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0,000건 이상
- "월급 빼고 다올라.." 하림·사조·대상, 닭고기 가공육 가격 인상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하림(136480)과 대상(001680), 사조 등 식품 기업들이 내달부터 편의점 등에 유통되는 가공 닭고기(육가공류) 가격을 인상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식품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림 닭가슴살. (사진=하림)25일 하림에 따르면 다음달 편의점 기준 닭가슴살(갈릭·블랙페퍼 110g) 가격을 3400원에서 3700원으로 8.8% 오른다. 닭가슴살소시지는 2300원에서 2500원으로 8.7% 오른다. 사조는 오는 9월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닭가슴살(오리지널·블랙페퍼 100g) 가격을 3300원에서 3700원으로 12.1% 올릴 예정이다.대상은 무뼈닭발 간편식 ‘안주야’ 가격을 8900원에서 9500원으로 6.7% 인상한다. 가공닭 이 외에 대표 조미료 ‘미원’(100g)은 편의점 기준 2400원에서 2700원으로 12.5% 오를 예정이다.식품업계가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등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 2분기(4~6월) 국제 곡물가격이 고점을 기록한 가운데 사룟값 등에 드는 비용이 3분기(7~9월) 수입 가격에 반영되면서 향후 추가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가공품 치즈 가격도 줄줄이 오른다. 빙그레(005180)가 국유통하는 프랑스 치즈브랜드 ‘벨큐브 플레인’(78g) 가격도 편의점 기준 내달부터 6000원에서 6900원으로 15% 인상된다. 동원의 체다치즈(5매입)는 다음달 편의점에서 2000원에서 2400원으로 20% 오른다. 농심(004370)은 추석 이후부터 라면과 스낵 출고 가격은 각각 평균 11.3%, 5.7% 오른다. 농심이 라면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해 8월이며, 스낵은 올해 3월이다.추석 이후 인상되는 품목은 라면 26개, 스낵 23개 브랜드다. 주요 제품의 인상폭은 출고가격 기준으로 신라면 10.9%, 너구리 9.9%, 새우깡 6.7%, 꿀꽈배기 5.9%다.이에 대형마트에서 봉지당 평균 736원에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의 가격은 약 820원으로, 새우깡의 가격은 1100원에서 약 1180원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 3월에 이어 이달부터 식용유지류와 캔햄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카놀라유(500mL)의 편의점 가격을 5500원에서 7100원으로 29.1% 올리고, 포도씨유(500mL)도 8800원에서 1만500원으로 19.3% 올렸다. 올리브유(500mL)는 1만1000원에서 1만2400원으로 12.7% 올랐다. 스팸 클래식(200g) 가격을 4480원에서 4780원으로 6.7% 올랐다. CJ제일제당은 가격 조정의 근거로 원료인 수입 돼지의 앞다리 가격이 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5월에 50% 가까이 급등했다는 점을 꼽았다. 밀, 옥수수 등 돼지 사료용 곡물 가격이 폭등에 따른 사육 비용도 증가도 가격 인상을 견인했다.
- 과기정통부, '차세대 네트워크(6G) 기술개발사업'공청회 개최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가 25일, 차세대 네트워크(6G) 산업 기술개발(R&D)기획(안)에 대해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공청회를 통해 차세대 네트워크(6G) 산업 기술개발사업에 대해 산·학·연의 관심과 협력을 유도하고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여 기획(안)을 보완하여, 올해 9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공모에 신청할 예정이다.차세대 네트워크(6G) 산업 기술개발(R&D) 예타 사업은 글로벌 6G 기술 및 표준 선도를 위해 작년부터 추진 중인 6G 원천기술개발(21~25년/총 1,917억원)와 병행하여 추진할 예정이며, 사업 기간과 규모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7년간 약 9,000억원 규모로 기획하고 있다.차세대 네트워크(6G) 산업 기술개발(R&D) 예타 사업은 6개 분야(①6G 무선통신, ②6G 무선통신 부품, ③6G 모바일 코어 네트워크, ④6G 유선 네트워크, ⑤6G 시스템, ⑥6G 기반조성)에 대해 중점적으로 기획되고 있다.공청회는 6개의 각 분야에 대한 발제를 토대로 차세대 네트워크 미래상과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공청회는 6개 분야에 대해 ①연세대학교 김광순 교수를 시작으로, ②서울대학교 오정석 교수, ③성균관대학교 추현승 교수, ④ETRI 권오균 책임, ⑤서울대학교 이경한 교수, ⑥ETRI 장성철 책임이 발표하고, 마지막으로 ⑦개발된 분야에 대한 기술 시연(Pre-6G)에 대해 인하대학교 장경희 교수의 순서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후 과기정통부 심규열 혁신네트워크팀장,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최성호 통신네트워크 PM, LG전자 정재훈 연구위원, ETRI 김일규 이동통신연구본부장, SKT 박종관 그룹장 및 분과위원장 등과 함께 기획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 및 의견 수렴을 위한 패널 토의를 진행한다.김정삼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6G 원천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나 경쟁국 대비 작은 투자 규모로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 뒤처질 우려가 있는 만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하면서 “6G는 미래 IT 산업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 기반이자 글로벌 경쟁의 향방을 가를 필수전략기술인 만큼 산학연 전문가 및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라떼 한 잔에 당류 25g…다이어트할 때 피해야 할 즉석커피는?
-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소비자들이 즐겨 마시는 즉석 라떼커피에는 스위트 아메리카노보다 약 2배 많은 당류가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1개 기준으로는 매일유업의 바리스타룰스 디카페인 라떼의 당류가 가장 많았다.한국소비자원은 즉석커피 23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4일 밝혔다. 조사대상은 강릉커피 블랙(서울우유협동조합), 칸타타 스위트 아메리카노(롯데칠성음료), 스타벅스 카페라떼(서울우유협동조합) 등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아메리카노 및 라떼 커피 제품이다.조사 결과 제품 1개당 카페인 함량은 바리스타룰스 콜드브루 블랙(매일유업)이 150㎎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페인 최대 1일 섭취권고량(성인 기준 400㎎)의 38%였다. 콘트라베이스 디카페인 블랙(롯데칠성음료) 제품은 가장 적은 4㎎으로 최대 섭취권고량의 1% 수준이었다.아메리카노 커피의 카페인은 100㎖당 평균 34㎎, 라떼 커피는 36㎎로 유사한 수준이었다. 디카페인 커피의 경우 3㎎로 아메리카노와 라떼커피의 약 8%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당류 함량은 100㎖기준으로 프렌치카페 카페오레(남양유업) 제품이 8g으로 가장 많았다. 제품 1개 기준으로는 바리스타룰스 디카페인 라떼(매일유업) 제품의 당류가 25g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류 1일 섭취량(50g)의 절반 수준이다. 라떼 커피의 당류는 100㎖당 평균 7.2g으로 스위트 아메리카노보다 약 1.9배 많았다. 스위트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아메리카노 커피에서는 시험대상 10개 제품 중 9개 제품에서 당류가 검출되지 않았다. 아카페라 아메리카노(빙그레) 제품은 제품 1개당 당류 6g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영양성분을 보면 라떼 커피의 포화지방은 1~5.1g으로 제품 1개를 마실 경우 1일 영양성분 기준치(15g)의 7~34%를 섭취하게 된다. 스타벅스 카페라떼 제품은 포화지방이 5.1g로 가장 많았고 홈플러스 시그니처 디카페인라떼(홈플러스) 제품은 1g으로 가장 적었다.포장재 재활용을 위한 재질·구조 등급은 제품별로 차이가 있었다. 전체 23개 제품 중 5개 제품은 ‘재활용 우수’, 8개 제품은 ‘재활용 보통’, 10개 제품은 ‘재활용 어려움’으로 제품별 재활용 등급 차이가 있었다. 재활용 우수를 받은 제품은 조지아 고티카 빈티지 블랙, 조지아 고티카 빈티지 스위트 아메리카노 등이었다.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 제품에 표시된 영양성분 함량, 원재료명 등에 대한 정보와 온라인 판매처에 게시한 정보가 다른 동서식품, 서울우유협동조합, 빙그레, 남양유업 등 4개 업체에 자율 개선을 권고했다.
- (영상) 또 실적에 운 샤오펑, 대체 언제쯤 반등할까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니오, 리오토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3대 전기차 스타트업인 샤오펑(XPEV)이 2분기에 예상보다 컸던 적자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3분기 전기차 인도대수와 매출 전망에 주가 급락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중국에서의 코로나 봉쇄 조치가 완화하고 있고 앞으로 줄줄이 발표될 신차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월가에서는 실적과 주가가 의미있는 반등을 보이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샤오펑 주가는 전일대비 10.81%나 급락한 18.7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올 3월 중순에 기록했던 18.01달러의 52주 신저가에도 거의 육박하고 있다. 또 샤오펑의 주가 부진에 경쟁자인 니오(-3.48%)와 리오토(-4.83%)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은 샤오펑이 앞서 발표한 2분기 실망스러운 실적 탓이었다. 샤오펑은 2분기에 매출액이 74억4000만위안, 순손실이 27억위안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은 72억9000만달러였던 월가 전망치를 웃돌았지만, 순손실은 전망치인 19억4000만위안보다 훨씬 높았다. 주당 순손실도 46센트로, 시장 전망치인 32센트보다 많았다. 특히 주당 순손실은 작년 2분기의 12센트에 비해 거의 4배 가까이 늘어났다. 관심을 모았던 2분기 전기차 인도량은 전년동기대비 98%나 급증한 3만4422대였다. 또 3분기가 시작된 지난 7월에도 전년동월대비 43% 늘어난 1만1524대를 인도하면서 경쟁사인 니오와 리오토를 앞지르기도 했다. 이로써 올들어 7월 말까지 누적 인도량은 전년동기대비 108% 늘어난 8만507대를 기록했다. 실제 이날 허 샤오펑 샤오펑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의 코로나 봉쇄 조치 등 예견하지 못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2분기엔 전기차 인도량 증가 모멘텀을 유지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3분기 전기차 인도량이 2만9000~3만100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제시해 월가에서 전망했던 4만6000대를 훨씬 밑돌았다. 회사가 언급한 대로 공급망 차질이나 반도체 칩 부족 등으로 인해 여전히 전기차 생산이 원활치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수치였다. 샤오펑의 분기별 전기차 인도량다만 회사 측은 새로운 ‘G9’ 세단의 9월 공식 출시를 앞두고 사전 주문을 8월부터 시작하는 한편 노후화한 ‘G3’를 대체할 새로운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SUV)인 ‘G9’을 올 연말 쯤 발표하며, 내년 중에 2종의 신차를 더 내놓는 등 제품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에 샤오펑 CEO는 “이렇게 신차 출시 일정을 더 앞당기게 되면 제품 판매 성장 모멘텀도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다만 샤오펑에 대해 월가에서는 아직까진 그다지 우호적인 시선을 보이지 않고 있다. 2분기 말 기준으로 61억달러에 이르는 넉넉한 현금 보유를 가지고 있고, 홍콩 증시 이중상장을 통해 만약에 있을 지 모르는 뉴욕 증시 상장폐지 리스크를 낮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미국 경쟁사나 중국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도 투자 포인트일 수 있다. 주가-매출비율(PSR)이 4.9배에 불과한 샤오펑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222배)이나 루시드(160배)에 비해 훨씬 낮은 것은 물론이고 니오(6배)나 리오토(8배)에 비해서도 저렴한 편이다.반면 여전히 중국 내수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고, 경쟁사인 니오와 리오토도 비슷한 시기에 신차를 경쟁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특히 월가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3사 중 니오에 대해 압도적인 선호를 가지고 있는 점도 샤오펑에 불리할 수 있다. 최근 크레디리요네(CLSA)는 샤오펑에 대해 실적 악화 전망을 지적하면서 투자의견 ‘매수(Buy)’를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종전 42달러에서 35달러로 낮춰 잡았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회사 측이 내놓은 2~3배 빠른 S4 슈퍼차저 충전기 출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1달러를 제시했다.
- "뒤샹 변기에 심은 회로도…20년 작업 '메타로그'로 다시 시작"
- 작가 배수영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원에서 연 개인전 ‘회·로, 메타로그’에 건 자신의 작품 ‘내 세상’(Mamonde·2022·116.8×91㎝·왼쪽)과 ‘운명’(Destiny·2022·91×91㎝) 사이에 섰다. 스테인리스스틸 판에 날아가는 나비를 붙잡아둔 듯 입체감을 심은 부조작품은 독특한 광택 덕에 전시장 안쪽까지 비춰내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진짜배기는 깊숙한 곳에 들여놓는 법이다. 거기까지 이르는 길을 불편하게, 험하게 만들어 기대감을 키운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떠올리고 생각하게 한다.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보려 하는지. 바로 여기가 그런 형국이 아닌가. 환한 화이트큐브, 세련되고 멀쩡한 공간을 떠나 한참을 내려보낸 지하, 그 촘촘한 계단 끝으로 몸과 마음을 끌어내리고 있으니. 그렇게 도달한 지점. 환풍기가 요란하게 돌아가는 그 깊은 안쪽에 ‘진짜배기’가 보인다. 등받이 없는 나무의자에 덩그러니 올린 자전거 바퀴. 낯선 아이디어가 세운 낯선 조합으로 빚어 세상을 뒤바꾼 그 현대예술작품이 맞다. 마르셀 뒤샹(1887∼1968)의 ‘자전거 바퀴’(1913). 그런데 정말 뒤샹의 그 작품인 건가.그 의문은 조금만 더 신중하게 뜯어본다면 바로 풀리게 돼 있다. 바퀴를 고정하고 받치는 격인 철기둥에 뭔가 달린 게 보이니까. 눈을 바짝 붙이고 들여다봐야 잡히는 초록바탕의 작은 전자회로판이다. 마치 네임태그인 양 앙증맞게 매달려 존재감, 아니 정체성을 다시 정립하고 있다. “이것은 뒤샹의 ‘자전거 바퀴’가 아니다”라고. 그렇다. 이것은 ‘회로라벨 자전거 바퀴’(2022)다. 배수영의 ‘회로라벨 자전거 바퀴’(2022). 마르셀 뒤샹의 ‘자전거 바퀴’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등받이 없는 나무의자에 덩그러니 올린 자전거 바퀴까지는 뒤샹과 다를 게 없지만, 바퀴를 고정한 철기둥에 매단 작은 전자회로판이 ‘배수영의 재해석 작품’이란 걸 보여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내친김에, 아니 지하로 내려온 김에 하나만 더 보자. ‘자전거 바퀴’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에 놓인 또 다른 뒤샹이 있으니까. ‘자전거 바퀴’보다 훨씬 유명한, 뒤로 눕힌 남성 소변기 ‘샘’(Fountain·1917) 말이다. 세상을 뒤흔든 여파도 더 강렬했더랬다. 100여년 전 동네 철물점에서 단돈 6달러를 주고 산 변기에 욕실용품 제조업자의 이름 ‘알 뮤트 1917’(R. Mutt)이란 서명 하나 달랑 박아 전시장에 들고 갔던 작품. 결국 전시에서 내쫓기는 봉변까지 당하지만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기어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여기 놓인 ‘샘’은 다른 옷을 입고 있다. 1세기 전 남성 소변기만 할 크기의 작은 변기로. 사인도 ‘뒤샹 버전’에선 보지 못했던 ‘한글’이다. ‘대림 2022’(2022)라고 썼다. 변기 안쪽에 박아놓은 나비와 하트 문양은 덤이라고 할까. 역시 전자회로판을 형상화했다. 배수영의 ‘대림 2022’(2022). 마르셀 뒤샹의 ‘샘’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뒤샹이 ‘샘’에 박았던 욕실용품 제조업자 서명 대신 작가는 변기제조업체명을 써넣었다. 변기 안쪽에 전자회로판으로 형상화한 나비·하트가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어령 ‘디지로그’서 착안한 개념 ‘메타로그’로 “회로도에 대한 정리로 보면 된다. 언제나 환경문제를 고민해왔지만 철학적인 고리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 매일 쏟아져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졌지만 언제까지 쓰레기로만 갈 순 없겠다 싶었던 거다.” ‘회로도 작가’로, ‘환경작가’로 이름을 알린 설치미술가 배수영(49). 21번째 개인전을 연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원에 만난 배 작가는 첫마디부터 진지했다. 적어도 이렇게 벌려둔 판이 그저 치기 어린 대가의 흉내내기는 아니었던 거다. 돌아보면, 비단 작품만이 아니었다. 배 작가 역시 그랬다. 진짜배기를 찾아가는 길이 험난했다니까. 지하로 끊임없이 스며들며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보려 하는지’ 고민해 왔던 거다. 그렇게 지난 20년간 작품활동을 짊어지고 왔다. 하지만 이내 한계에 다다랐다. 도무지 새로운 길이 보이지 않았던 거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원에 연 배수영의 개인전 ‘회·로, 메타로그’ 전경. 배 작가가 20여년 동안 ‘진화’시켜 온 시그니처 작품들이 나란히 걸렸다. 나비·새·사과·하트 등을 전자회로판으로 형상화한 평면작업이다. 오른쪽부터 ‘G5 버터플라이’(2021·25×25cm), ‘G5 애플’(2021), ‘G5 하트’(2021), ‘G5 프라이드’(2021), ‘G5 버드’(2021). 안쪽으로 부조작품 ‘운명’(Destiny·2022·91×91㎝)이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즈음 눈에 띈 게 있었단다. 지난 2월 타계한 ‘시대의 지성’ 이어령(1934∼2022) 선생의 대표저술 ‘디지로그’(2006). “이거다 싶었다. 19년 전 착안했고, 작품에 들인 지도 15년. 내가 연구했던 게 소통방식을 위한 회로도였으니까. 바로 디지로그를 위한 연구였구나 했다.” 다만 아날로그로 시작한 그 회로도를 어떻게 업그레이드해야 할 건가를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세상은 디지털로 휙휙 바뀌고 있는데 여전히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작업만 하고 있었던 거고. 그때 성큼 다가온 ‘디지로그’는 적절한 길잡이가 돼줬던 거다. ‘메타로그’란 개념은 그렇게 나왔단다. 아날로그와 메타버스를 종합하고 아우르는 시도로. “PC판에서 따온 회로도도 따지고 보면 ‘레디메이드’가 아닌가. 재생아트를 해온 그간의 작업과도 연결된다. 뒤샹에게 받은 영향을 그동안 해온 개념미술에 살짝 얹는 오마주를 해보자고 했다.” 작가 배수영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원에서 연 개인전 ‘회·로, 메타로그’에 건 자신의 작품 ‘추앙’(Reverence·2022·162.2×130.3㎝·왼쪽)와 ‘이브와 아담’(2022·110×60㎝) & ‘해피뉴스’(2022·110×60㎝) 사이에 섰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시명이 사실 전부라 할 만하다. ‘회·로(回·路), 메타로그’라고. 전자부속품에 불과했던 ‘회로’는 멀리 돌아온 길인 ‘회로’가 됐다. 뒤샹의 아이디어에 얹은 배 작가의 오마주 작품도 다르지 않다. 과거와 현재, 100년을 이어낸 회로인 동시에 기계미학의 생명선을 연결한 회로인 거다. ‘회로라벨 자전거 바퀴’와 ‘대림 2022’를 앞세운 전시에는 이외에도 뒤샹의 조형언어를 ‘배수영 식’으로 해석한 작품이 더 있다. 관음증을 자극하는 설치작품 ‘에탕도네’(1946∼1966)를 변형한 ‘노모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2022), 회화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1913)를 배 작가의 로봇 캐릭터로 대신 세운 ‘계단을 내려오는 또마’(2022) 등. 배수영의 ‘계단을 내려오는 또마’(2022). 마르셀 뒤샹의 회화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전자회로판으로 배경을 만들고 작가가 만들어낸 로봇 캐릭터 또마를 대신 세웠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생명선, 그 순환에서 상생하지 못할 것은 없다”전시에는 배 작가의 ‘시그니처’도 함께 나섰다. 흔하디 흔한 나비·새·사과·하트 등에 특별한 ‘심장’을 품게 한 건 물론 말랑한 ‘속살’까지 드러내게 한 그 작품들 말이다. 다만 이들 또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평면과 입체를 오가는 일쯤은 쉽다. 이젠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에 입히는 크롬·우레탄·캔디·마블링 도장까지 신중하게 고려한단다. 배수영의 입체설치작품 ‘추앙’(Reverence·2022·가변크기). ‘회로도를 새긴 틈으로 빛을 밝히는 하트’는 오랜 시간 함께해온 작가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하트에 만든 모서리, 외피의 색과 도장, 안쪽에 심은 조명까지 진화를 거듭해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회로도를 새긴 틈으로 빛을 밝히는 하트’를 한데 모은 입체설치작품 ‘추앙’(2022·가변크기), 광택 나는 스테인리스스틸 판에 날아가는 나비를 붙잡아둔 듯 입체감을 심은 부조작품 ‘운명’(Destiny·2022·91×91㎝)과 ‘내 세상’(Mamonde·2022·116.8×91㎝), 도자처럼 매끈한 캔버스에 전자회로도로 사과·나비를 형상화한 평면작품 ‘이브와 아담’(2022·110×60㎝) 등등. 전시작 40여점은 형체는 제각각이지만 배 작가가 향하는 곳을 정확히 짚고 있다. “지금껏 관계회로를 연구했지만 앞으로 잡고 나갈 것은 네트워크다. 작품을 두고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일 말이다.” 빛나는 ‘회로’를 위한 지난한 ‘회로’였는데, 그래도 용케 그 시작을 놓치진 않았구나 싶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소멸하는 동시에 다시 태어난다”고, “결국 그 순환에서 치유하지 못할 게 없고 상생하지 못할 게 없다”고. 오래전 배 작가가 했던 그 말이 떠올랐다. 전시는 29일까지.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사드·상하이 봉쇄…中진출 기업 ‘정치 리스크’가 최대 변수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다음은 24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1면-사드·상하이 봉쇄…中진출 기업 ‘정치 리스크’가 최대 변수-부메랑 된 연구개발혁신법 KAIST 떠나는 연구원들-대출규제 비껴간 토뱅…비결은 ‘4월 건보료 폭탄’-[사설]천장 뚫린 환율, 이대로는 성장도 물가안정도 없다-[사설]WTO 가는 美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 총력 대응해야△종합-[뉴스포커스]열집 중 네집 ‘나 혼자 산다’ 저출산·노령화 대책 시급-[이슈분석]시멘트 내달 가격 인상 놓고 충돌△노조 불법행위에 멍드는 기업들-하이트진로 본사 ‘무정부 상태’…정부 방임 속 ‘대한통운 사태’ 반복된다-“손배·가압류 놓고 교섭하면 악순환 빠져” “하청 노사관계는 노조법 사각, 보완 시급”△한중 수교 30년-대중 교역 47배 늘었지만 불안한 경협…新동반자로 나아갈 접점 찾을 때-국익이 최우선…‘용미용중’이냐 ‘친미’냐 엇갈려-한·중 혐오는 일시적…다시 평화공존의 길 모색해야△한중 수교 30년-‘반도체 수출 40%’ 中시장 배제 못해…전략적 협력모델·기술로 승부해야-SK E&S ‘수소’, 포스코 ‘전기차 강판’ 중국 탈탄소 정책 확대에 발맞춰 대응-“우린 이사갈 수 없는 이웃…한중 청년들 우정 쌓아가길”△종합-원희룡 “장관직 걸고 1기 신도시 재정비 속도낼 것…내달 용역 발주”-“수십억 연구과제 따내도…단기계약에 성과 못내”-‘인정소득’ 허용한 DSR정책 과다대출로 ‘구멍’ 드러났다-물가 진정세 조짐에도…짙어지는 경기침체 먹구름△정치-野 ‘김건희 논문의혹’ 공세 與 ‘김정숙 사적채용’ 맞불-조직개편 이어 고강도 감찰 대통령실 기강잡기 나선 尹-與 원로정치인들 쓴소리에…고개숙인 주호영-대통령 업무보고 ‘패싱’ 논란에도…전현희 ‘임기 마칠 것’-與 “공급 충분 시그널 계속 보내야 가격 안정 될 것”△경제-현장소통·규제개혁 잰걸음…3대 개혁은 지지부진-가계빚 또 사상 최대…석달새 6.4조↑-대통령까지 나섰지만…환율 또 올라 1345.5원-강남 사는 직장인 중 절반은 관리·전문직△금융-빅테크 앱서 예금·보험상품 비교·추천받는다-‘해외 공략’ 발로 뛰는 금융지주회장-여신금융협회장 정완규·남병호·박지우 ‘3파전’-“은행 원금 보장 IRP, 중도해지땐 원금 손실”△글로벌-가스값 치솟고 유로화 폭락…“유럽, 경제침체 넘어 분열 위기”-“주 3일씩이나 출근 못해” 애플 지시에 직원들 반발-“아파트 완공해야”…中, 부동산업체에 39조원 특별대출 검토-“러 공격 우려”…우크라, 독립기념일 행사 금지-中 하이난 “2030년부터 친환경차만 판다”△한중수교 30주년 특별인터뷰-‘사드’와 달라…中 ‘한국의 칩4 참여’ 무조건 반대하지 않을 것-“中 기업들도 자국 시장서 고전…트렌드 변화 잘 읽어야 살아남아”△산업-세계 1위지만 점유율 뒷걸음…삼성·LG TV, 中 추격·수요위축 대응 고심-한화에어로 전기식 작동기 英버티컬과 2200억 공급 계약-韓이 아시아 시장 주도하도록 ‘연료전지 허브’로 육성할 것-역대급 디자인·성능 통했다…아이오닉6, 첫날 ‘3.7만대’ 신기록-“폐열로 전력 재생산”…LG이노텍 ‘녹색기술인증’ 획득△ICT-“왜 우리만 원가 공개?”…100여 핀테크사 부글-LG유플러스도 ‘5G 중간요금제’ 출시-갤Z 플립4·폴드4 사전판매 97만대 ‘역대 최다’-“260만개 앱애 맞춤형 광고 매칭…올해 매출 2000억 자신”△소비자생활-단독대표 체제 후 정상화 궤도…내년 상장 자신-‘정관장 에브리타임’ 누적 매출 1조 돌파-상장 1차 문턱 넘은 컬리…‘몸집 불리기’ 관건-플라스틱 다이어트 앞장…롯데칠성, ESG 경영 박차△증권-긴축 폭탄 이겨낼 숨은 진주 실적·호재 디테일로 찾아라-美·中 수소경제 드라이브 韓수소전지 3형제 날았다-고금리 땐 역시 채권…채권형ETF 5종 동시 출격△증권-흑자에도 공모가 하회 6곳…새내기株 ‘희비’-사면초가 투자자 ‘울며 IPO 먹기’-리디, OTT ‘라프텔’ 판다…왓챠 인수전서 발 빼나-이현승 뚝심 통했다…KB운용, 해외부동산펀드 누적약정 3兆 돌파△부동산-등록말소 코앞, 대책 하세월…속타는 임대사업자-‘철거 후 재시공’ 화정아이파크, 중도금 유예-혼합단지 임대동 소외 막는다 SH공사, 임차인에 참여권 보장-강서·금천·양천 빌라 전세가율 90%↑…깡통전세 주의보△엔터테인먼트-“해보겠습니다” 씩씩한 ‘우영우’ 도전의 두려움에 맞설 용기 줬죠-메타버스·VR 만난 음악 예능 가수들 도전 무대도 넓어졌네-빌리 아일리시 콘서트, 무대도 방역도 빛났다△Book-힐링물? 무겁고 묵직한 소설 쓰는 게 내 임무-모기가 사라지면, 초콜릿도 없다고?-국산 위성시대 연 국내 첫 우주기업의 모든 것-[200자 책꽂이]△오피니언-[목멱칼럼]‘목숨 건 비행’ 언제까지 바라만 볼 건가-[데스크의 눈]‘쌍용차’에 희망을-[기자수첩]되풀이된 ‘세 모녀 비극’ 막을 수 없었나△피플-음악은 초상화 같아…연주자의 삶 선율에 담겨 전달돼-김용범 전 기재부 차관, 해시드 계열사 대표로-100번째 현장 찾은 김학도 이사장 “소통 이어가겠다”-NH투자증권, 부여 마을공동체에 냉장고 104대 기부△사회‘학교갔다 걸릴라’…학업중단숙려제 악용하는 고3들-이두봉·여환섭 사의 ‘檢 줄사표’ 이어질까-“이번주 정점 찍고 확진자 줄어들 것”-의사·연구원도 보이스피싱 당했다-‘극한직업’처럼…잠복·미행이 일상이에요
- 스타트업 지원 10년간 368개사…SKT,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SK텔레콤이 인공지능, 메타버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등 5G 특화 서비스 분야의 우수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트루 이노베이션(True Innovation)’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트루 이노베이션 을지로랩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14개 스타트업의 모습.SKT True Innovation Accelerator 2기 선발 스타트업 리스트SK텔레콤(대표이사 유영상)이 인공지능, 메타버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등 5G 특화 서비스 분야의 우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트루 이노베이션(True Innovation)’ 프로그램을 시작한다.이번 ‘트루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지원한 272개 스타트업 중에서 14개사를 최종 선발했다. 약 1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14개사는 내년 2월까지 약 6개월 간 기술 연구부터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장 지원을 받게 된다.프로그램에 선발된 스타트업에게는 ▲SKT와 벤처캐피탈의 멘토링 및 투자 검토 ▲SKT와의 사업협력 기회 ▲사무공간 및 기술/서비스 지원 ▲데모데이와 투자자 대상 IR행사 참여 ▲전시회 참가 등의 지원이 6개월 간 제공된다.특히, SKT는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대기업-스타트업 간 협력 프로그램인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과 연계해 SKT와 사업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창업 진흥원이 최대 1억원의 사업화 자금 및 2년 간 최대 3억원의 연구개발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이번 중소벤처기업부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통해 SKT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스타트업에게는 SKT와의 협업을 통한 사업 기회 등의 성장 발판을 지원할 계획이다.SKT는 ‘트루 이노베이션(True Innovation)’등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2013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째 총 368개의 스타트업을 선발해 지원해왔다. SKT가 지원한 스타트업에는 ‘오늘의 집’ 운영사인 유니콘 기업 버킷플레이스를 비롯해 플라즈맵, 정육각, 비주얼캠프, 비트센싱 등 유망한 스타트업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2021년부터는 ESG 분야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21개 기업·기관·학교와 ‘ESG코리아 얼라이언스’를 결성하고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ESG Korea’를 운영해오고 있다. 2021년 8월에는 카카오와 100억원씩 출자해 총 200억원 규모의 ESG펀드를 조성하였고, 올해 3월에는 총 400억원 규모의 통신 3사 ESG펀드를 조성해 ESG 분야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여지영 SK텔레콤 ESG얼라이언스 담당은 “‘트루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은 대기업-스타트업간의 개방형 상생협력 성과를 창출하는데 기여해 오고 있다”면서 “스타트업들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 “권고적 주주제안 마련으로 ESG 질적 개선에 나서야”
-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왜 국민연금은 사회적 기대만큼 소수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습니까?”지난 6월30일 자본시장연구원과 고려대학교 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공동 개최한 ‘ESG 투자의 지속 가능성’ 심포지엄 토론회에서 유일하게 나왔던 질문이다. 주제 발표와 패널 토론이 끝난 막바지 무렵, 주제 발표자였지만 이날 가장 적극적인 질문을 던진 사람은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였다. ESG(환경·사회·거버넌스)는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뜨거운 이슈다. 자회사를 물적분할한 뒤 재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은 물론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아이파크 붕괴사고까지 모두 국내 자본시장이 ESG를 강조하게 된 주요 배경이다. 김우찬 교수는 ESG 중에서도 특히 G에 해당하는 거버넌스에 정통한 전문가다. 지난 20년간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권리 강화를 강조해왔고 현재 경제개혁연대와 경제개혁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이데일리는 ESG를 보다 질적 개선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권고적(Advisory, non-binding) 주주제안을 제시한 김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사진=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거버넌스or지배구조?” 혼용되는 G의 명확한 의미는?“개인적으로 가능하면 기업거버넌스로 쓰고 지배구조라는 말은 쓰지 않아요. 이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기업거버넌스는 경영자, 지배주주를 견제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지배구조라는 말로 쓰일 경우 컨트롤의 의미로 이해될 수 있거든요.”본격적으로 권고적 주주제안의 필요성을 듣기에 앞서 흔히 지배구조라고 쓰이고 있는 거버넌스의 명확한 개념을 질문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실제로 국내 언론에서는 대부분 G를 지배구조로 기재하고 있다. 다만 거버넌스라는 의미와 지배구조라는 말에는 엄연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김 교수는 “1990년대 중반에 과거 선배님들이 번역하는 과정에서 애를 굉장히 많이 쓰셨는데 처음에 기업통괄체제와 기업지배구조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기업지배구조로 정했고 이게 문제가 된 것”이라며 “우리는 1950년대부터 기업지배구조라는 말을 썼는데 당시 어떻게 기업을 컨트롤하느냐, 지배하느냐에 대한 의미로 썼기 때문에 지금 지배구조가 두 가지 뜻을 갖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예컨대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 추가 매수를 통해 지배구조를 견고히 했다’는 문장에서의 지배구조와 거버넌스는 전혀 다른 의미인 셈이다. 김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원의 보고서를 통해서도 앞으로 기업지배구조라는 말 대신 기업거버넌스라는 말을 쓰자고 제안하기도 했다”며 “기업거버넌스라는 말은 굉장히 명확한 개념으로 경영자, 지배주주를 견제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지배주주 견제 수단으로서의 주주제안권, 개선 방향은?국내 상법은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소수주주에 한해 주주제안권을 보장한다. 단 100분의 10 미만의 찬성밖에 얻지 못해 부결된 내용과 동일한 의안을 부결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다시 제안하는 경우 등 일정한 경우에는 제외된다. 주주제안권의 ‘법적 구속력’ 때문이다.김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주주제안제도는 구속력이 있는 제도인데 이게 만일 주주총회 표결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으면 통과가 되고 통과가 되면 이사들은 이를 집행할 의무가 생긴다”며 “이처럼 강력한 만큼 상법에 규정된 내용들 그리고 회사 정관에 정한 내용들 이외에는 절대 주주제안을 올릴 수 없게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오히려 권고형인 미국식 주주제안제도보다 훨씬 강력한 셈이다. 다만 강한 구속력이 있다보니 논의할 수 있는 내용에 상당한 제한을 걸어둔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식 주주제안제도는 권고형으로 주주의 찬성을 얻었다 해도 이사회가 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렇다보니 보다 다양한 이슈에 대한 제안이 가능하고 실제 표결에도 부쳐진다“고 말했다. 이에 현행 주주제안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되 권고적 주주제도도 반영하는 것이 보다 다양한 환경(E), 사회(S) 이슈에 대한 논의를 가능케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구속력은 없지만 주주제안 가이드라인, 주주도 용인을 하는 범위 내에서 경영자의 ES경영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올해 뜨거웠던 소규모 펀드들의 주주권리 행보…문제는? 이처럼 제한된 주주제안권 속에서도 올해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소규모 펀드들의 주주권 행사가 눈에 띄었다. 올해 초 사조오양 지배주주와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을 비롯한 소액주주들과의 감사위원 선임 표 대결에서 차파트너스 측이 제안한 감사위원이 선임됐고 BYC 2대주주인 트러스트자산운용은 이사회 의사록 공개를 요구하며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보이고 있다.김 교수는 이에 대해 “국내 작은 헤지펀드들이 올해 주총 때 열심히 했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고무적”이라며 “다만 문제는 국내 헤지펀드들에게 국민연금이 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국민연금은 투자일임 방식으로 국내 주식을 책임 투자형 펀드에 맡긴다. 이렇다보니 위탁 운영사가 주식을 사도 그 소유권은 국민연금 공단에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구조에서는 국민연금이 모든 의결권과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그는 “위탁운영을 할 때 차라리 국민연금이 해당 펀드의 유한책임 사원으로 들어간다면 해당 펀드가 매수하는 주식의 소유권은 국민연금이 아닌 펀드의 것이 된다”며 “이 때 국민연금은 일종의 수익자, 수익증권 매수자로 되는데 다른 나라들은 다 이런 방식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에 위탁을 한다”고 설명했다.다만 그렇지 않은 지금 상황은 국민연금이 모든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이렇게 하는 게 재계 입장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는게 재계가 기금운용위원회 등에 들어와 있고, 이는 다시 말해 재계가 국민연금의 주주권을 감시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근데 만일 유한책임사원으로 행동주의 펀드에 들어간다면 재계가 통제권을 잃게 되는 셈인 만큼 재계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결국 실제 액션은 작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합니다. 무슨 공제회나 민간 금융기관 돈을 가져와서 이들을 LP로 조달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보니 규모가 다들 작아요. 이렇다보니 대상 회사들도 전부 작을 수밖에 없지요. 외국계 펀드들은 돈이 많고 규모가 크다 보니 삼성전자, 현대차 등에 주주행동을 펼칠 수 있는 것이고요.”◇ 국내 최초로 상장사에 권고적 주주제안 근거 마련을 요구하다올해 초 경제개혁연대는 APG로부터 위임을 받아 정관 변경에 대한 주주제안을 HDC현대산업개발에 제출한 바 있다. 지난 2월8일 당시 주주제안이 제출된다는 소식에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6.93% 상승했고 HDC현산 측이 주주제안을 일부 수용한 3월4일에는 주가가 4.36% 상승했다. 주주제안을 향한 시장 반응은 고무적이었다.김 교수는 “광주에서 사고가 두 번째로 터지고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APG측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뭔가라도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주주제안을 하자고 했다”며 “우리는 주식이 없으니 APG가 위임을 해주면 우리가 드래프팅을 하겠다고 했고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제안 내용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HDC현산 측은 권고적 주주제안에 대한 권고 마련은 당시 제외한 채 일부만을 수용했다. 김 교수는 그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정관에 도입한다는 점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 있었을 것”이라며 “허용되면 많은 주주제안들이 들어오고 또 언론의 주목을 받게되니 이런 요인들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봤다.“사실 지난해부터 권고적주주제안을 도입해야 되겠다는 목소리를 냈고 여러 회사에 공문을 보냈지만 모두 거절당했어요. 그러던 차에 APG로부터 연락이 왔고 올해가 되어서야 이제 이루어진 거예요.”*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