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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 기업 투자철회 압박
글로벌 에너지경제·재정분석연구소(IEEFA)는 1일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한국기업 한국전력과 두산중공업 탓에 손실을 봤다고 분석했다. 이날 보고서에서 밝힌 블랙록에 투자 손실을 입힌 기업 21곳에 두 기업의 명단이 들어간 것이다.
보고서는 “블랙록은 화석 연료에 치중한 에너지 관련 기업 21곳에 투자해 지난 10년간 투자자에게 약 900억 달러 규모 손실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 손실 중 75%는 엑손모빌, 셰브런, 로열 더치 셸, BP 등 글로벌 정유사들의 실적 악화 탓”이라며 “나머지는 두산중공업을 포함한 발전소 건설사와 한국전력과 같은 전력 회사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이 확산하면서 이런 기업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며 “기존 화석 연료를 통한 발전 비중은 급감하고, 저탄소 경제로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팀 버클리 IEEFA 에너지 경제 분야 국장은 “기후변화 위험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운용은 투자자 이익을 위한 수탁자 책임이며, 블랙록은 이 점에서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저탄소 배출원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어느 국가든, 기업이든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산중공업은 6000원, 한전은 2만6650원으로 거래를 마쳐 1년 전에 비해 각각 51.37%, 17.62% 하락했다.
화석연료 기업 기피현상 가속도
이미 외국에서는 연기금을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적극적이다. 운용규모 6990억 크로네(한화 약 93조5000억원)로 세계 최대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ESG투자를 운용 철학으로 삼는다. △주류 △화석연료 △도박 △부패 △환경파괴 △비윤리 △담배 △군수품 등을 이윤 수단으로 삼는 기업에 투자를 피한다.
이를 바탕으로 노르웨이 연기금의 최대 운용사 KLP는 ‘투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왔다. 가장 최근(지난 6월) 전 세계 151개 기업(자회사 포함 211개 기업)을 추가하면서 여태 346개 기업(자회사 포함 502개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쌓였다.
주목할 점은 속도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기업(이하 자회사 기준) 502개 가운데 224개는 올해 상반기에, 211개가 지난 6월 한 달 만에 선정됐다. 블랙리스트 작성 속도가 최근 들어 빨라졌다는 의미다. 앞으로 투자 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 ESG 잣대를 깐깐하게 적용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 502개 가운데 화석연료(coal)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비중이 234개로 가장 많다. 여기서 미국 기업이 100개를 차지해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화석연료 기반을 이유로 투자 대상에서 빠진 기업은 여태 2곳이다. 한국전력이 2015년, OCI가 지난 6월에 새롭게 추가됐다.
화석연료를 포함한 어느 분야든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는 것 자체가 불명예다. 한국 기업 가운데 앞서 2곳을 포함해 10곳이 대상이다. 무기(한화(000880)·풍산(103140)·풍산홀딩스(005810)), 도박(강원랜드(035250)), 인권(한국가스공사(036460)·포스코(005490)·포스코대우(047050)), 담배(KT&G(033780)) 등이 사유다. 강원랜드는 이번에 OCI와 함께 지난 6월 새롭게 대상에 선정됐다. 일본의 기업이 올해 대거 추가된 게 눈에 띈다. 여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일본 기업 20개 가운데 올해 상반기 새로 등장한 기업은 11개다.
이를 두고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수탁자 책임을 다하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저탄소 기업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며 “기업이 화석연료 기반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친환경적 사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