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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16일 ‘미국의 금리인상과 한국의 정책대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4일(현지시간) 0.25~0.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0.75~1.0% 수준으로 상승했다. 0.5%포인트 인상은 앨런 그린스펀 의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00년 5월 이후 22년만의 최대 인상 폭이다.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한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향후 두어 번의 회의에서 50bp(0.5%p, 1bp=0.01%포인트)의 금리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직면하면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정규철 실장은 “자본유출을 걱정하는 것은 통상적인 유입·유출이 아닌 급격한 자본유출”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코로나 위기 직전 2년씩 미국의 금리가 높았음에도 특이한 자본유출의 현상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환율이 오르고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자본은 있지만 급격한 자본유출, 외환시장 경색으로까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지금 이 상황에서 금리를 미국처럼 올리면 한국은 상당한 경기 하방압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자본유출에 따른 환율 상승이 경제에 일정 부분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봤다. 정 실장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부분적인 자본유출에 따른 환율 상승으로 인해 일시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국내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등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다만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진 않았다. 이 총재는 “4월 상황까지 봤을 때는 그런 고려(빅 스텝)를 할 필요 없는 상황인데,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며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보고 7∼8월 경제 상황, 물가 변화 등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와 관련해 “이 총재의 발언은 앞으로 빅스텝 이상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미국을 따라서 금리를 올리겠다는 발언은 아닌 것으로 이해했다”며 “한국 경제 상황이 물가가 지금보다 더 급증하고 경기가 과열되는 우려가 있다면 빅스텝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유는 한국 경제의 내부적인 상황 때문이지 미국이 올려서 따라 올리는 그런 상황은 아닌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