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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이를 부탁해]①보육대란 현장을 가보니…
- [이데일리 김도년 김상윤 기자] 지난 3월 시행된 0~2세 무상보육 정책이 4개월 만에 예산부족으로 삐거덕거리고 있다. 무상보육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부모들의 수요를 대폭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국공립과 사립어린이집 간의 양극화는 물론 대선주자들의 무분별한 보육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데일리는 이러한 무상보육 문제를 총 2부에 걸쳐 점검해본다.지난 14일 찾은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 보육대란의 현장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한 민간 어린이집을 찾았다. 점심시간 때라 아이들은 한창 식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숟가락을 제대로 써서 밥을 먹는 아이도 있었지만, 자꾸 음식이 흘러 옷이 흠뻑 젖은 아이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식사를 도와야 할 선생님은 인터넷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기자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랐는지, 갑자기 아이한테 다가가서 밥을 먹이는 시늉을 했다. 그는 “보통 3세 이상이면 스스로 밥을 먹긴 하지만, 가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는 직접 안고 먹인다”고 말했다.아이들이 자주 찾는 화장실은 기대 이하의 열악한 시설에 또 한번 놀랐다. 3.3㎡(1평) 남짓의 좁은 공간. 무엇보다 일반 화장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아이가 발판에 올라서서 손을 씻는 모습이 위태위태하다. 세면기가 높아서 부득이하게 발판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발판에는 물기가 그대로 남아 쉽게 미끄러질수 있었다. 바닥에는 보호매트조차 따로 없었다. 변기는 일반용과 같아 자칫 아이가 변기에 빠질 수도 있는 위험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어린이집을 나와 주변을 살폈지만, 아이들이 야외활동을 할 만한 곳은 따로 없었다. 한 선생님은 “밖에 나가면 아이들 통제하기가 힘들어 한달에 1~2번 정도 나가는 편”이라면서 “그것도 상당히 멀어서 아이들 관리가 힘들다”고 푸념했다.홍제동의 S아파트에 있는 가정 어린이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99.17㎡(30평)의 1층 공간을 고쳐서 만든 곳. 그나마 부엌과 거실을 차단하는 막은 있었지만, 화장실은 일반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파트 내라 소음 문제는 꽤 민감했다. 원장은 “1층이라 뛰어다니는 문제는 없지만, 얘들이 가끔 소리를 지르면 바로 항의전화가 온다”고 했다. “답답한 아이들을 밖으로 보내려고 해도 주변에 차량이 많고, 먼지가 많아 감기라도 옮길까 봐 자제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한 민간 어린이집 외부 모습(좌). 주변도로는 좁고 차량이 많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은 상대적으로 넓고 쾌적하다. 구립 은화어린이집의 내부 모습(우)그렇다면 국공립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어떨까. 홍은동에 있는 구립 은화어린이집.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언덕에 있긴 했지만, 첫눈에 들어온 모습은 민간어린이집과 확연히 달랐다. 드넓은 공간에 미끄럼틀 등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놀이시설이 눈에 띠었다. 바로 옆에는 더운 열기를 식혀줄 휴대용 욕조도 서너개 마련돼 있었다.화장실 세면기도 아이들 키에 맞춰 상당히 낮았고, 바닥에는 안전보호 매트가 깔려있어 아이들이 미끄러져도 크게 다칠 위험은 적어 보였다. 프로그램도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시간별로 세밀하게 짜여 있어,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텃밭 가구기, 숲속나들이 등 야외활동도 자주 있어 부모님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정오순 원장은 설명했다. 시간 연장반 운영도 있었다. 맞벌이 부모가 가끔 야근 등으로 늦을 때를 대비한 프로그램이다. 시간당 2700원만 내면 9시반까지 아이들을 돌봐준다고 한다. ▲서울특별시 보육포털서비스 입소대기 신청 화면. 공공시설인 서대문구 은화어린이집 신청자는 600명을 넘을 정도로 포화상태다.시설이 좋은 만큼 국공립 어린이집 수요는 넘쳐났다. 현재 이곳의 대기인원수는 500여명이다. 정부가 올해 3월 만 0~2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무상보육을 지원하면서 너도나도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맡겼다. 부모들은 아이 건강과 생활에 민감한 만큼 상대적으로 시설이 나은 국공립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언제 자리가 날지 모른다. 친구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거나 특별한 일이 없다면, 2~3년은 기다려야 할 뿐이다. 더구나 우선순위가 있어서 다문화가정, 맞벌이부부, 한부모가정이 아니라면 이곳을 이용할 확률은 현저히 낮다.동행했던 예비엄마 김상원(32) 씨는 “한달 뒤면 곧 아이가 태어나지만 일을 계속 해야해야 한다”면서 “민간보육시설보다는 국공립 시설이 확연하게 나아보이지만, 대기자 수가 많아 실제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맞벌이 주부인 김제옥(36) 씨도 “국공립은 자리가 없고, 일반 민간 어린이집은 열악한 환경으로 좀 더 나은 시설의 어린이 집을 보내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며 “차라리 아동수당 등으로 부모들에게 직접 보육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며칠간 어린이집을 둘러보면서 열악한 민간 보육원에 턱없이 부족한 공공시설은 대한민국 보육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관련기사 ◀☞[내 아이를 부탁해]②반년만에 표류하는 무상보육☞[내 아이를 부탁해]③저출산 시대, ‘아동수당’이 해법 될까?☞[내 아이를 부탁해]④세계 88개국, 아동수당 도입
- [기획]가정서 '남는 전기' 파는 시대 온다
-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쉼 없이 돌아가던 에어컨이 스스로 가동을 멈춘다. 이내 조명도 저절로 어두워진다. 스마트 계량기가 실시간으로 전력 단가를 파악해 요금이 가장 비싼 시간에 가전제품의 작동을 제어한 것이다. 집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다. 옥상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해 햇빛으로 전기를 만든다. 남은 전기는 전력회사에 내다 팔 수도 있다.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자동차를 충전하고 남은 전기도 팔 수 있다. 덕분에 전기요금은 뚝 떨어진다. 스마트미터기를 보고 가장 전기요금이 싼 시간에 세탁기를 돌릴 수 있고, 내가 얼만큼의 전기를 썼는지 확인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그리드’가 도입됐을 때의 우리네 일상이다.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고갈 문제 등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스마트그리드가 차세대 전력 시스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마트그리드 연구에 돌입했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제주도 구좌읍 일대의 6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실증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오는 2013년까지 정부 685억 원, 민간 1710억 원 등 총 2395억 원을 투자한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에 스마트그리드를 도입할 경우 발전소 건설 비용을 3조 2000억 원 가량 줄일 수 있다.이에 따라 원자력 건설에 부정적인 야당의 관심이 높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 7대 강국이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지만,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사태이후 원전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원자력 발전 기술을 수출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캐나다 등 7개에 불과하다”면서 “지난해 3월 미국에서 30년 만에 자국 땅에 원자력 발전소를 허가하는 등 미국은 여전히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반면 지난 30일 제주도 SK(003600)스마트그리드 체험센터를 방문한 민주통합당 손학규 대선 경선 후보는 “향후 에너지 정책의 한 부분을 이룰 신재생 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는 탈원전 사회를 준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을 통해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진행해온 SK네트웍스는 지난 7월 2일 국내 최초로 일반 관광객 대상 전기차 렌탈 사업을 런칭했다고 밝혔다현재 이곳에서는 12개 컨소시엄(168개 기업)이 지능형 소비자·운송·신재생·전력망·서비스 등 스마트그리드 관련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SK네트웍스(001740)가 기아자동차가 만든 전기차 ‘레이’를 이용해 전기차 렌터카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이 개발한 배터리가 탑재된 ‘레이’는 일단 20대 규모로 렌터카 서비스에 투입되지만, 제주도로 여행온 사람들이 스마트그리드의 미래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SK네트웍스 측은 “타사 대비 2배에 이르는 90개 충전기를 제주하얏트호텔, 핀크스 비오토피아와 같은 숙박지와 성산일출봉, 산방산 등 관광명소에 설치했다”면서 “1회 완전 충전 시 운행거리는 약 100km(환경부 공식연비 91km)로, 이는 제주도 내 1일 관광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기획]산업계 "스마트그리드가 대세..협업으로 일군다"☞ [기획]전력난 시대, `스마트그리드`가 성장동력이다☞ [현장에서]휴가철 긴장 풀린 전력당국☞ 전력대란 첫 고비는 넘겼지만…☞ "우한 NCC공장, 내년 1분기 상업생산 가능할 듯"-SK이노베이션 컨콜☞ SK, 시장에서 대형주 자존심 세워줄까?☞ [런던2012]SK그룹, 런던올림픽 선수단에 격려금 2억원 기탁
- [기획]전력난 시대, `스마트그리드`가 성장동력이다
- [이데일리 박정일 기자]폭염에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은 무더위와 블랙아웃(대규모 동시정전)의 불안 속에 여름을 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8월 3~4주 경 예비전력 비축량은 140만㎾(킬로와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 이는 정전 대란 우려가 가장 큰 ‘심각 단계’(100kW 이하)에 근접한 수치다.이같은 긴장 상황은 내년 겨울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건설 중인 발전설비는 2013년 말 이후 가동되기 때문에, 전력사정은 2014년은 돼야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작년 정전사태 이후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꼽히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고 있다.스마트그리드란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공급자와 수요자가 양 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을 뜻한다.이를 통해 전력 공급자는 전력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소비자 역시 이에 맞게 요금이 비싼 시간대를 피해 사용 시간과 사용량을 조절 할 수 있다. 또 태양광 발전이나 연료전지, 전기자동차의 전기에너지 등 가정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판매할 수도 있게 된다. 정부 목표대로 오는 2030년까지 국가 전체적으로 스마트 그리드가 구축되면 47조 원의 에너지 수입 비용이 절약되고, 3조 원 가량의 발전소 투자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스마트그리드 시장 매년 2자리 수 성장률 전망”스마트그리드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고 때다. 미국은 2003년 ‘그리드 2030’ 국가 비전을 수립하고 올해 30개 실증사업 및 174개 보급사업을 진행 중이다. 실증 및 보급 사업 관련 예산은 약 100억달러 수준이다.EU(유럽연합)도 2006년 ‘스마트그리드 비전&스트레티지’를 발표하고 작년 말 현재 23개국에서 약 38억유로를 투자해 실증 및 보급사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도 작년에 222억엔을 투자해 국내 4개, 해외 13개 지역에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출처 지식경제부)포레스트&설리번, 마켓&마켓, 비전게인 등 외국 시장조사기관들은 2016년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 규모는 61조~125조 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스마트그리드의 범위가 명확히 설정돼 있지 않은 탓에 조사기관별로 편차는 크지만, 매년 두 자리 수 성장은 무난하다고 보고 있다.◇정부, 28조 투입…2016년 10조 경제효과 기대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약 28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정부는 2009년 제주시 구좌읍 일대 약 6000호를 대상으로 한 실증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2030년까지 27조500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그리드 전국망을 구축하겠다는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을 내놓았다.지난달에는 ‘1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제시했다.우선 2016년까지 화력발전소 2기에 해당하는 120만kW(킬로와트) 규모의 전력 줄이기 목표를 잡고, 7대 광역경제권별로 거점도시를 구축해 스마트계량기,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충전기 등을 본격 보급할 방침이다.제주시 구좌읍 실증단지에 있는 스마트그리드홍보관 한국전력공사 체험관 전기차 충전소. (출처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를 통해 2016년 신성장동력 창출 등 총 9조67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약 3조5600억원의 절전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다.업계도 적극적이다.LG전자와 GS칼텍스, LS산전, 포스코ICT, KT,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제주 실증단지를 중심으로 건물과 공장 등 에너지관리시스템을 비롯해 스마트가전, 전기차 충전소 등 다양한 사업을전개하고 있다.지난 4월 허창수 GS 회장은 제주도 구좌읍에 위치한 GS칼텍스 스마트그리드 홍보관과 GS건설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방문했다. 허 회장은 “그룹의 주력 사업인 에너지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확보하고 시장을 주도하려면 차별화된 신기술은 물론 이를 사업화하고 제휴할 수 있는 제반 핵심역량들을 갖추고, 녹색사업 등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전기요금 체계 개편·독과점 해소 등 넘어야 할 산도국내 스마트그리드산업은 태동 단계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시장 전망은 밝다는 게 업계 평가다.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려면 초기 투자비용과 독과점, 경직된 전기요금체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이경훈 지식경제부 스마트그리드팀 팀장은 시장창출 지연의 원인으로 높은 초기 투자비용과 경직된 전기요금체계로 인한 소비자 참여 제약, 독과점의 경직된 전력산업구조 등을 꼽았다.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마트그리드사업의 활성화 차원에서 수요와 공급의 실시간 상호작용에 의해 전기요금이 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계절별 차등요금제, 시간대별 요금제, 실시간요금제와 임계피크부하요금제 등 수용자 그룹별로 차등화하는 중기 요금제 개선안을 제안했다.전문가들은 이외에도 신재생에너지의 적용 확대에 따른 전력요금 인상 문제와 높은 단가로 인한 진입 장벽, 연료전지 효율성 문제, 보안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