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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 적자' 서울교통공사, 자구책 마련…"인력감축·자산매각 검토"
-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승객 감소, 어르신 무임승차 증가 등으로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가 경영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데 착수했다. 대규모 인력 축소, 자산 매각 등이 주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5일 “경영개선을 위해 인력 감축, 열차 운행 축소, 토지 매각 등 다각도의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며 “최종 방안이 도출되면 이를 서울시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영향으로 서울 지하철 수송 인원은 19억7912만명으로 전년보다 지하철 이용 승객이 7억5000만명이나 줄었다. 이 중 지난해 지하철 1~8호선을 이용한 무임수송 인원은 1억9600만명이다. 이들의 수송을 운임으로 환산하면 2643억원에 달한다. 65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이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고 이용한 금액이 한 해 동안 2600억원이 넘었다는 얘기다. 최근 5개연도 공사의 당기순손실 규모를 보면 △2016년 3580억원 △2017년 5254억원 △2018년 5389억원 △2019년 5865억원 △2020년 1조1140억원으로 갈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모습이다.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공사 재정난이 심각해지며 교통요금을 서둘러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서울시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민생경제가 파탄난 상황에서 이를 서민에게 전가해서는 안된다는 게 이유다다. 실제 지난 17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한달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중교통 업계 뿐 만 아니라 시민들도 매우 어렵기 때문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시기상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1~4호선, 5~8호선이 합해져 통합한 이후 공통되는 투자나 비용은 줄이고 경영을 합리화했어야 했는데 이후 바람직한 진전이 거의 없었다”며 “비용은 줄이고 적자를 줄일 수 있도록 경영합리화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공사 측은 경영개선을 위한 자구안 마련에 착수했다. 먼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 정원 규모를 1000명 이상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공사 정원은 1만6488명으로, 전체 직원 중 20년 이상 재직한 직원은 9507명(56.6%)에 달한다. 이들에 대한 자발적인 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현재 정년이 10년 남은 경우 첫 5년은 기본급의 50%, 그 이후 5년은 기본급의 25%를 지급하도록 규정한 것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공사 측은 지하철 심야(자정~다음달 오전 1시) 운행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사 측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 등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공사 측은 지하철 요금 인상, 정부 지원 등과 같은 특단의 대책 없이는 자구안이 ‘새발의 피’에 그칠 수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심야 운행을 제한하거나 인력을 줄이면 안전이나 시설 노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갈수록 무임승차 인원 증가, 시설 노후화 등으로 인해 비용이 늘어나는데 가장 필요한 요금 인상은 미적거리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이날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국내 철도운영기관과 철도시설관리기관을 대상으로 ‘2020년도 철도안전관리 수준 평가’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최하위 수준인 D등급을 받았다.
- '공룡' 아마존, 10조원에 MGM마저 품는다
- (사진=AFP 제공)[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이 MGM 인수에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MGM은 영화 007 시리즈를 제작한 회사로 유명하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의 MGM 인수 합의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인수가는 90억달러(약 10조1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MGM은 007 시리즈 등을 만든 헐리우드의 주요 제작사다. 1924년 설립 이후 007 시리즈, 록키, 양들의 침묵, 터미네이터, 매드맥스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영화의 판권을 소유하고 있다. 아울러 케이블 채널 에픽스를 운영하면서 TV쇼를 제작하고 있다. MGM은 2010년 파산 신청에 이어 회생 작업을 거친 뒤 매각을 추진해 왔다.아마존이 MGM을 사들이는 건 최근 밀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프라임 비디오’의 컨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읽힌다. 아마존은 2010년엔 아마존 스튜디오를 설립해 자체 드라마를 제작하고 프라임 비디오를 운영해 왔다. 주요 언론사 워싱턴포스트(WP)까지 인수하는 등 미디어 사업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아마존이 MGM 인수에 성공한다면, 아마존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아마존은 2017년 당시 미국 주요 식품체인 홀푸드마켓을 137억달러에 사들였다.아마존이 1998년 이후 인수한 회사는 족히 100개가 넘는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현재 전자상거래를 비롯해 클라우드 컴퓨팅, 영상 콘텐츠 제작, 식품 체인,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업종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일각에서는 아마존을 비롯한 빅테크들의 릴레이 인수합병(M&A)에 당국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MGM 인수전의 경우 아마존에 앞서 또다른 빅테크인 애플, 넷플릭스 등이 인수 후보자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 [21일 주요 크레딧 공시]현대로템, 등급전망 ‘긍정적’ 상향 外
- △현대로템 사업부문별 매출 추이(자료 한국기업평가)[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다음은 지난 21일 주요 크레딧 공시다.△현대로템(064350)=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현대로템 무보증사채 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최근 수년 간 감소하던 매출이 회복세로 전환됐고, 설계 변경과 현지 사정 등으로 지연되던 일부 철도 프로젝트의 공정 지연 사유가 2019 년말을 전후하여 대부분 해소되면서 매출 회복 기조가 본격화. 장기간 지연되던 K-2 전차 프로젝트의 재개와 추가 수주로 방산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실적 회복에 기여. 매출 증가와 함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프로젝트 정산 효과가 반영된 방산부문이 수익성 개선을 견인한 가운데 철도부문도 구조조정을 통한 적극적인 비용절감과 제작 프로세스 변경을 통한 효율성 향상 등으로 채산성을 점차 회복. 자산매각과 자본확충 등 자구계획 이행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 연이은 대규모 손실과 차입금 증가 등으로 저하되었던 재무안정성이 실적 회복과 적극적인 자구계획 이행 등을 통해 빠르게 개선. 2020 년 중 유휴부지 일부와 비주력 사업 매각을 통해 총 1690 억원의 현금을 확보했고, 전환사채 전환과 토지 재평가를 통해 4946억원의 자본을 확충. 2020년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8000억원(신종자본증권 1510억원 포함) 수준으로 전년 말 대비 4000억원 이상 감소했으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각각 211.8%와 27.9%로 개선. 양호한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당분간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기존 저가수주 물량의 소진과 매출 회복에 따른 고정비 부담 완화 등으로 개선된 수익성도 유지될 전망. 2021년 1분기 신규수주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했지만 주요 예상 프로젝트들이 하반기에 집중돼 있고, 이 중 상당수는 기존 프로젝트의 양산 및 추가 발주와 방산 창정비사업, 그룹 계열사 발주 예정 물량 등이란 점을 감안하면 수주 모멘텀은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연합자산관리= 한기평은 연합자산관리 무보증사채 신용등급(AA)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CR 업무가 개시된 지 5년이 경과되면서 CR 투자자산의 회수가 가시화되고 순현금 유입도 증가. 2020년 CR 부문 신규투자가 1578억원이었던 반면, CR 자산 으로부터 회수한 금액은 2562억원. CR 자산의 특성상 일정 수준의 수익변동성 부담은 불가피하나, 회수가 본격화되면서 CR 사업부문의 익스포저가 축소되고 현금 유입이 증가하고 있어 과거에 비해서는 수익변동성이 완화된 것으로 판단. 2020년 1분기에는 일부 투자자산의 평가손실로 CR 사업부문에서 영업손실이 발생했으나, 2020년 누적 기준 592억원에 이르는 이자·배당 수익이 발생하고, 비연결 투자자산평가손실도 2020년 1분기 640억원에서 2020년 누적 기준 202억원으로 축소되면서 CR 사업부문 영업수지는 흑자를 기록. CR 관련 투자 확대로 레버리지배율(총자산/자기자본)이 2018년 이후 5배를 상회하는 등 자본완충력이 저하됐으나, 2020년 7월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8개 주주은행) 유상증자가 이루어지면서 자본완충력이 큰 폭으로 개선. 거시환경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현 수준의 자본적정성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나, CR 사업부문의 신규투자 감소, CR 투자자산의 회수 본격화 등을 감안하면 레버리 지배율은 우수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 다만, 2020년 7월 유상증자 이후 주주은행의 잔여 출자한도가 1925억원으로 축소. 사업확대 과정에서 재무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주주지원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출자한도 확대가 필요.△쌍용C&E(003410)= NICE신용평가는 쌍용C&E 선순위 무보증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상향 조정. 2018년 이후 시멘트 수요 부진에 따라 내수 출하량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시멘트의 주요 연료인 유연탄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음. 그러나 회사는 폐열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제조원가 절감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였고, 해당 설비들의 가동이 시작되면서 전력비 감소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음. 원가 절감 효과와 더불어 시멘트 판매가격이 점진적으로 상향 안정화 추이를 보이고 있음에 따라, 우수한 수준의 영업이익창출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 배당 부담이 존재하나, 영업현금창출력 감안 시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지속될 전망. 2021년 3월말 기준 쌍용C&E의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02.2%, 25.9%로 재무 안정성 지표가 우수한 수준. 동해공장 폐열발전설비 투자가 완료된 가운데, 2021년 이후에도 순환자원의 재활용 확대를 통한 원가율 개선 관련 투자가 예정돼 있으나 영업상 창출자금을 통해 충당가능한 규모로 판단돼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 창출이 예상. 해당 잉여현금흐름이 2016년 결산배당 이후 지속되고 있는 분기배당에 활용될 전망이나 재무부담 확대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지속할 것으로 보임. 유형자산, 현금성자산 등 보유 자산에 기반한 재무적 융통성이 우수한 수준. 쌍용C&E는 계열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로서 대한시멘트, 쌍용레미콘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화 기준 약 5219억원의 미소진 여신한도와 2021년 3월 말 기준 순차입 규모를 상회하는 추가 담보제공여력을 보유. 이에 따라 보유자산에 기반한 재무적 융통성은 양호한 수준으로 판단.
- [김유성의 금융CAST]시장금리 오르는데, 코픽스는 왜 떨어졌나?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대출 금리를 이해하는 주된 메커니즘은 ‘떼일 수 있는 확률’입니다. 떼일 수 있는 확률 혹은 불안감이 낮을 수록 금리는 낮게 됩니다. 이런 구조를 이해하게 되면 대출 금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미괄식 글입니다. 시간이 부족한 분들은 뒷부분 보세요)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신용도와 기간 떼일 확률을 수치화를 하거나 등급화한 게 바로 신용도입니다. 개인에게는 신용점수(1000점 만점), 기업과 국가 등 거대 조직에는 알파벳으로 표현되는 신용등급이 부여 됩니다. 신용점수 표돈을 잘 갚고 떼일 염려가 없어 보이는 부자들의 신용도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돈도 없는데 대출도 안해주냐?”라고 화낼 분도 계시겠지만, 금융시장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는 기부 기관이 아니니까요. 그 다음이 대출 기간입니다. 보통은 대출 기간이 길 수록 높은 금리를 받게 됩니다. 아무래도 대출 기간이 길게 되면 그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떼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같은 주택담보에 같은 원금이라고 해도 10년 만기냐, 20년만기냐, 30년 만기냐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이치이지요. 보통 대출 상환 기간이 길어지면 나눠내는 원금의 크기는 작아집니다. 대신 매해 내는 이자율은 올라가게 됩니다. 상환 기간이 길어져서 상환액이 적어지는 ‘느낌’은 매번 상환해야하는 원금의 크기가 작아져서 나타나는 일종의 ‘착시’입니다. 여기까지는 기업이 돈을 빌리는 자본시장이나 개인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대출 시장에서 모두 다를 게 없습니다. 부수적으로 담보의 유무, 시장 금리, 기준금리, 채무자와 채권자 간 수요와 공급 등이 포함됩니다. ◇담보가 있다면 이자 부담은 하락 담보의 유무를 살펴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담보가 있으면 금리는 떨어집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대출이나 채권의 금리(여기서는 이자율)는 떼일 확률에 비례합니다. 만약 채무자(돈을 빌린 사람)가 돈을 못 갚게 된다면(바꿔 말하면 부도가 난다면) 채권자(돈을 빌려준 사람)는 담보를 경매에 넘기거나 매각해서 일부를 상환 받을 수 있습니다. 은행의 경우에는 집값이 어느 정도 하락할지까지 계산해서 대출을 내주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원금까지 다 챙겨가곤 합니다. 따라서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금리보다 항상 낮았습니다. 매해 수천억원 배당금을 받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명예회장의 유족들이 구태여 (대주주여서 팔지도 못하는) 주식 담보를 은행에 제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2010년 CES2010 참석 모습. 삼성 제공물론 ‘블랙스완’(검은백조)처럼 예상치 못한 상식 밖의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아주 가끔입니다만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아질 때입니다. 시장 금리가 워낙 낮게 형성되다보니,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을 설정할 때 소요되는 원가보다도 낮아진 것입니다. 쉽게 말해 신용대출 금리는 3.5%에서 2.5%로 하락했는데, 주택담보대출금리는 3.0%에서 2.7%로 떨어지는 데 그쳤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중은행들이 최고신용자들에 대한 우대금리 혜택을 줄이고, 시장금리 상승으로 신용대출 금리가 올라가면서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은 상황으로 다시 돌아오긴 했습니다. ◇잠깐만요, 은행의 역할은? 주담대나 신용대출 혹은 기업대출 금리는 대부분 은행이 금리를 제시하는 형태로 형성됩니다. 은행은 시장금리와 자신들의 조달 비용을 상황을 계산하고 차주(대출자)의 담보 가치, 부도 가능성까지 고려해 각 개인과 기업에 금리를 제시합니다. 사진=뉴시스대출을 ‘시장 상품’이라고 가정하고 금리(이자율)를 ‘가격’이라고 가정한다면, 은행은 상품 판매자(공급자)가 됩니다. 대출자는 소비자(수요자)가 되는 셈입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원가의 변동에 따라 가격은 결정되는 것입니다. 2020년의 대출 금리가 1980년대의 대출금리보다 엄청 싼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발전해 돈이 흔해졌다는 것도 있지만, 대출 공급자가 꽤 많이 늘었다는 뜻도 됩니다. 은행 수와 은행이 대출에 가용할 수 있는 자산 규모는 1980년대와 비교할 수가 없지요.은행 입장에서 원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외부에서 돈을 빌려 오는 비용입니다. ‘은행도 돈을 빌려온다?’라고 의아해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은행이야 말로 남의 돈으로 ‘돈 놓고 돈 먹기’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금자나 자본시장에서 싼 금리로 자금을 빌려 와서 비교적 비싼 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그 사이 이자 마진을 수익으로 챙기는 것이지요. 대신 은행은 차주 부도에 대한 리스크를 집니다. 이 리스크를 엄격하게 계산을 하는 건데 못하면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은행 안에 이 리스크에 대한 확률을 계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를 계산하는 능력이 곧 은행의 역량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은행의 역량과 역할 덕에 우리는 아파트 같은 비유동성 자산(현금처럼 쓸 수 없는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대출을 받으면 되는 것입니다. 차주는 이를 갖고 사업을 할 수 있고 다른 곳에 투자를 합니다. 혹은 소비 활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에는 현금이 늘게되는 것입니다.(사진=뉴스1제공)◇은행은 남의 돈을 조달해 수익을 냅니다아파트와 같은 자산의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담보로 대출을 내주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이 돈은 은행 돈이 아니라 외부에서 조달해옵니다. 가장 많게는 예금이고, 그 다음으로 자본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빌려 오는 것입니다. 혹은 다른 은행으로부터 급전을 대여할 수도 있습니다. 예금은 뭘까요? 예금은 은행 입장에서 빚입니다. 정기예금이라면 1년, 보통예금과 같은 요구불예금이라면 수시로 내줘야 합니다. 이자도 붙여서 내주죠. 이 예금의 성격은 일종의 단기채와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만기가 짧은 채권 혹은 대출이 됩니다. 만기가 짧다는 것은 부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뜻하고 그만큼 이자를 덜 줘도 됩니다. 정기예금의 만기가 1년 이상인 경우가 많지 않은 것도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를 덜 줘야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대출에 필요한 자금 70~80% 정도를 예금에서 조달합니다. 은행을 믿고 싼 금리에도 돈을 맡기는 예금자들의 돈입니다. 나머지는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3~6개월 정도 만기인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행해 조달합니다. 이 돈도 대부분은 1년 이하 단기채를 빌려옵니다. 기업처럼 장기 투자를 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크지만, 보다 싼 금리로 대출 자금을 당겨오기 위한 목적입니다. 다만 대출자 입장에서는 은행들의 금리 산정이 합리적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혹여 은행이 담합을 해서 금리를 높게 잡는다면 대출자는 높은 금리를 더 내야합니다. 그래서 코픽스의 개념이 나옵니다. 은행들이 조달하는 자금의 비용을 가중 평균해 계산하는 것입니다. 이 코픽스 금리에 은행들이 대출의 원가로 쓰입니다. 코픽스 금리에 은행의 마진을 얹고, 그 위에 차주 부도 가능성에 따른 비용을 올려 놓는 것이지요. 이렇게 차곡차곡 금리를 쌓고, 우대금리로 빼주고 하면서 최종 우리의 대출 금리가 결정됩니다.◇코픽스의 결정적 요소는 예금금리 코픽스를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합니다. 아무래도 예적금 비중이 높다보니 결정적인 변수는 예금 금리입니다. 자료 : 한국은행, 은행연합회. 신규취급액 코픽스와 예금금리(시중은행 저축성 예금 평균금리)와 큰 차이가 없는 게 보입니다.예컨대 시장 금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예금 금리가 떨어진다면 코픽스의 방향은 아래쪽을 가리키게 됩니다. 최근 코픽스의 향방과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지난 4월 코픽스 금리는 0.0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장기채 금리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약간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연초대비 대체로 상승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런 장기채의 금리는 은행의 대출 금리와는 큰 연관성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은행은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단기채 성격이 강한 자금에서 조달하기 때문입니다. 이중 하나가 예적금입니다. 설령 단기채 금리가 떨어진다고 해도 은행 예적금 금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코픽스가 받는 영향은 적습니다. 예적금 금리가 움직여야 비로소 코픽스도 움직이는 것이지요. 사실상 예적금 금리와 코픽스가 같이 움직인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예금 금리는 왜 안오르나 그렇다면 은행 예적금 금리는 왜 떨어져있고 왜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시장금리가 낮아진 상태에서 돈이 넘쳐나는 데 있습니다. (물론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돈이 늘어나긴 합니다) 최근 주식 시장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코인 시장마저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비슷합니다. 시중 자금은 늘었는데 갈 곳이 없는 것이지요. 임시로 있을 만한 곳은 결국 은행 계좌입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은 지난해 연말 이후 4월말까지 45조4442억원 늘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연리 0.1% 이자만 줘도 되는 돈이 은행에 몰리는 것입니다. 게다가 은행 예금 금리는 시장금리 상황보다는 은행권 자금 상황과 더 관련 있습니다. 대출해줄 예금이 부족한 상황이 돼야 예금 금리를 높이는 것이지요. 대출자금 100%를 예금에서 충당해야하는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5월 들어서는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채 금리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은행이 조달하는 자금 비용이 더 떨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최근 시장금리는 오르는 추세인데, 왜 코픽스는 떨어졌는가? 물론 0.02%포인트라는 소폭의 하락치이지만, 최근 은행 예금 금리가 바닥에 붙어 떨어지지 않고 있고 단기채 금리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 예금 금리는 왜 낮은가. 기준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가만히 있어도 시중 자금이 몰려오고 있어서입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주식 시장 상승세가 꺾인데다, 코인 시장마저 불안해지니, 갈 곳 잃은 자금들이 임시 거처로 은행을 찾는 것입니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나 재무부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언급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를 각국 중앙은행들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돈을 푸는 정책이 유지되는 한 은행 예금 금리가 오를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의 대출 금리 또한 당분간 오를 일이 없다’라는 얘기입니다. 대출 금리가 급박하게 오르지 않는다면 현재 자산 시장의 고평가된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귀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 될지 몰라도 말입니다...‘돈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라는 전통 경제학의 상식이 강하게 도전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금리는 어떻게 될까요? 다른 건 몰라도 초유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