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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격엔 안 팔아"…매수 후보자 못 찾는 서울 오피스
-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서울 도심권역(CBD) 내 우량 오피스 빌딩들의 우선협상대상자(우협) 선정이 수개월째 늦어지고 있다.기업들이 사옥 매입 목적으로 ‘통큰 가격’에 오피스를 인수한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매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기조도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돼 매도인과 매수인 간 가격 조율이 더욱 어려운 상태다. ◇ 신라스테이 서대문·T타워·정동빌딩, 우협 선정 ‘아직’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호텔 ‘신라스테이 서대문’은 매각을 위해 지난 5월 22일까지 매입의향서 접수가 진행됐지만 한 달 넘게 지난 현재까지 우선협상대상자(우협) 선정이 안 됐다. 신라스테이 서대문 (사진=호텔신라)신라스테이 서대문은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333번지에 위치해있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바로 앞에 있으며 경복궁, 경희궁, 인사동, 남산서울타워 등 서울 주요 관광지로 접근성이 좋다.이 호텔은 그랜드룸 객실을 포함해 총 319실을 갖췄다. 지하 4층~지상 27층 규모에 부대시설로 뷔페 레스토랑과 피트니스센터, 미팅룸 등을 갖추고 있다.이 자산은 한국투자공사(KIC)가 수익증권을 보유한 ‘이지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43-1호’에 담겨 있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매각자문사로 존스랑라살(JLL)을 선정했고, 작년 말까지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신라스테이 서대문 외에도 우협 선정이 안 된 오피스들이 많다. 서울역 인근 T타워와 서울 중구 정동빌딩 등이다. 글로벌 부동산 종합 서비스회사 존스랑라살(JLL)과 컬리어스는 서울 중구 T타워의 독점 매각자문사로서 마케팅 및 매각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JLL과 컬리어스는 지난 4월 23일 입찰을 통해 T타워의 우협을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2개월 이상 지난 현재도 아직 선정되지 않았다.T타워 (사진=JLL)T타워는 서울 중구 소월로2길 30 일대 위치해 있다. 지난 2010년 준공됐으며 연면적 4만1598㎡(약 1만2583평), 지하 6층~지상 28층 규모의 프라임 오피스 빌딩이다. 싱가포르계 자산운용사 케펠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다.남산 조망권, 인근에 대기업 사옥 다수 소재, 서울역 인근이라는 교통 인프라 등 입지적 장점을 기반으로 지난 2019년 이후 매년 임대율 약 100%를 달성했다. 현재 SK, LG, 필립스 등 다수 국내외 우량 기업들이 임차 중이다.서울역 일대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주요 교통 인프라 개선 및 복합 개발사업이 예정돼 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및 인근 힐튼호텔 재건축 등 다수 개발 호재가 있어 향후 업무 환경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서울 중구 소재 정동빌딩도 아직 우협 선정 소식이 없는 상태다. 이 건물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이지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42호’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매각 입찰은 지난 5월 2일 실시됐고 교보AIM자산운용, 베스타스자산운용 등이 참여했다. 입찰 진행 결과를 놓고 투자자와 향후 일정 등을 포함해 검토 중이다.정동빌딩 (자료=이지스자산운용)정동빌딩은 서울 중구 정동 15-5번지 일대 위치한 지하 5층~지상 20층 건물이다. 서울역사박물관과 덕수궁 사이에 있으며, 맞은편에는 정동공원이 있다.주요 입주사로는 네덜란드 대사관, 뉴질랜드 대사관, 노르웨이 대사관, 김앤장법률사무소,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 등이 있다.◇ F&F·크래프톤 등 대기업들 ‘사옥 목적’ 건물 매입 중이처럼 우량 오피스 빌딩들의 우협 선정에 시일이 걸리는 것은 매도자-매수자가 원하는 금액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피스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사옥 매입 목적으로 가격을 높게 써서 ‘통큰 거래’를 한 사례들이 있었다. 고금리로 기관들의 오피스 투자가 주춤해진 사이 자금력 풍부한 기업들이 서울시내 알짜 사옥을 확보했다.그 여파에 매도자들이 원하는 가격대가 높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게다가 고금리 기조도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돼 매도인과 매수인 간 가격 조율이 더욱 어려운 상태다.패션기업 F&F는 오는 8월 준공될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포인트 강남’을 사옥으로 쓰기 위해 작년 말 마스턴투자운용으로부터 매입했다. (자료=마스턴투자운용, 업계)매매대금은 3436억2216만원이며, 3.3㎡(평)당 기준으로는 약 4200만원이다. 이 매매금액은 부가가치세, 제세공과금, 수수료 등 취득부대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올해 12월 31일 잔금 납부가 완료되면 거래종결(딜클로징)된다.F&F는 이전부터 사옥 마련에 대한 의지가 높았다. 작년 5월 말에는 서초구 서초동 오피스 ‘마제스타시티 타워1’ 우선협상대상자(우협)에 선정됐지만, 기존 임차인이 퇴거해서 F&F가 사옥으로 쓰려면 오는 2027년 말까지 기다려야 해서 갑작스레 인수를 철회했다.게임회사 크래프톤은 성수동 메가박스 본사 건물인 ‘메가박스 스퀘어’를 작년 12월 5일 2435억원에 매입했다. 업무 거점을 확보하고 임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올해 1분기에도 임대료 급등에 사옥 매입에 나선 전략적 투자자들(SI) 활동이 이어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890번지 일대 위치한 T412 빌딩은 침구업체 알레르망에 약 3227억원에 거래됐다. 3.3㎡당 4105만원이다.매도자는 한화자산운용이었다. 알레르망은 사옥 마련에 대한 강한 의지로 높은 가격을 제시해 매입에 성공했다.또한 코람코자산신탁이 보유한 구분소유 빌딩 케이스퀘어시티는 퍼시픽자산운용에 3100억원에 매각됐다. 퍼시픽자산운용은 장기적으로 사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동양생명을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했다.케이스퀘어시티는 서울 중구 청계천로 24번지 일대 위치해있다. 지하 7층~지상 20층, 연면적 약 4만1677㎡(1만2607평) 규모 신축급 코어 오피스다. 코람코가치부가형부동산제2의2호(자리츠)가 이 건물을 운용했었다.대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SI)들은 임대차 안정성 확보를 위해 매입에 나선다는 점에서 재무적 투자자(FI)와는 다른 전략으로 입찰에 참여한다. ‘사업 수익성’이 아니라, 사옥 확보를 위한 대체원가에 대한 ‘기회비용’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서울 A급 오피스 권역별 실질임대료 추이 (자료=JLL코리아)서울시내 오피스는 공급이 한정돼 임대료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서비스 회사 JLL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 임대료는 견조한 오피스 수요 대비 제한된 공급으로 계속 상승 추세다. 올해 1분기 서울 A급 오피스의 실질 임대료는 3.3㎡당 13만7200원으로 전분기 대비 2.4%, 전년 동기 대비 9.4% 상승했다. 오는 2026년경 준공되는 도심의 오피스 재개발 프로젝트처럼 대형 신규 공급이 있기 전까지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결과적으로 매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매수자들과의 가격 조율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매수자는 가격을 보수적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SI)들이 높은 가격대에 건물을 인수하는 사례가 많아졌는데,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수익률을 고려해야 해서 그렇게까지 비싼 가격을 지불하기 어렵다”며 “최근 상업용부동산 시장이 재무적 투자자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가격대를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한국앤컴퍼니, ‘타이어 제조’ 넘어 ‘하이테크 기업’으로 퀀텀점프
- [이데일리 박민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사업형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가 전략적 투자와 인수를 통해 하이테크(첨단기술) 기업으로 사업 체질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룹의 주력사업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타이업 제조업’을 넘어 자동차 열관리와 납축전지, 정보통신(IT) 플랫폼, 금형·제조 하드웨어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앤컴퍼니 본사 테크노플렉스 외관.(사진=한국앤컴퍼니)1일 업계에서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 5월 초 세계 2위 자동차용 열에너지 관리 솔루션 기업 한온시스템의 지분 인수를 결정하고 8주간에 걸쳐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매입은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인 한앤코 오토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보통주식 2억6956만9000주 중 1억3345만주를 2대 주주인 한국타이어가 매입해 최대 주주자리에 오르게 되는 방식이다. 올 해 안으로 딜 클로징(거래종료)이 예정돼 있으며, 거래 종료시 한온시스템 지분 구조는 한국타이어가 50.53%로 최대주주로 바뀌고 한앤코는 22.73%로 2대 주주에 자리하게 된다.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열 관리 시스템 전체 설계부터 부품 공급까지 아우르는 세계 2위 기업이다. 실내외 온도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에 큰 영향을 받는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주는 열 관리 시스템을 비롯한 전동 컴프레서, 냉매·냉각수 통합 모듈 등의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고도의 성장이 예견되는 전기차 열 관리 시스템 솔루션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한국앤컴퍼니에게 이러한 한온시스템 인수는 의미가 남다르다. 단순 타이어 제조사를 넘어 테크놀로지(기술)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있어 전환점이 되기 때문이다. 인수가 완료되면 기존에 영위해오던 타이어와 자동차 납축전지를 넘어 전기차 관련 핵심 부품 사업군을 보유해 명실상부 하이테크놀로지 기업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특히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글로벌 자산총액은 약 26조원 규모로 성장해 국내 재계 30대 그룹에 진입하게 된다.조현범 회장도 이번 인수에 대해 “한온시스템 경영권 확보 추진을 통해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전기차 시대의 핵심 부품인 타이어와 자동차용 열 관리 기술을 보유함으로써 전기차 시대의 하이테크놀로지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라며 “그룹 사이즈를 단숨에 확대하는 한편 자동차 산업을 넘어 차세대 기술 기반 추가 사업 확대로 2030년 매출 30조원 규모의 그룹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사진=한국앤컴퍼니)업계 안팎에서도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의 결합으로 인해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수십 년간 신차용(OE·Original Equipment) 부품 비즈니스 분야에서 성장한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한국타이어가 공급하는 신차용(OE) 완성차 브랜드는 50여개 정도 된다”며 “이러한 영업망과 공급망을 공유해 양사 사업 시너지는 물론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산업 패러다임 속에서 연구개발(R&D) 혁신으로 시장 대응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실제로 한국타이어는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풀라인업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을 출시하고 글로벌 전기차 타이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온시스템도 업계 최상위 전기차 열 관리 시스템 기술을 기반으로 유수 전기차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크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룹의 성장을 견인해 온 타이어 부문에 열에너지 관리 시스템 솔루션 부문이 더해지며 사업 포트폴리오가 한층 탄탄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한국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인수 이외에도 하이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화물 중고차 거래 플랫폼 ‘아이트럭(iTRUCK)’에 10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단행해 첫 지분 투자 이후 지금껏 총 20억원 투자를 진행했다. 아이트럭은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국내 최초 화물 중고차 온라인 거래 플랫폼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차량 정보 및 시세 확인, 차량 구매, 영업용 번호판 매매 및 임대, 내차 팔기 등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또한 국내 스타트업 초기 투자 공모 사업 ‘2024 산업단지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수요기업으로 참여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나섰다.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를 비롯해 회사가 보유한 풍부한 비즈니스 노하우, 첨단 인프라, 인적 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엑셀러레이팅(Acceleration) 제공을 통해 밸류업 지원에도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향후 오픈이노베이션의 범위를 △미래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AI △스포츠테크 △프롭테크 등으로 확장할 방침이다.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당사는 타이어 제조업 이외에도 정보통신(IT) 서비스와 물류엔지니어링을 제공하는 ‘한국네트웍스’와 전자제품, 의료기기, 소비재, 로봇 등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금형·부품 솔루션을 제공하는 ‘모델솔루션’, 자동차용 축전지에서 선박용, 산업용에 쓰이는 배터리 제조업까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미래 신성장 동력을 추가로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