해 힙합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뮤지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좋아보여’, ‘굿모닝’, ‘충분히 에뻐’ 등 다수의 곡을 히트시키며 힙합 대중화 흐름에도 큰 힘을 보탰다. 2001년 데뷔 EP(미니앨범) ‘모던 라임즈’(Modern Rhymes)를 발매한 이후 어느덧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버벌진트는 한국 힙합계의 중심에 있는 현재 진행형 뮤지션이다.
최근 정규 8집 ‘K-XY : INFP’ 발매를 기념해 이데일리와 인터뷰한 버벌진트는 “지난 20여년간 정말 많은 리스너들과 추억을 공유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음악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추억에 단 1초도 머무르지 않으려 하는 편”이라면서 “그때 그때마다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완전 뜨거운 걸 했다가 차운 걸 하기도 하고 완전 검은색이었다가 하얀색으로 변하기도 했는데, 그 역사를 따라와주신 분들이 많아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힙합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버벌진트는 “중학교 시절 AFKN(주한미국라디오방송)과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당시 유행한 팝 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투팍, 노토리어스 B.I.G 같은 힙합 뮤지션들도 알게 되었다”면서 “당시 ‘나도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게 힙합 쪽이 될 줄은 솔직히 몰랐다”고 했다.
“랩 곡을 쓰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가사였어요. 당시 한국말로 미국 힙합의 라임과 같은 느낌을 내면 귀가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음절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써보면서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었어요. 그 시기 저와 비슷한 고민과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그들과 PC통신으로 소통하며 선의의 경쟁도 많이 했어요. 피타입이나 데프콘도 그 시기에 함께했던 이들이고요.”
버벌진트는 2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하며 8번째 정규작까지 내놓을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자 “여전히 힙합 음악이 재미있다”는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힙합 톱 티어’라는 평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것은 전혀 없다. 그런 평가는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바뀌어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면서 “그런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가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느냐 여부다. 앞으로도 끌리지 않는 방향으로 억지스럽게 움직이고 싶진 않다”고 밝혔다.
현 힙합계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냐는 물음에는 “저의 좁은 시야 때문일 수도 있는데, ‘쇼미더머니’ 같은 방송 프로그램 출연 건수가 없으면 새 얼굴들이 순수하게 음악과 공연만으로 홍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어 그는 “한국 힙합을 두고 ‘내리막 추세’라고 하거나 ‘재미 없다’고 하는 커뮤니티 글도 많이 봤다”며 “저 역시 요즘 생존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버벌진트는 올해 발매한 새 정규작으로 큰 주목을 받는 데 성공한 빈지노와 이센스에 대한 리스펙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버벌진트는 “빈지노나 이센스 씨와 같은 기존의 헤비급 네임드 분들이 건재함을 보여준 모습이 크게 와닿았다. 멋지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생의 풀 타임을 뮤지션으로만 살겠다고 생각하고 있진 않지만, 어찌 되었든 체력이 될 때까지 음악은 계속 발표하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도 쉬지 않고 차기작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죠. 많은 분이 다음 앨범이 우회전이 될지, 좌회전이 될지 기대해주시면서 계속해서 저와 같이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