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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다형 수능 창의력 말살…챗GPT시대에 서술형 개편 필요”
- [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저출산·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특히 교육계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폐교’가 예상되는 대학가를 비롯해 이제는 수도권 유·초·중·고교까지 신입생 모집난을 겪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은 유·초·중등 부문에서의 국가책임 강화와 대학 자율성 확대가 골자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낡은 교육체계를 미래형 인재 양성에 맞게 혁파하는 데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보통합·늘봄학교를 통해 만 0~11세까지의 돌봄·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원대한 계획은 유치원·초등교사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해 반도체 등 미래 산업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도 이공계 최우수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의대 블랙홀’ 현상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이데일리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 본사 회의실에서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는 20대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설계한 나승일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전 교육부 차관)을 비롯해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이데일리가 지난 24일 개최한 교육 좌담회에서 김도연 전 교육부 장관(오른쪽) 나승일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오른쪽에서 세번째),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교육부가 올해 상반기까지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하면서 새 대입제도가 교육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큰 틀의 대입 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시사했지만 이날 좌담회에선 큰 폭의 대입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도연 전 장관은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정답을 찾아주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지만, 지금의 오지선다형 수능은 학생들의 질문하는 능력, 창의력을 말살하고 있다”며 “미래형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논·서술형 수능 도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박남기 교수도 “수능은 지금의 오지선다형보다는 서술형 평가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상훈 교수는 수능 비중을 축소하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을 늘리는 개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배 교수는 “학생이 대입에 지원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평가한다는 의미에서 학종이 오히려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골라 듣는 선택형 교육과정인 고교학점제를 표준화된 대입 시험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면 나승일 교수는 “새 대입제도는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 대학 교육의 경쟁력 확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각 대학이 인재상을 명확히 설정하고 전공 학문의 특성을 반영한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표준화된 대입 시험으로는 고교졸업·대입 자격만 평가하고, 구체화된 입학 전형은 대학이 설계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2025년 전면 시행될 예정인 고교학점제에 대해선 교사·강사 확보가 관건이란 주장이 중론을 이뤘다.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보장해줘야 학점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교과목을 담당할 교사·강사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나 교수는 “교사들의 담당 교과목을 유연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 역시 “과학 교사라면 생물·물리·화학 등을 모두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각각의 교과 담당을 나누고 칸막이를 두는 제도는 고교학점제 시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교수는 “대학에 입학한 성인들도 자신의 진로를 찾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고1 학생에게 조기에 진로를 선택토록 하고 이에 따라 과목을 이수토록 하는 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자칫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왼쪽부터 김도연 전 교육부 장관, 나승일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사진=김태형 기자)-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2028학년도 대입제도에 관심이 쏠린다. 향후 대입제도는 어떻게 개편돼야 하나.△김도연=교육이란 미래 사회에 대비해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다. 미래 인재는 정답을 찾는 인재가 아니다. 챗GPT(대화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사람을 대신해 인공지능이 답을 찾아주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금의 오지선다형 수능은 질문하는 능력, 창의력을 말살하는 시험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식 전달형 수업과 오지선다형 수능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을 억제해왔다. 12년간 창의력을 말살하는 교육을 받다가 대학에 와서 창의력을 키우려니 학습 능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논·서술형 수능 도입을 고민해야 할 때다. △나승일=우리나라는 유·초·중등 교육이 모두 대입이란 굴레에 종속돼 있어 이를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새 대입제도는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 대학 교육의 경쟁력 확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시대를 반영한 대입 개편이 필요하다. 각 대학이 인재상을 명확히 설정하고 전공 학문의 특성을 반영한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교육부가 적절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박남기=입시제도 개편에는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 현행 입시제도 하에선 개천에서 용이 나기 힘들다. 대입 정원의 절반은 실력으로, 나머지 절반은 배경을 보고 뽑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배경을 보고 선발한다는 의미는 합격자 중 일정 비율을 ‘소외 지역 고교 출신’에게 할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외 지역 고교 출신은 사회배려자전형처럼 별도의 트랙에서 경쟁토록 해야 한다. 다만 수능은 지금의 오지선다형보다는 서술형 평가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처리하는 인공지능 기능이 강화되면 채점의 공정성이나 시간적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배상훈=현재 개편 논의가 한창인 ‘2028학년도 대입’은 고교학점제 세대를 평가하기 위한 대입제도로 수능 중심의 대입과는 그 취지가 맞지 않는다. 학생이 대입에 지원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평가한다는 의미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오히려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전형이다. 저출산 시대에는 학생 맞춤형 교육을 통해 인재를 키워야 한다. 해당 학생이 고교 3년간 어떻게 성장했는지, 진로·적성에 따라 이수한 선택과목이 지원한 전공과 부합하는지를 보고 선발해야 한다. 지금처럼 서울 주요 대학에 정시 40%를 강요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수능 선발 비중은 20~30%로 축소하고 나머지는 학종으로 뽑아야 한다. 다만 숙명여고·조국 사태 등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학종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최근 카이스트(KAIST) 등에서 이공계 인재가 의대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과학기술 인재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선택하는 세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김도연=혹자는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과학고·영재학교 출신의 의대 진학을 아예 금지하자고 하지만 헌법상의 권리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어떻게 막겠는가. 결국 사회가 학생들에게 다른 길을 선택하게끔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은 수능에서 98점 받은 학생이 의대에 가면, 99점은 받은 학생은 이공계를 진학하고 싶어도 손해 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측면에서 수능이 최근의 ‘의대 블랙홀’ 현상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 정시모집 기준으로 지금은 수능 최상위권이 의대에 진학하고 차순위 학생들이 이공계로 진학하고 있다. 수능 위주의 평가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의대 선호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대입 개편 이후에는 이공계 인재에 대한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고용안정과 고연봉이 보장되지만 이공계 박사는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공계 인재들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 △나승일=의대 선호 현상의 본질은 경제적 유·불리에 따른 것이다. 의사는 안정적 직업이며 직업 선택은 개인의 문제이지만, 국가가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취지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의대가 유리하고 이공계가 불리한 현상부터 개선해야 한다. 단적으로 군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면서 이공계 병역특례의 실효성이 저하됐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이공계 석·박사급 인력이 군 복무 대신 병무청장 지정 업체에서 3년간 근무하는 제도이지만, 군 복무기간이 줄면서 병역특례란 말이 무색해진 것이다. 과학을 좋아하는 인재가 적성·소질을 살려 이공계로 진학한다면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병역특례를 비롯해 이공계 학생들에 대한 장학·국비유학제도 등 정부 차원의 유인책이 절실하다. △박남기=모든 개인은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의대 블랙홀 문제를 해소하려면 국가의 정책 방향을 따르는 게 개인에게도 유리하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지금은 의사가 되면 사회적으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우수 인재가 의대로 몰리고 있다. 예컨대 과학고 재학 중에 받은 장학금을 회수한다고 해도 학생들은 의대를 선택하고 있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이 설립 목적인 과학고·영재학교만이라도 졸업 후 5년간 의대 진학을 차단하거나 의대생이 일반사병으로 군 복무하는 것을 막고 5년간 군의관으로 복무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지금은 의대 졸업 후에 받는 사회적 혜택은 크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적다는 점이 문제다. △배상훈=의대 선호 현상은 대학의 연구역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최상위권 대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학원은 학생을 충원하지 못해서 난리다. 정부가 대학원생을 지원하는 두뇌한국(BK)21사업에 대학원들이 목숨을 거는 이유다. 이공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은 의대를 가거나 연봉이 높은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 향하고 있다. 이공계를 졸업한 뒤 갈 수 있는 안정적 직장이 부족한 탓이다. 학생들이 대학원에 지원하지 않으면 대학의 연구역량은 저하될 수밖에 없으며, 학문후속세대(대학원생과 박사과정을 마친 연구인력)가 붕괴될 수 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나라에선 과학기술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못할 것이다. 이공계 인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데일리가 지난 24일 개최한 교육 좌담회에 김도연 전 교육부 장관(오른쪽) 나승일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오른쪽에서 세번째),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나승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교사·강사 확보 등 아직 산적한 문제가 많은 상황인데.△김도연=고교학점제는 우리 교육이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다. 학령인구 급감 시대에는 적성·진로에 맞춘 학생 개개인의 성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 공약으로 2017년부터 논의를 시작, 약 6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준비가 안 됐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2025년 전면 시행이니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 도시와 지방 간 교육 격차 문제는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그렇기에 농어촌 학교의 교·강사 확보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아직 전면 시행까진 2년이란 시간이 남았고 발생 가능한 문제점들이 예견되니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보완해야 한다. △나승일=학습 동기를 유발하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100% 공감한다. 다만 고교학점제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학부모들은 대입제도와 연계되지 않아 불안하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강사 확보다. 교사·강사 부족 문제를 풀려면 교사들의 담당 교과목을 유연화해야 한다. 예컨대 국어·수학·영어 등 보통교과 교사들은 맡을 수 있는 교과목 수가 한정돼 있다. 교원양성과정에서 본인이 이수한 과목과 연관된 과목이라면 다양한 교과를 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박남기=2025년부터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는 말만 학점제이지 사실상 ‘선택과목 확대’라고 보면 된다. 만약 지금 나와 있는 계획대로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한다면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문제가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 대학에 입학한 성인들도 자신의 진로를 찾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고1 학생에게 진로를 선택토록 하는 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다. 만약 자신의 진짜 장래 희망을 고3 때 발견했는데 그간의 이수 과목과 진로가 다르다면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학생들의 실용주의적 선택도 늘어날 것이다. 대학생들도 학점 받기 편한 과목을 선택하고 있는데 고교생들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하지만, 수업을 재미있게 하는 것은 교사와 학교의 책무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배상훈=고교학점제라는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취지가 좋다고 해서 도입한 제도가 취지대로 긍정적 효과를 낼지 미지수다. 수능 반영 과목이나 대입에서 점수 따기 좋은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도 우려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능 제2외국어 과목 중 아랍어 선택 학생이 많았는데 이는 대부분의 학생이 아랍어를 못하기에 상대적으로 점수 따기가 쉽다는 이유로 ‘아랍어 로또’라고도 불렸다. 교사·강사 확보도 관건이다. 교사들은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교사 1인당 5개 과목은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외부 전문가를 기간제교사로 채용하는 방안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담당 교과목을 유연화해야 한다. 과학교사라면 생물·물리·화학 등을 모두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각각의 교과 담당을 나누고 칸막이를 두는 제도는 고교학점제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다.-현 정부의 고등교육 분야에서의 교육개혁을 요약하면 대학에 대한 규제 완화인데.△김도연=우리나라는 사립대가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사립대가 많은 국가다. 국내 사립대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학별 인재상과 교육 방법이 다양화돼야 하는데 정부의 규제로 대학별 특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교육부령(학교법인·사립학교 직인 규칙)에 따라 대학 총장·학장의 직인마저 크기·서체를 제한받는다. 이러한 불필요한 규제를 모두 없애고 대학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 등록금 인상 규제도 혁파가 필요하다. 올해로 15년간 이어진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대학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사립대의 실질 등록금은 오히려 23% 인하됐다. 등록금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들이 물가 압박에 교육·연구 혁신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나승일= 현행 교육체제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이 어렵다는 공감대에서 교육개혁이 강조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다양한 창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개인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현되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획일화되고 규제 위주의 교육체제를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게 다양화하고 자율성·창의성의 가치를 살리는 교육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에 대해선 재정 지원을 늘리고 국고지원에 대해선 대학이 인건비·경상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 국가장학금 2유형(올해 예산 3800억원)과 연계해 등록금 인상을 억제했던 규제 역시 개선해 법정 상한선까지는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박남기=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는 대폭 풀어야 한다. 등록금 규제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과 연계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사립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가 등록금 규제를 지속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 물론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부실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배상훈=정부 규제에는 법령상 명시적 규제와 행정지도 목적의 규제가 있는데 문제는 후자다. 대학들은 이런 규제로 교육부의 눈치를 보게 된다. 예컨대 정부가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했을 때도 대학들은 학내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지 교육부에 문의했을 정도다. 혹시라도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향후 교육부 관리·감독에서 지적받을 수 있어서다. 대학들이 교육부의 규제에 길들여 있어 스스로 결정을 못 내리는 경우도 많다. 마침 윤석열 정부 들어 대학에 대한 규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불필요한 규제를 풀면서 더이상 행정지도 목적의 규제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유·초등분야의 교육개혁은 ‘유보통합·늘봄학교로 0~11세 돌봄·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자‘는 것이 골자인데 교사들의 반발이 크다. △김도연=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는 필요하다. 다만 의도가 선한 정책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유보통합이 필요하다면 설득과정에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느 누가 유아교육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반박하겠는가. 유보통합뿐만 아니라 무엇인가를 통합하는 과정에선 반발 여론이 생기게 마련이다. 공선사후(公先私後)라는 가치를 내세워 반발하는 구성원을 설득하면서 유보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나승일= 유아교육의 질적 수준은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유보통합)을 통해 끌어올려야 한다. 아이들에게 유보통합을 통한 질 높은 공교육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출발선부터 생기는 교육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어린이집·유치원 어느 곳을 이용하든 교육 격차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단계적 통합이 필요다. 이 과정에서 보육·유치원 교사 간 처우에 대한 차이를 줄이고, 보육교사가 통합교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격 요건을 구체화해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을 완화해야 한다. △박남기=지금의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려면 보육·돌봄의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다만 이에 상응하는 재정투자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유보통합을 예로 들면 별도의 재원은 마련하지 않고 기존 시도교육청에 배정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는 결국 시도교육감들의 반발을 촉발하게 될 것이며 유보통합 추진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결국 유보통합은 이뤄져야 하지만 교사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어린이집 교사와 유치원 교사의 자격 기준이 달라 생기는 문제이기에 단계적으로 자격 기준을 상향평준화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늘봄학교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은 업무부담 탓인데 교육부가 교사들에게 업무부담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점을 늘봄학교 시범 운영을 통해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배상훈=유보통합은 유아교육의 공교육화가 궁극적 목표다. 유보통합은 그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차별적인 교육환경을 용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늘봄학교도 민생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지만,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당국은 늘봄학교 업무를 전담할 인력을 대거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중등교육에만 집중됐던 교육교부금 지원을 유아·고등·평생교육으로도 확대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유보통합 추진과 고등교육특별회계 신설은 바람직한 변화다. 이데일리가 지난 24일 개최한 교육 좌담회에 김도연 전 교육부 장관(오른쪽) 나승일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오른쪽에서 세번째),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배상훈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교육부가 현행 교육감 직선제를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동반 출마)제’로 바꾸는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김도연=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제도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탈정치·비정치를 내세우지만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파란색이나 빨간색 옷으로 정치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또 유권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선거구에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모른 채 투표하는 ’깜깜이 선거‘ 논란도 여전하다. 선거 후에는 당선된 교육감들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차라리 직선제를 러닝메이트제로 바꾸는 게 낫다.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시도지사와 동반 출마하면 선거 비용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사례도 감소할 것이다. △나승일=교육감 직선제는 주민들의 직접 투표로 교육감을 선출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깜깜이 선거 논란을 비롯해 후보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선거 비용으로 인한 선거법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물론 러닝메이트제가 최선은 아닐 테지만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차선책은 될 수 있다. 가장 쟁점으로 꼽히는 후보의 추천 과정 등 세부 내용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마련하면 된다. 수차례 교육감 선거를 겪어본 국민도 직선제의 폐해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사안이라 소통을 통해 대안을 마련할 때다. △박남기=러닝메이트제가 과연 교육감 직선제로 인한 폐해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교육감 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후보들은 정당에 엄청난 기여를 해야 할지 모른다. 그 과정에서 교육전문가보다는 정치적 인물이 출마하게 되고 결국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공산이 크다. 러닝메이트제 도입 주장은 교육자치를 폐지하자는 말과 다름 없다. 다만 단기적으로 현행 제도를 바꾸기 힘든 만큼 국가가 선거비를 우선 부담하는 선거공영제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개인이 선거비를 부담하면서 금권선거·보은인사 논란이 있었는데 선거공영제를 도입해 후보의 금전적 부담을 줄여주면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배상훈=교육감 직선제 하에선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보단 어떻게 단일화하느냐가 당선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단일화만 잘 되면 투표율이 50%가 되지 않아도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 각 정당의 후광효과를 얻기 위해 옷 색깔로 자신의 정치성향을 표현하는 등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도 훼손되고 있다. 또한 교육감의 권한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교육감이 자신이 전혀 모르는 지역의 학교장 발령까지 내고 예산을 내려주고 있다. 인사·예산권으로 초월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광역자치단체의 교육감이 학교장 인사권을 모두 갖기보다는 교육지원청의 교육장 등으로 이를 이관, 교육감 권력을 일부 제한·분산할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4년제 대학의 91%가 올해 정시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는데 향후 대학 구조조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김도연=벚꽃이 지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고 하는데 수도권도 이제 예외가 아니다. 대학 구조조정은 정원감축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지역 산업에 기여할 대학을 육성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파산 직전의 대학 설립자·이사장이 잔여 재산을 환수할 수 있게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나승일=부실대학이나 한계 대학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야 한다. 2000년 이후 매년 폐교하는 대학이 1~2곳씩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 재정이 열악함에도 버티는 대학들이 있다. 이는 퇴로가 없기 때문인데 관련 법 개정이 되지 않는 한 청산되는 대학의 잔여 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스스로 문 닫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계상황에 놓인 대학들을 정리하고 이곳에 투입되는 재정을 다른 대학에 주는 게 낫다. 한계 대학을 직업훈련기관으로 전환하거나 기업이 인수, 교육원으로 활용토록 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박남기=장기적으로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만큼 해외에서 학생들을 끌어와야 한다. 동남아 학생들 사이에선 한국 대학 진학에 대한 수요가 크다. 국가 차원에서 이들을 받아들이고 한국어 교육을 제공, 국내 대학·대학원 진학을 유도해야 한다. 외국 학생들을 고등학교 단계에서 받아들여 기숙학교 형태의 교육기관에서 교육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배상훈=대학구조개혁을 단순히 대학 개수 줄이기로 이해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부정·비리 대학을 제외하고, 생존할 대학을 많이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대학 하나가 사라진 지역은 소멸 위기를 맞게 된다. 해당 대학에 다니는 학생뿐만 아니라 주변 상인, 임대업자 등이 타격을 받으면서 지역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 동일 지역 내 대학 간 중복·유사학과를 구조조정하고 대학 간 교육과정을 공유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대학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지역 경제가 무너지며 이는 결국 동일 지역 내 다른 대학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학 간 협력으로 동반 생존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대한항공, 英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
-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얻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에 속도를 더했다.대한항공 (사진=대한항공)대한항공은 1일(현지시간) 영국의 경쟁당국(CMA)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기업결합 승인을 득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미국, EU,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만 남겨놓게 됐다.영국 경쟁당국은 지난해 11월 28일 대한항공이 제출한 자진 시정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했다고 밝히고, 자진 시정안에 대한 시장의 의견을 청취해왔다. 이후 1월 26일 시정조치안 승인 결정을 앞두고 추가 검토를 위해 3월 23일까지 심사기한을 연장했지만, 이보다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영국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의 시정조치가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대한항공은 이번 영국 경쟁당국의 승인 결정이 진행 중인 미국, EU, 일본의 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EU 경우 약 2년여간의 사전협의를 거쳐 지난 1월 16일 본 심사를 개시했으며, 2월 20일부터 2단계 심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의 경우 경쟁당국에서 시간을 좀 더 두고 검토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경쟁당국과 사전협의 절차를 진행 중이며, 사전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정식 신고서를 접수하고 나머지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대한항공은 미국, EU, 일본 경쟁당국과 적극 협조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절차를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항공 인수.통합을 위해 2021년 1월 14일 이후 총 14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영국을 포함해 11개국은 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 업종 경계 넘는 식품기업… 바이오에 잇단 출사표, 왜?
-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식품업체들이 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잇달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인구 감소로 식품 산업 성장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과 함께 같은 규제 기관 산하에 있는 등 사업 연관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1일 제약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동원산업(006040)과 오리온홀딩스(001800) 대상(001680) 등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097950)은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195940))를 2018년 한국콜마에 매각하면서 바이오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3년 만에 CJ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 바이오 업계에 재진출했다. 동원그룹 본사(왼쪽)와 보령 본사 전경.(제공= 각 사)가장 최근 바이오 사업 진출을 밝힌 곳은 곳은 국내 최초 참치캔을 선보인 동원그룹 지주사 동원산업이다. 동원산업은 지난달 23일 보령파트너스와 양해각서를 체결, 보령바이오파마의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부여받았다. 협상이 원활이 진행되면 본 계약은 오는 3월 중순이 될 전망이다. 인수 시 보령바이오파마는 동원그룹의 첫 번째 제약바이오 계열사가 된다. 보령바이오파마는 1991년 설립된 보령(003850)제약그룹의 자회사다. 독감 백신을 필두로 백신 제조·판매를 주력으로 한다. 최근에는 안정적인 백신 사업을 기반으로 진단 및 전문의약품 사업 등에 진출해 외연을 확대해 가고 있다. 한 해 매출 규모 1400억원의 알짜 회사로 평가된다. 2020년부터 바이오를 3대 신사업 중 하나로 꼽은 오리온홀딩스는 지난해 12월 바이오 전문 법인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중국 제약기업과 합자법인을 설립해 현지 시장 공략을 타진하고 있으며 큐라티스 등 바이오벤처와 신약 개발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밖에도 ‘청정원’으로 잘 알려진 대상그룹은 2021년 7월 25억원을 투자해 대상셀진을 설립, 의약품·화장품과 바이오 복제약 등을 연구·제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CJ헬스케어를 매각했지만 3년 만에 다시 제약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7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 인수를 인수, 사명을 CJ바이오사이언스로 변경하면서 바이오 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식품 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인구 감소로 식품 산업이 성장 정체에 빠질 것에 대비해 사업 연관성이 높은 바이오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이다. 실제 두 산업군은 식품의약품안전처라는 같은 규제 기관의 가이드를 따르고 있어 직간접적으로 인허가 절차를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 또 바이오는 의약품 뿐 아니라 식품 기술로도 활용도가 높다. 식품 업체들 입장에서는 의약품 사업에 진출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보건산업 내 이해도가 바이오 다음으로 높다고 볼 수 있는 곳들이 식품회사지 않나 싶다. 식품도 개별인증형 임상 등을 진행하는데 바이오 기업에서 중요한 임상시험이라는 카테고리에 대한 경험이 있을 수 있고, 식약처 인허가 제도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도 있으니,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산업군보다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임상 비용이나 신약 개발 특성상 장기 투자가 필수라는 점, 한층 까다로운 인허가 제도 등은 바이오 사업을 추진할 때 넘어야 할 관문이기도 하다. 단순히 수익성, 주가 부양 등만 고려하다보면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 개발이 제한적으로만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제약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은 워낙 투자를 많이 하고 인허가 절차도 까다롭다. 인허가 장벽을 어떻게 넘을 것인지, 얼마나 꾸준히 투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장벽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를 주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단순한 주가 부양이나 수익성을 추구한다면 주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주총 앞두고 주주관여 '활활'…경영권 분쟁·기업 대응 유의"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적극적인 주주 관여 흐름이 부각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공개적 캠페인과 3% 룰(상장사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하면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활용해 주주 제안을 가결시키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3% 룰 우회 사례 등을 감안해 향후 주주 관여 방식과 기업 대응를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행동주의 펀드 주주 제안 가결↑…“경영권 분쟁 유의”한국ESG기준원은 지난달 28일 보고서를 내고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 이후 기관투자자의 주주 관여 활동이 점차 성숙해지면서 기관투자자 스스로 적극적인 관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주주 관여, 활동을 통한 지배구조의 실질적인 개선과 이익이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선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제도적 변화를 발판 삼아 적극적인 주주 관여와 기업의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졌다는 평이다. 개인투자자에 비해 정보의 수집·분석능력과 자금력을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들이 공개적인 캠페인과 룰을 활용해 주주 제안을 가결시켰다. 증권가 화두인 에스엠(041510) 지배구조 이슈 역시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서한과 감사 선임이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얼라인은 지난해 3월 에스엠에 최대주주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용역계약 종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회사에 발송했고, 이후 감사 선임의 건을 주주 제안으로 상정했다. 에스엠은 주주 제안 가결 이후 얼라인의 추가 공개서한에 지난해 10월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조기종료를 공시했다. 얼라인은 당해 12월 사외이사 과반의 이사회 구성, 보상위원회 설치 등 내용을 담은 비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고, 에스엠은 얼라인 측 인사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영입했다.올해 2월 에스엠은 제3자배정 신주, 전환사채 발행결정을 공시했다. 해당 안건에 대한 이사회 의결에 얼라인 측 감사가 유선상 참석했다.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은 신주,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으며, 하이브(352820)는 지난 10일 이수만 지분 인수와 소액주주 공개매수를 밝혔다. 에스엠의 공개매수 청약이 마감된 지난달 28일 에스엠의 주가는 공개매수가인 주당 12만원을 넘는 12만7600원에 마감됐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는 지난 16일 에스엠 주식 대규모 매입에 대해 시세조종 행위라고 주장했고, 금융감독원은 이날 관련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된 상황인 만큼 일반주주의 지분율 희석과 향후 지배 관계 변동 가능성을 유의하란 의견이다.한국ESG기준원 책임투자본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도 일부 자산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주주 제안 움직임과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에 대해서는 경영권 분쟁이 예상되는 만큼 해당 회사 주주들의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 제안 상정 여부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에스엠 인수전이 하이브와 카카오 간에 치열해지고 있는 28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이날 SM 주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액주주연대도 활발…3% 룰 우회 사례 등 감안해 봐야”소액주주연대의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주주 제안이 기관투자자나 헤지펀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영역으로 인식돼 왔지만, 소액주주 권리 보호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소액주주연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한국ESG기준원은 “일반적으로 소액주주들은 태생적으로 지닌 무임승차 문제로 인해 경영진의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직접 취하기보다는 다른 주주들의 행동을 기다리며 그 결과로서 기업가치 상승이 이뤄질 경우 혜택을 공유받는 모습을 취해왔다”며 “그러나 최근 소액주주 결집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DB하이텍 물적분할 반대에서 시작된 이러한 현상은 여러 회사로 확산돼 ‘기업 지배구조 혁신 주주연합’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향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ESG연구원은 “소액주주 역시 지속적으로 활동을 개진하고 있는 추세”라며 “자본시장 전체적으로 일반투자자 권리 보호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금융당국의 의지도 높아 기업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2021년 사조산업 사례처럼 3% 룰 우회가 가능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당시 주진우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 감사위원 선임 주주 제안이 상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진우 회장 측은 보유 주식을 2명에게 3%씩 지분 대차거래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 주주명부 기준일이 지난 후 지분을 되돌려 받는 등 공(空)의결권을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평이다. 이에 해당 주주 제안 안건은 부결됐다. 공의결권이란 주식 대차거래, 증권스왑, 주식의 공매도 등 방식으로 형성된다. 형성 방법에 상관 없이 해당 주주가 주식 소유에 따른 경제적 위험을 회피하면서 주주총회 의결권을 갖는 형태를 의미한다.한국ESG연구원 관계자는 “사조산업 사례처럼 주식 대차거래를 통한 의결권 확보, 공의결권 행사를 통해 3% 룰 우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주관여 방식과 기업의 대응 현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연이은 엑시트 나선 스카이레이크…회수·소진·결성 '순항'
-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유동성 위축으로 사모펀드(PEF)도 투자와 회수,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스카이레이크)의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투자한 기업 매각에 성공했거나 매각작업 막바지에 이르면서 잇달아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이뤄지고 있는데다 신규 펀딩도 순조로워 10~12호 블라인드펀드의 회수·소진·결성의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달 초 솔루스바이오텍을 매각한데 이어 넥스플렉스와 헬리녹스 지분 정리가 예상되며, 12호 펀드의 경우 첫 조 단위 자금 확보가 점쳐진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대표이사(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카이레이크는 MBK파트너스와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제조 기업 넥스플렉스 매각을 두고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가는 5500억~6000억원 수준이 거론되며, MBK파트너스는 이 중 절반 가량을 키움증권이 제공하는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스카이레이크는 지난해부터 넥스플렉스 매각을 추진하며 7000억원 수준의 매각가를 희망했다. 하지만 연이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JCGI와 웰투시인베스트먼트·우리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이 연속으로 딜을 클로징하지 못하면서 매각이 미뤄졌고, 매각가가 다소 조정됐다.스카이레이크는 지난 2016년 6277억원 규모로 조성된 10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넥스플렉스에 약 1000억원을 투자했다. SK이노베이션의 FCCL 사업부로 시작된 넥스플렉스는 사업재편 과정에서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지고 시너지가 약하다는 판단 하에 지난 2018년 스카이레이크에 매각됐다.헬리녹스의 3대 주주(15%)이기도 한 스카이레이크는 보유 지분을 아주IB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9년 헬리녹스에 기업가치 900억원을 책정해 300억원을 투자한 스카이레이크는 지난 2021년 일부 지분을 IMM인베스트먼트에 넘기며 투자원금 일부를 회수한 바 있다.넥스플렉스와 헬리녹스는 모두 10호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투자한 기업들로, 거래가 성사된다면 성공적인 펀드 청산이 예상된다. 10호 펀드는 코스피 상장사인 에이플러스에셋이 손실을 보고 있지만, 일부 지분을 남겨둔 야놀자의 높은 수익이 예상되고 코팅코리아의 경우 이미 엑시트에 성공한 바 있어 스카이레이크는 최대 30%대 IRR(내부수익률)까지 노리고 있다.7500억원 규모의 11호 펀드 소진과 첫 조 단위 펀드가 될 12호 펀드 결성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1호 펀드 포트폴리오로는 솔루스첨단소재, 이텍산업, 티맥스소프트 등이 있다.특히 스카이레이크는 지난 2020년 인수한 솔루스첨단소재의 자회사 솔루스바이오텍을 영국 특수화학·소재 기업인 크로다인터내셔널(크로다)에 최근 3500억원에 매각했다. 솔루스바이오텍은 솔루스첨단소재의 바이오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세운 회사로, 스카이레이크는 모회사의 동박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주력 사업의 정리를 결정했다. 솔루스바이오텍 역시 기존 우협으로 선정된 벨기에의 화학소재 기업 솔베이가 크로다로 바뀌는 부침을 겪었지만 무리없이 거래가 마무리됐다.지난해 12월 말 7000억원 규모로 1차 클로징을 마무리한 12호 펀드는 최대 1조3000억원 규모로 조성될 계획이다. 이미 12호 펀드의 투자처를 물색하는 단계로, 첫 투자는 11호 펀드의 소진과 함께 12호 펀드 자금 일부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 KT CEO 후보 박윤영 임헌문 윤경림 신수정은 누구?..정치인 배제
- [이데일리 김현아 정다슬 기자]KT 차기 대표이사 면접후보자가 28일 발표됐다. 왼쪽부터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 총괄. KT이사회(의장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28일 오후 열린 이사회 직후 재계 순위 12위인 KT(030200)그룹을 이끌 차기 CEO에 대한 압축명단을 발표했다.이사회는 외부에서 활동한 경제·경영, 리더십, 미래산업, 법률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을 꾸려 18명의 공모자와 15명의 사내 후보자 등 33명을 심사해서 4명으로 추렸다. 인선자문단으로는 권오경(한양대 석좌교수, 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김주현(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전 법무부 차관), 신성철(정부 과학기술협력대사, 전 KAIST 총장), 정동일(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정해방(전 기획예산처 차관)이 활동했다.최근 유력 후보로 언급됐던 윤진식(77)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성태(68)·권은희(52)전 의원 등 정치인 출신을 모두 배제한 게 특징이다. 인선자문단은 심사 기준으로 급변하는 디지털전환 환경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술(Technology) 리더십’과 실질적인 경영성과를 창출하고 디지털전환 시장을 리딩할 수 있는 ‘경영관리(Management) 리더십’을 강조했다고 밝혔다.면접을 보게 될 후보는 ▲외부 공모에 응한 박윤영(60) 전 KT 사장(전 기업부문장)임헌문(62)전 KT사장(전 Mass총괄)▲현직 임원인 윤경림(59)KT 사장(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신수정(57)KT 부사장(Enterprise부문장)이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한다. 3월 7일경 이사회가 최종 CEO 후보 1인을 정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50대 후반~60대 KT에서 큰 전문경영인들박윤영 전 KT 사장은 1962년생, 서울대 토목공학석·박사 출신이다. 2019년 구현모 현 대표와 막판까지 CEO 자리를 겨뤘다. 구 대표가 기획통, 전략통이라면 박윤영 전 사장은 서비스·기술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박 전 사장은 통화에서 “열심히 공개경쟁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에도 1년 동안 기업부문 사장으로 활동하며 KT그룹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팩토리나 자율주행차 등으로 나아가는 기반을 닦았다.임헌문 전 KT 사장 역시 구 대표와 CEO 경쟁을 벌였다. 1960년 생으로 대전에서 태어났다. 대전고, 연세대 경영학과(80), 서울대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임 전 사장은 통화에서 “직원들이 신나는 회사, 국민의 기대에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는 KT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의리를 중시해 따르는 임직원들이 많고, 무게감 있으며, 노조와의 관계도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경림 KT 사장은 1963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KAIST 경영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구 대표가 2021년 그룹차원의 미래 성장기반 강화를 위해 영입했다. KT에서 미디어본부장,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 글로벌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하다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겨 부사장까지 지냈다. 이후 KT에서 국내외기업 투자와 인수합병(M&A)을 담당하고 있다. 윤 사장은 “단단히 각오하고 참여하려 한다.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신수정 KT 부사장은1965년 생으로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인포섹 대표이사를 거친 뒤 KT에 입사해 경영기획부문 정보보안단장, IT기획실장 등을 거쳤다. 지난 2019년 경선 때에도 참가했다. 그는 KT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을 맡아 2년만에 수 천억 원의 매출로 키운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신 부사장은 “아직은 말씀드릴 것이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 KT이사회, 면접심사 기준도 발표KT 이사회는 정관상 대표이사 자격요건과 주요 이해관계자로부터 수렴한 최적의 KT 대표이사상(像)에 대한 의견 등을 고려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활용할 면접 심사 기준을 다음과 같이 마련했다.면접 심사 기준은 ▲DX 역량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변화와 혁신 추구 ▲기업가치 제고 ▲ESG 경영 강화 등이다.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공정성·투명성·객관성 강화를 위해 공개경쟁 방식으로 대표이사 선임프로세스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사내·외 후보자군 뿐만 아니라, 인선자문단 명단, 면접심사 대상자 등 각 단계별 진행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며, “차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한 심사기준에 맞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한 이후 이사회에서 최종 대표이사 후보 1인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구현모 KT 대표는 MWC23이 열린 스페인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말을 아꼈다. 그는 압축 명단이 추려진 데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제가 관여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3월7일 대표이사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는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에스엠 공개매수 ‘D-DAY’…뜨거운 쟁점 '세가지'[마켓인]
-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하이브(352820)가 주당 12만원에 에스엠(041510) 발행주식의 25%를 사들이는 공개매수가 28일 오후 3시 30분 종료됐다. 우여곡절 끝에 성공할지, 반대의 결과가 나올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에스엠 공개매수를 전후로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와 이사회, 하이브, 카카오(035720)는 물고 물리는 공방전을 벌였다. 양측이 서로 앞다퉈 입장을 발표하는가 하면 유튜브를 통한 폭로와 호소도 이어졌다. 이에 앞서 이수만 전 총괄은 에스엠 현 경영진을 상대로 카카오에 대한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까지 신청한 상태다. 법원 결정은 다음 달 초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공개 매수 성패를 둘러싼 헤아릴 수 내용이 쏟아진 상황에서 적잖은 이들이 여전히 궁금해하는 쟁점 3가지를 살펴보자.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하이브와 카카오 간에 치열해지고 있는 28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이날 SM 주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① 에스엠이 뭐기에 이리도 화제인가?지난 수년간 증시와 자본시장을 통틀어 이만큼 화제가 되는 이슈가 있었나 싶다. 그만큼 에스엠이라는 회사가 가진 대중적 인지도나 화제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참을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는 사업을 영위하는 어떤 회사에서 불거진 경영권 분쟁이라면 이렇게까지 관심을 두지 않았을지 모른다.에스엠은 과거 H.O.T나 신화, S.E.S를 필두로 한 아이돌 1세대 붐을 몰고 온 장본인이다.(지금도 이 팬덤은 일부 유지되고 있다.) 현재도 에스파와 NCT 등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돌 그룹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 숱한 인기 아이돌 그룹의 아카이브(누적 콘텐츠)가 쌓아온 IP(지적재산권)만 해도 값을 매기기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 팬들조차 에스엠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이 크다. 이 지점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생산과 매출이 비교적 확실하게 찍히는 제조업이 아닌 아티스트로 꾸려가는 ‘사람 중심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보면 이 정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세간의 평가를 뛰어넘을 정도로 회사 브랜드가 값어치 있음을 인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에스엠을 손에 넣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유도 결국 에스엠이라는 브랜드가 원동력이다. ‘우리가 에스엠도 보유하고 있다’는 상징성을 거액을 주고 사겠다는 것이다. 에스엠 자회사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디어유’도 무시할 수 없다. 잘 가꿔진 IP에 디어유가 만나 일으킬 시너지는 사업적으로나, 향후 성장세로나 매력적이다. 디어유의 28일 기준 시가총액은 1조1306억원이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현판 모습. (사진=연합뉴스)② 카카오는 정말 중국 자본인가?기사에 달리는 수많은 댓글 중 하나가 ‘카카오는 중국 자본으로 운영된다’는 얘기다. 업계 조언을 구해보면 ‘사안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의 여지는 있다’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 자본이 투자하고 있기는 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카카오 지분 5% 이상을 들고 있는 주주(사측 제외)는 국민연금공단(6.05%)과 막시모(MAXIMO) PTE(5.93%)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막시모가 중국 텐센트 자회사다 보니 중국 자본으로 굴러간다는 게 골자다. 반론도 있다. 카카오 전체 지분 대비 해당 지분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 장기간에 걸쳐 지분이 줄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마치 중국 자본이 점령했다고 확대해석을 하기는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카카오만큼 에스엠 주식 인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에는 투자자 구성이 더 다채롭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주 구성을 보면 카카오 외에도 홍콩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텐센트가 주주로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각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기도 했다. 정리하면 중국계와 홍콩계,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양한 외국계 투자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SM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법원 낸 SM 신주ㆍ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신청 심문에 이 전 총괄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 변호인단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③ 공개매수 결과에 따른 주총 시나리오는?공개매수가 어쨌든 28일부로 끝이 났다. 구체적인 수치는 3월 2일쯤(혹은 그전에)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공개매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3월 말에 열릴 주주총회 분위기도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최근 들어 카카오가 구체적인 행보에 나섰다는 점이다. 당초 카카오는 지난 7일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할 때만 해도 경영권 목적이 아닌 사업 협력 차원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다 27일을 기점으로 ‘전략 수정에 나설 수 있다’며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맞불 공개매수는 물론 주주총회 표 대결 승리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개매수와 가처분 결과가 중요해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성공하고, 가처분마저 인용된다면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할 경우의 수는 줄어든다. 그러나 만약 반대의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법원의 가처분 기각으로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 주식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고, 세간의 추측대로 더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추진한다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시장에서는 3~8%대 에스엠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 컴투스를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해당 지분을 들고 한쪽 편에 서준다면 해당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분위기까지 가져올 수 있어서다. 앞서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던 이력은 물론 학연·업계 인맥 등을 총망라해 우호 세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단은 하이브의 에스엠 공개매수 결과가 첫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주총 이전의 분위기를 견인할 수 있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공개매수 성패에 양측은 물론 증권가, 나아가 자본시장까지 주목하는 이유다. 결과 확인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 플레이그램, 워크하우스컴퍼니 지분 20% 취득
-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플레이그램(009810)은 매니지먼트 및 영화제작사 워크하우스컴퍼니 지분 1만4207주를 50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28일 공시했다.인수 금액은 플레이그램 자기자본 대비 6.6%에 해당하는 규모다. 취득방법은 구주 5684주,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 8523주 취득이다. 취득 후 지분율은 20%이며, 자회사 ‘문라이트이엔티’가 보유한 지분을 더하면 37.6%에 이른다.워크하우스컴퍼니는 배우 하정우, 황보라, 백승현 등이 소속돼 있다. 매니지먼트 사업뿐만 아니라 오는 4월 개봉 예정인 ‘리바운드’를 공동 제작하는 등 영화 제작 사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플레이그램은 콘텐츠 유통, 배급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자회사로는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업체 문라이트이엔티를 비롯해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아몬드컴퍼니’, 시각특수효과(VFX) 업체 ‘큐브릭스튜디오’ 등으로 종합 영상 콘텐츠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플레이그램 관계자는 “자회사들은 다양한 영화, 드라마, TV프로그램 제작과 함께 유통 사업도 펼치는 등 종합 콘텐츠사로 발돋움하고 있다”며 “이번 지분 취득으로 워크하우스컴퍼니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콘텐츠 시너지 확대 등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